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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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 심각
  • 글/ 김정숙 기자
  • 승인 2006.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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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도 혹시...아동 성폭력 위험수위
매년 늘어나는 피해 아동들, 범죄자 처벌도 바뀌어야
최근 잇달아 매스컴을 달구고 있는 아동 성폭행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지난 2월 우리 사회를 격노케 한 용산 초등생 성폭행 살인사건 이후 줄줄이 터지는 아동 성폭행 사건소식에 세상이 흉흉함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는 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의사표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군산에서는 5살짜리 여아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군산경찰서는 “1년 후배의 여동생(5)을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 등)로 군산 모 중학교 A군(중 2년)에 대한 수사를 끝마치고 검찰의 신병지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일단 가해학생이 어리고 초범인 점을 감안해 오는 20일까지 학교 측으로부터 학교생활 등에 대한 답변을 받은 후 신병을 처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겨울방학 기간인 지난 1월 중순부터 2월까지 1년 후배인 B군 집에 놀러가 B군의 여동생인 5살 여아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후배가 한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동안에도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사실은 지난 1일 딸아이에게서 “오빠가 찌찌를 만졌다” 등의 말을 전해들은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한 이후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학교측은 선도위원회를 열고 A군 문제를 논의한 후 교칙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지난 2월에는 안마를 해주러 온 9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70대에게 법원이 일벌백계 차원에서 중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최복규 부장판사)는 지난 2월 4일 같은 마을에 사는 C양(9)을 성추행하려 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최모씨(74)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2005년 6월초 평소 알고 지내던 C양 부친으로부터 “우리 아이가 안마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어깨 좀 주물러 달라”며 C양을 완주군 봉동읍 자신의 집 안방으로 부른 후 C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아동 7세 이하가 56% 차지
밝게 자라야만 할 아동들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악몽이 되는 인면수심의 범죄, 아동 성폭행(성학대)의 발생빈도는 지난 2004년 5월부터 1년간 아동성폭력 피해구제센터인 ‘해바라기아동센터’에 접수된 사례만 418건(성폭력 피해사례)에 이른다. 이는 범죄 특성상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 발생사례는 상회할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들 418명 아동 중 7세 이하의 아동이 전체 절반이 넘는 232명(56%)에 달했으며 8세∼13세 이하 아동이 168명(40%), 14세 이상의 아동이 9명(2%)인 것으로 나타나 주로 13세 이하 아동, 그 중에서도 7세 이하의 아동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아동 중 90%에 이르는 377명의 아동이 여자 아이였으며 10%가 남자 아이여서 여아 아이 뿐만 아니라 남자 아이들도 성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유형별로 분석해 봤을 때 추행이 68%(28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협박이나 위협 또는 폭행이 결부된 강제추행이 14%(60건)이였다. 이외 준강간, 강간도 각각 3%(14건), 7%(28건)이였다. 가해자와의 관계에 대해 조사한 결과 흔히 알고 있듯 아는 사람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경우가 59%로 가장 많았으며 모르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은 경우도 35%에 달했다.
그렇다면 전체 아동학대 중 성학대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될까?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 통계(2004년 기준)에 따르면 전체 아동학대 3,891건 중 성학대의 경우 177건으로 4.5%를 차지한다. 신체학대, 정서학대 등 다른 학대와 중복해서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중복학대에 대해 질문한 결과 266건으로 늘어났다.

아동 성폭력문제 심각한 수준
아동 성폭력은 비단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 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괴로움을 주는 행위이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아동들의 성학대 행위는 성추행(52%)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성기삽입(17.8%), 오랄 섹스(5.5%), 성관계 장면 노출(4.3%) 등이었다. 이러한 아동 성학대 결과 아동들은 신체적 통증은 물론, 항문상처, 성기상처, 성기이상, 성기질환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여자 아이의 경우 처녀막이 파열(7.7%)되거나 임신(3.0%)한 경우도 있었다.
정신과, 산부인과 전문의와 유기적인 상담 및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해바라기아동센터’의 자료를 보면 이 같은 충격은 더욱 현실로서 다가온다. 이들 아이들의 외상을 진료한 결과 처녀막이 완전 파열된 11명의 아이들을 포함해 45명의 아이들에게서 성폭력을 확인했다. 특히 한 11세 여아의 경우 5cm 지름의 안면부 자상, 손목이 묶인 자국 등 납치로 인해 심한 폭행이 동반된 경우도 있었다.
간염검사, 성병검사 등에 대해서도 검사한 결과 질염 및 질염에 준하는 증상이 15건이 나타났으며 응급피임약을 처방한 경우도 1건 있었다. 이들 아이들의 정신과 진료 후 심리평가를 진행한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이 내려지거나 의미 있는 정도의 증상이 있는 경우가 86명(전체 상담의 47.51%)이였으며 63명의 아이들이 우울장애로 진단됐다.
또한 분리불안장애가 27명(14.91%), 일반화된 불안장애, 공황장애,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등의 진단이 내려졌다.

적극적인 대처 필요해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이금형 과장이 해바라기아동센터 개소 1주년 심포지엄에서 밝힌 2004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학원, 놀이 등 방과 후 외부활동이 많은 12∼17시에 가장 많이 발생(44%)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월별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어린이날 등 행사가 많은 5월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며 외출이 많은 4월∼10월까지 비슷한 비율로 발생했다. 또한 주로 주택과 노상에서 각각 40%, 21% 발생했으며 학교(유치원)도 7%로 조사됐다.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사건 발생부터 인지까지의 소요시간에 대해 집계한 결과 범죄 특성상 밀행성이 높고 신고를 꺼리는 경향 때문에 ‘3개월 초과’한 경우가 51.2%나 됐다. 이에 반해 유전자 분석이 가능한 ‘2일 이내’ 의 경우 14.3%에 불과했다.
현재 운영중인 아동성폭력 전문 피해상담 센터는 ‘해바라기아동센터(www.child1375.or.kr)가 있다. 24시간 응급사례 구조를 시행하며 정신과, 산부인과 전문의의 의료 지원은 물론 법률자문상담 또한 제공한다.
특히 1366, 1391, 112 운영 기관과의 간담회 및 홍보·교육을 통해 One-Stop 시스템으로 성폭력 피해 아동들에게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가 의심되면 우선 의료기관에서 외상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입었던 옷은 그대로 보관해야 한다. 또한 성폭력이 있었던 장소, 날짜, 시간과 가해자의 인상착의 등을 기록해 둬야 한다. 또한 가해자의 소지품이나 당시 주변에 있었던 물건 등을 종이봉투에 보관하고 사고 장소는 되도록 보존해둔다.


성범죄 전자 팔찌로 막을 수 있을까
성폭력 범죄는 처벌 못지않게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그간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성범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처분을 내려왔다는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 성범죄의 복잡성을 반영하고 있다. 성범죄의 유형은 범죄자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고 그에 따른 처방도 각기 상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현재 성범죄 예방과 관련해서는 전자 팔찌 착용, 화학적 거세, 유전자 등록 등이 거론돼왔다. 전자 팔찌는 범죄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구로 통상 위성항법(GPS) 기술을 사용한다. 제조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GPS 외에 통신을 위한 CDMA, 풀지 못하게 하는 전자씰(Seal) 기능이 결합되어 있다.
거주지에 설치된 수신기와 범죄자에 부착된 팔찌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거리로 이동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수신기는 보통 움직이지 못하도록 설치되거나 움직임을 확인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 현재는 GPS를 결합한 장치를 주로 사용하는데 미국에서는 통상 일주일에 몇 차례 범죄자의 개인스케줄과 이동경로를 비교하고, 전자 팔찌나 수신기를 훼손했는지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한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 전자감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그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교도소의 과밀수용, 형사 사법의 비용 절감 등을 목표로 비교적 경미하고 죄질이 낮은 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다. 그 대상자로는 ▲재발 위험성이 낮고 ▲폭력적이지 않은 자로서 ▲일상생활의 침해 가능성에 대해 사전 동의해야 하며,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자감시 장치로 인해 보호관찰대상자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대상자의 헌법적 권리 침해 문제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과 캐나다다. 독일은 25세 이상의 강간범이 징역형과 ‘외과적 거세’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법을 1970년에 제정했다. 캐나다에서는 아동강간범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데포 프로베라’라는 여성호르몬 복합물을 주사한다.
화학적 거세에는 주로 세로토닌계, 안티안드로겐 계열의 약물 치료가 사용된다. 이들 약품은 성적 충동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검증돼 있다. 그러나 강제적 거세를 당한 범죄자들은 불법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나 근육 강화제 같은 호르몬 시술을 받아 거세의 효과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성 범죄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60명 정도의 성범죄자들이 치료 감호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그 실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공주치료감호소 측은 “성 범죄자에 특정한 치료가 이뤄지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선진국에서 행해지는 성 범죄자에 대한 ‘인지 행동적 치료 기법’은 주로 일탈적인 성적 선호를 수정해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즉 일탈적 성적 자극이나 환상으로 인한 성적 각성에 기피적인 사건을 연합시키는 ‘혐오치료’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분노 조절, 성교육, 상담, 가족 치료 등이 이뤄지기도 한다.

‘처벌 강화’ 단순 논리의 함정
인지행동 치료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청소년 범죄자들에 대한 지역 사회 치료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를 보고한 해외 연구 사례들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또래와의 문제, 가족 갈등, 학교 문제에 초점을 두며 치료 프로그램을 받지 않은 집단에 비해 재범율이 현격하게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성폭력 상담소가 있으나 가해자에 대한 민간의 위탁 치료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도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정신분석적, 심리학적 데이터’는 거의 수집하지 않는다. 최근 지방경찰청에 ‘과학수사계’가 설치됐지만 성폭력 문제만을 전담하는 전문가는 전무한 실정이다.
살인, 강간 등 재범 우려가 높은 집단에 대해 유전자 정보를 관리하는 ‘강력범 유전자 DB(데이터 베이스) 수집법’은 올 국회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살인·방화·강간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형이 확정된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인권침해 요소를 없애기 위해 본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게 하고 본인임을 확인하는 유전자에만 국한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도 강력한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벌어진 엽기적 사건의 정신적 상흔이 너무도 깊기 때문이다. 연세대 가정의학과의 한 교수는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이 필요하며 성범죄의 공소시효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아동 성폭행을 포함해 성문화·성매매·성교육 등 관련 정책을 종합 관리할 수 있는 통합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다른 전문가는 “다양한 성범죄자들에 대한 재범 추적 연구가 장기적인 기간에 걸쳐 수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인 추적 연구를 통해 정책 효과성을 입증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정책에 반영하는 피드백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성범죄자들을 등록할 때도 치료를 부과하기 위한 대상자의 선별 절차가 여러 단계와 측면을 고려하여 매우 치밀하게 이뤄진다. 법률적 고려와는 별도로 심리학적 평가 도구가 동원되는 것도 성범죄에 대한 치료, 예방적 접근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초등교에 성폭행 방지용 CCTV 설치
현역 군인의 초등생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포천시내 모 초등학교는 봄방학이 끝나자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 CCTV설치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또 학교주변 문방구, 분식점 등은 승용차로 등?하교시키고 있는 학부모가 늘면서 장사가 안돼 울상을 짓고 있다.
2004년부터 2년 간 5명의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한 모 초등학교측은 봄방학이 끝나자 지난 6일 대책회의를 갖고 오전 7시30분부터 등굣길의 학생보호를 위해 주번교사 3명을 학교 진입로의 골목길 등에 배치하기로 했다.
또 학교 담벼락과 으슥한 골목길 등에는 상반기 중으로 CCTV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등교 시간이 다른 학생에 비해 빠른 맞벌이 부부 자녀는 담임선생이 책임지고 보호하도록 했다.
이밖에 방과후에는 학생들이 3-4명씩 함께 집에 갈 수 있도록 하고, 성추행 예방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학교주변 문방구와 분식점 등은 이용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 앞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오후 9시까지 장사를 했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대부분 승용차 또는 부모와 함께 등교하고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원 차 또는 학부모가 데리고 가는 바람에 오후 6시께면 문을 닫는다”고 달라진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이 학교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애들이 잘 있나 걱정돼 방과 후에는 수시로 전화 걸어 위치를 확인 한다”며 성폭행 사건 이후 부쩍 높아진 학생들 안전에 대한 학부모 관심을 대변했다.
학교 관계자는 “그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계속해왔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담임선생과 개인면담을 강화하는 등 학교가 나서 어린 학생들을 보호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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