최연희 성추행, 테니스 사태 등 각종 악재에 당 안팎 시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끊이지 않는 공천잡음과 성추행 파문에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최연희 의원 문제, 외부인사 영입 갈등과 경선전 과열 등으로 박 대표의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이 위기상황”이라는 당 안팎의 경고음도 결국 박 대표를 향해 있다. 이를 반영하듯 고공행진을 해오던 당 지지율마저 추락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당 안팎의 쓴소리 ‘봇물’
한나라당은 현재 16개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공천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박 대표가 “공천비리가 생길 경우 일벌백계 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공천 관련 각종 투서와 금품수수 의혹, 비방전이 난무하고 있다. 당클린공천감찰단에 따르면 공천 신청자 가 한나라당에 몰리면서 공천심사위원과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과거 지구당 위원장), 기초단체장 등에 대한 사실상의 공천권을 가진 현역 의원과 관련된 금품 수수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내천시비에 따른 탈당 러시와 중진들의 ‘내 사람 심기’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공천잡음에 당이 제 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당내 불만이 적지 않다. 최연희 의 원 문제도 여전히 박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 대표가 최 의 원에 대해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3월 16일 야4당의 ‘의원직 사퇴 권고 결의안’ 제출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이 계속 버틸 경 우 그 부담을 당이 떠맡을 수밖에 없는 것도 박 대표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지도자는 당내 이견에 대해 자 신의 뜻을 밝히고 당이 믿고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박 대표를 비판했다. 유정복 대표 비서실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천잡음과 박 대표의 리더십을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며, 최 의원은 국민 여론을 감안해 본인이 (사퇴라는)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일관된 입장 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시장 외부 영입 문제로 인한 당내 갈등도 ‘휴화산’상태다.
당 안팎의 쓴소리 ‘봇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역임한 윤여준 전 의원은 당 정책 세미나에서 “한나라당은 시대정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고 박 대표 체제에 대해 고언을 내놨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한나라당의 지향 점과 비전의 불분명, 자체 개혁 부진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대로 가면 대선 승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경기지사도 한나라당 중앙위 포럼에서 “한나라당이 천막당사 시절의 헝그리 정신을 잊어선 안된다”고 쓴소리를 토해냈다. 이명박 서울시장도 당에 대한 비판으로 박 대표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박 대표측은 “애당심이 담긴 건강한 비판의 목소리는 언제든지 수용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실린 비판은 오히려 당의 발전에 저해 된다“고 오히려 이 시장과 손 지사를 겨냥했다.
성추행, 황제테니스… 악재 가시밭길
5·31 지방선거가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여야 정치공방이 연일 가열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테니스 논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 지방권력 심판론을 들고 나오고 한나라당은 교도소 재소자 성추행 사망사건, 사할린 영구귀국동포 당비대납 사건, 관권선거 의혹, 코드 인사 논란 등으로 공세를 피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3월 17일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과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테니스’ 논란 등을 두고 대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사안이 당 지지율 상승에 호재라 판단한 때문이다. 우리당은 특히 이시장의 ‘황제테니스’ 논란이 한나라당이 장악한 지방권력의 부정부패의 결정적 단면을 반영한다고 판단, 국정조사 요구와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당 차원에서도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이 전 총리의 골프비 3만8,000원 대납, 40만원 내기골프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면서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이 시장의 테니스 비용 2,000만원을 다른 사람이 낸 것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주장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시장과 2년간 테니스를 함께 친 선모 씨는 교통안전시설물 납품업자로 드러났는데 이 과정에서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의장은 “서울 시내 일부 구청장실 규모가 장관실의 3배이고 지자체들이 상식을 벗어나 수백억∼수천억원을 들여 호화 청사를 짓고 있다”고 ‘지방정부심판론’을 주장했다.
김원내 대표는 한나라당의 최연희 의원 사퇴권고 결의안 제출과 관련, “다른 사람이 본다면 최의원을 우리당 의원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고 비꼬았고 당 성추행대책위원장인 김현미 의원은 “당시 술자리에 참석했던 당 지도부도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해찬 전 총리의 퇴진 여세를 몰아 연일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여성 재소자 사망 사건과 지방선거 중립관리를 의식, 천정배 법무장관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지방선거 중립을 위해 천법무장관이 우리당 당적을 버리거나 이번 재소자 사망 사건에 책임을 지고 장관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계진 대변인은 “관권선거가 재발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사할린 귀국동포 당비 대납 의혹과 관련,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박근혜 대표는 사할린 동포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측 보상을 요구하며 애쓰는데 집권당이 거꾸로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당 정 의장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정인봉 당 인권위원장은 “이 전 총리 골프 게이트 관련자에 대해 출국정지를 명령하고 공개 소환 및 공개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또 ‘청맥회’ 회장을 지낸 이치범 환경장관의 내정을 둘러싸고 ‘코드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청맥회의 즉각 해체와 함께 청맥회 회원들의 공직 사퇴를 촉구했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노무현 정부가 이번 개각 역시 코드인사로 끝낸 것은 물론 청맥회를 중심으로 인사를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공천소음으로 당안팎 ‘시끌’
그런 가운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난 3월 15일 당직자들의 보호 속에 회의장에 들어갔다. ‘낙하산 공천’을 항의하는 공천 신청자 30여명이 서울 중앙당사에서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5·31 지방선거 공천 심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내천시비’, 중진들의 자기 사람 심기 등 각종 의혹과 소문, 투서가 난무하고 있다. 중진 의원들은 당 대표나 대선 후보 경선을 대비해 한 곳이라도 더 자기 사람을 공천하려고 안간힘이다. 한 중진 의원은 자신의 측근을 “내 손가락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그 사람을 자르면 내 손가락을 자르는 것과 같으니까 알아서 하라”고 위협한다.
지난 총선 때 경기 북부에서 낙선한 C모씨는 최근 당의 고위직을 지낸 한 중진 의원의 연락을 받았다. 인근 지역의 시장선거에 나가면 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중진 의원은 빈 자리만 생기면 누구든 내보내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경기 S시의 경우 시장 공천 신청자들이 각각 다른 중진 의원들과 선·후배 관계로 얽혀 다투는 양상이다.
변호사 출신의 한 부산 의원은 매달 50만원씩의 고문변호사비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지역구 내 업체 대표 수명과 수백만원씩의 거액 후원금을 낸 사업자들이 시·구의원 공천을 신청해 의혹을 사고 있다. 서울의 한 구에서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과거 원외위원장)이 구의원 후보 공천 대가로 돈을 받기로 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중앙당에 입수돼 사실 확인 중이다. 경남 양산의 오근섭 시장은 공천심사위원 7명에게 유명 스님의 서화(약 200만원)를 선물했다가 말썽이 되자 탈당했다.
선관위나 경찰이 조사 중인 사건도 많다. 서울 성북구에서는 구청장이 경선에 대비해 시의원들과 구의회에 현금을 전달한 것을 선관위가 조사 중이다. 경기 의정부에서는 P모 시의원이 공천심사위원장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공천 희망자 2명으로부터 1,000만원씩을 받았다가 되돌려준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경남의 모 의원이 특정인에게 도의원 공천을 약속한 뒤 자금 모금책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수사 중이다.
영남지역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후보들을 이미 내천했다는 말들이 퍼지면서 탈당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경남의 L모 현직 군수는 최근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철회했고,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단체장 공천을 신청했던 A, L씨 등이 경선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부산과 경남은 경선문제를 놓고 각 후보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앙당에선 허남식 부산시장과 김태호 경남지사의 무경선 공천을 생각 중인데, 권철현 의원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 등이 경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제주의 경우 영입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지사 후보로 전략 공천하려고 하는데, 강상주 서귀포시장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김태환 제주지사는 현 전 회장 영입에 반발해 탈당했다.
한나라당 클린공천감찰단 김재원 의원은 “각종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문제가 있으면 검찰에 즉각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는 내부에서 나온 것”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을 역임한 윤여준 전 의원이 한나라당을 향해 고언을 했다. 한나라당은 위기이며, 그 위기는 시대정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이라고 진단했다. 윤 전 소장은 “21세기 시대정신은 ‘개방과 평화’이나, 한나라당은 머리로는 시대정신의 흐름을 인식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여전히 전시대적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기 혼돈’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개방은 자유와 평등으로 나가는 정신적 자세이자 마음가짐이며, 평화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세력과 연대하는 것인데, 한나라당은 폐쇄적이고 냉전논리가 깔려있는 전근대적인 정당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소장은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진 원인이 내부에 있다며 ‘조직체계의 한계’ ‘전략의 열세’ ‘투쟁성 결여’ ‘헌신성 부족’ ‘연대성 미흡’ 등 5가지를 꼽았다.
한나라당은 ‘국민정당’을 표방하면서도 국민들의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시·도지사, 각급 지방자치단체의 의원이 되기 위한 조직체로 여겨질 정도로 특정 정치적 직위만을 위한 정당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직위 공천이 정당의 유일한 역할처럼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또 정권을 되찾기 위한 중장기 정책이나 전략이 없다고 비판했다. 두 번에 걸쳐 정권 장악에 실패했으나 평가 자료집 하나 없으며, 김대업·설훈 사건에 대한 구체적 보고서 하나 없는 정당이 한나라당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의 기본전략과 각 지역이나 영역별 전략이 있는지 묻고 싶다는 윤 전 소장은 전략이 없으면 정치적 승리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효율적인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쟁성’ 결여도 비판했다. 윤 전 소장은 “정당은 신사들의 사교클럽이 아니다”며 “정당은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역사를 책임지는 치열한 투쟁의 전위대이며, 명분을 가진 투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진력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어야 한다”며 강한 야당성을 강조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여전히 ‘군림해온 정당’으로 남아 있다며 ‘이미지’ 개선을 요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소외받는 국민들의 이웃이 되고, 실업자와 가난한 지역주민의 형제가 되는 헌신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 보수야말로 가난한 형제를 위하여 옷을 벗어 주고 헐벗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참 인간주의이기 때문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원들 사이의 경쟁은 대립이 아닌 동지적 경쟁이 되어야 한다며 ‘연대성’ 부족을 지적했다.
친박근혜-반박근혜, 친박근혜-친이명박 구도로 갈등과 대립을 경계한 것이다. 윤 전 소장은 “한나라당은 어느 정치세력보다 큰 항아리에 물을 가득 담고 있다. 항아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항아리 속에 담긴 물이 더 중요하다. 그 물이 맑고 신선한 물이라면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항아리를 아끼고 보호하겠지만, 그물이 썩어서 오염된 물이라면 국민들은 가차 없이 항아리를 깰 것”이라며 당 개혁과 변화를 강조했다.
선거열풍에 지방행정 흔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이 뒤숭숭하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의 대민접촉을 둘러싸고 편법 선거운동 시비가 곳곳에서 불거지는 데다 단체장 사퇴에 따른 행정공백, 공직자들의 줄서기 행태까지 폭넓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지난 2월 내남면을 시작으로 25개 읍·면·동사무소를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 주민 대화를 갖는 1개월간의 순회방문이다. 지난달 말부터 읍·면·동 순시에 나선 손이목 영천시장은 16일 순회방문을 마무리한다. 김병목 영덕군수와 김용수 울진군수도 지난달 하순부터 관내 읍·면을 돌고 있다.
광주·전남 지자체에 따르면 이 지역의 기초단체장들도 대부분 연두순시를 마쳤다. 강현욱 전북지사는 얼마 전부터 관내 식품회사나 재래시장, 사회복지시설 등지에서 각종 체험봉사활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런 활동은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한 표밭 다지기’란 반발을 사고 있다. 열린우리당 경주시당원협의회는 백 경주시장의 순회방문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백 시장 측은 “연례행사로 선거법에 저촉될 것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순시계획을 철회하는 단체장도 한둘 아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당초 지난달 7∼28일 관내 22개 시·군을 순회할 계획을 세웠다가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도 순회계획을 포기했다.
경북도 선관위 관계자는 “광역단체장의 초도순시는 단체장의 고유 업무이기 때문에 선거법상 제재할 수 없다”며 “다만 특정인을 지지하는 발언이나 선심성 내용은 철저히 감시 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에서는 열린우리당 소속의 염홍철 시장에 맞서 박성효 정무부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6일 박 정무부시장의 퇴임회견에는 공무원이 한 명도 배석하지 않았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까봐 몸을 사리는 격이다. 얼마 전까지 행정부시장을 지낸 권선택 의원도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대전시청 안팎에선 편가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남 A시에서는 시장이 지난해 자기 사람들을 전진배치 했다. 일부 간부급은 현직 시장이 보다 많은 유권자와 접할 수 있는 대민접촉 행사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울산 공직사회는 한나라당 공천 향방을 점치느라 분주하다. 울산시의 한 공무원은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줄서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B 간부는 끝내 쫓겨났다”면서 “지역이 빤한 만큼 처신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