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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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의 향방
  • 글 / 박상목 경제부장
  • 승인 2006.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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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없는 부동산 부실정책 ‘양극화’만 심화
강남권 아파트 급등, 정부 정책 변화조짐
오는 2008년부터 상가ㆍ빌딩ㆍ사무실 등에도 주택처럼 토지분과 건물분이 합해진 가격이 공시되고 관련 세금도 이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돼 8ㆍ31에 따른 주택ㆍ토지에 이어 제2의 세금폭탄이 예상된다. 특히 상가와 오피스텔 등에 통합과세가 시행될 경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은 물론 상속ㆍ증여세 등 관련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또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상가ㆍ빌딩ㆍ오피스텔이 바닥에 깔고 있는 토지에 대해서는 개별공시지가로, 건물분에 대해서는 지방세법상 시가표준액으로 가격을 각각 산정해 보유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 건물분에 대한 시가표준액 방식의 가격 산정은 ㎡당 47만원에 불과하고 각 특성을 감안하는 것이어서 시가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다. 토지분에 대해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만 건물은 종합부동산세가 없어 보유세 부담이 덜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이를 전면 통합과세 할 경우 상가ㆍ빌딩ㆍ오피스텔에 대한 보유세가 2008년부터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사업용 토지의 경우 종부세 대상이 40억원 이상이지만 통합과세가 시행될 경우 그 대상이 대폭 늘어나 매물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매매시장이 위축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10억원대 미만 개별점포 위주인 분양시장의 경우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상가 분양시장의 쇼핑몰과 주상복합 등은 고전을 지속하는 반면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나 역세권 등 근린상가 분양시장은 선전하는 등 양극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또 세금 증가에 따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해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영업용 건물의 경우 일반 주택과 달리 형태가 다양하고 수익성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산정에 어려움이 커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간헐적으로 나온 데다 오는 2008년이 정권 변화시기인 만큼 시행 가능성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부의 인식변화
강남 집값 상승 현상을 보는 정부의 시각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최근 강남 분당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 배경으로 ‘실수요’를 꼽은 것. 그동안 내놨던 ‘강남 집값 상승은 투기적 가수요 때문’ 라는 상투적 분석은 사라졌다.
8ㆍ31 대책으로 최소한 강남 지역의 가수요는 없앴다는 이유에서다. 권혁세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제국장은 3월16일 “8.31 대책으로 투기적 가수요가 제도적으로 막혔다”면서 “(최근의 강남 수요는) 실수요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한 주거, 교육 환경 등을 갖춘 지역에 대한 진입 수요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투기를 위해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나머지 집을 팔고 강남 한 채만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사철 수요, 판교 분양 등도 집값 상승 요인으로 꼽았지만 ‘강남 실수요’를 인정한 것 자체가 눈길을 끈다.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정책이 예상되기 때문.
정부는 8ㆍ31 대책에 따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가시화되면 하반기부터 실수요자를 위한 물량이 더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택지공급 확대 노력으로 올해부터 2010년까지 강남 4구에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이 연평균 3만호를 넘는 것도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수요층이 두터운 만큼 이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신규 공급 물량이 아닌 이상 강남 지역의 실수요층 흡수를 위해서라도 재건축 완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재건축 관련 말을 아꼈다. "3월중 서울시의 재건축기본계획 확정에 이어 정부의 재건축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언급만 할 뿐이다. 또 최근 집값 및 전세값 상승에 대해서는 "일시적이고 국지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는 이사철이 끝나고 오는 5월 판교 분양이 완료되면 주택시장의 안정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이어진다.
한편 정부는 이날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 주재로 부동산가격안정심의원회를 열고 성남시 중원구를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판교 분양과 송파 신도시 등의 영향으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부터 이 지역에서 부동산을 팔 경우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 과세된다.


강남권 공급부족이 '묻지마 급등' 불러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연일 상승하는 것은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를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강남 집값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고 재건축은 규제가 너무 많아 수익률이 거의 없다는 일부의 지적도 강남 아파트 앞에 늘어선 기나긴 대기수요 앞에서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정부는 집값의 이상급등 현상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론으로 기울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의 이상급등은 무엇보다 강남 아파트를 찾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갖가지 규제로 재건축을 움쭉달싹 못하게 묶어놓자 수년 뒤 강남권 주택공급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을 내다본 장기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호가를 부풀려놓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남불패’에 대한 믿음과 지방선거ㆍ대선 등 정치일정, 규제완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시중 부동자금의 유입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정부가 최근 2년여 간 십여 차례에 걸쳐 재건축 규제를 내놓고 정책당국간 혼선이 꼬리를 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규제에 대한 내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재건축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재건축 규제로 매물이 자취를 감추자 강남권과 목동ㆍ용산 등지의 일반 아파트까지 연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서울 주요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69평형은 일주일 새 4억원이나 올라 26억원대 시세를 형성했고 목동 신시가지 1단지 45평형도 한 주 만에 2억5,000만원 가량 급등하며 15억원대를 돌파했다. 도곡동 타워랜드공인의 한 관계자는 “투자목적이 아니라 실제 거주하기 위한 매수자의 발길이 꾸준한 반면 매물은 없고 호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남권에서는 재건축ㆍ일반 아파트 가릴 것 없이 들썩이는 데 반해 강북권과 신도시ㆍ수도권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주 강북 주요 자치구들의 아파트 값 변동률은 0.1%대 이하를 맴돌아 1~1.5%대를 넘나든 강남 지역 자치구들과 큰 대조를 보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가격불안 현상이며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낙관론만 펴고 있다.
8ㆍ31 대책의 효과를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한 다주택 보유자들이 여전히 많고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일시적 매물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서울시의 재건축 기본계획이 17일 확정돼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더해 이달 말 재건축 추가 대책이 발표되면 ‘거품’이 서서히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가격급등은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은 호가 위주의 상승으로 보인다”며 “8ㆍ31에 따른 세금부담이 현실화되는 오는 6월1일을 기점으로 다주택 보유자와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가 어느 정도 사그라지고 집값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이 안 먹히는 이유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은 저금리와 은행들의 대출 경쟁으로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게 너무 쉽기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집값이 급등한 최근 2년 동안 주택담보대출이 무려 37조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 등 세제정책, 송파 신도시 등 공급확대방안을 비롯, 금리를 올리거나 주택담보 대출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의 금리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전후한 시장 동향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감액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은 정비례 관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지난해 4~7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와 경기 분당, 용인, 과천 등의 아파트 매매가도 크게 상승했다는 것.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전월대비 3조2,000여억원이나 늘어 200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지난해 6월엔 전국 주택 매매가도 전월대비 0.8%나 증가,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은행 자료에선 더욱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조5,534억원으로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 11조400억원의 2배에 달했다. 경기 부진이 심각했던 2004년에도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고작 6조9,002억원에 그친 데 비해 주택담보대출은 16조3,952억원이나 늘어 중소기업 대출보다 10조원 가까이 증가 규모가 컸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떼일 염려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은행 입장에선 땅 짚고 해엄치기 식 장사”라며 “그러나 지나친 대출 경쟁으로 집값 상승을 압박하고 있는데다 은행 대출이 생산현장보다 부동산 시장에 집중적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도 주택 가격에서 금리의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규헌 주택도시연구원 박사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기초경제여건과 주택가격 변화’ 보고서를 통해 “OECD 국가에서 저금리는 주택 수요를 증가시켜 결국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했다”며 “특히 앞으로의 주택 가격에선 금리 인상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2001년 이후는 1998년 연 16%까지 치솟았던 가계 대출 금리가 한자리수인 연 9~5%까지 떨어진 시기와 맞물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금리 부담이 집값 상승보다 더 적다면 어떤 대책을 내 놓더라도 집값을 안정시키기 힘들다”며 “시가대비 40~60%를 넘지 않도록 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현장에선 사실상 80~90%까지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저금리에 대한 재고 및 주택담보대출 조건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계자산 부동산에 편중이 원인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7대 도시 7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보유 현황과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계자산은 거주주택이 평균 83.4%, 금융자산이 평균 10.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안정적이라 생각하는 가계자산 구성비는 금융자산이 전체의 45.8%, 비금융자산이 54.2%로 조사돼 현실과 차이를 보였다. 또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64.3%에 달하는 미국 가계자산과 비교해도 유동성이 취약한 자산구성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자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은 총자산의 88.6%를 기록했다. ‘거주 주택’ 83.4%, ‘기타부동산’ 5.2%, ‘예적금 및 현금’ 6.4%, ‘보험’ 2.1%, ‘주식 및 채권의 직간접 투자’ 0.9% 순으로 조사됐다.
자산을 늘리기 위한 재원으로는 ‘급여 및 사업수익’이 대부분(81.3%)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대출’이 8.2%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 ‘상속 및 증여(6.4%)’, ‘부동산 투자수익(2.9%)’, ‘금융투자 수익’(1.0%) 순이었다. ‘향후 1년 내 주식 및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 의중’을 물은 질문에 대해서는 “여건이 개선되면 투자 하겠다”는 응답이 65.8%로 “결코 투자할 생각이 없다(30.1%)”는 응답을 크게 앞질렀다. 주식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의 전제조건으로는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이(84.7%) ‘주식관련 상품의 안정성 제고’를 주문했으며, ‘수익성 상승’은 10.6%, ‘정책적 지원’ 2.8%, ‘부동산 등 대체 투자처의 수익성 악화’는 1.9%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재산증식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절약(34.2%)’을 많이 꼽았고, ‘교육비 경감’이 29.2%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물가안정 등 생활비 부담 감소(13.2%)’, ‘정책의 일관성 등 안정된 사회 환경(8.2%)’, ‘장기적인 계획과 인내심(5.2%)’, ‘재테크 전문지식(3.7%)’ 등을 요인으로 꼽았으며, ‘운’이 중요하다는 응답도 6.3%에 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가계자산 중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이뤄져, 필요시 자금을 손쉽게 융통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저축 등의 재테크마저 하락세다”며 “국민들의 안정적 생활을 위해서는 주택을 재산보다 거주지로 보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서울시, 재건축 후보지 319곳 확정

서울시는 오는 2010년까지 서울시내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후보지(주택 재건축 정비예정구역) 총 319곳을 17일 최종 확정 고시했다. 면적으로는 11.2㎢로 서울시 전체 면적의 1.8%, 주거지역 면적의 3.7%에 해당한다.
지난 2월 중순 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된 337곳에서 18곳이 줄어들었다. 줄어든 18곳 중 답십리동 태양, 성산동 유원성산, 사당동 영아, 송파동 반도, 길동 진흥아파트, 동작동 58-18번지 일대 단독주택지 등 6곳은 이미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빠졌다.
계획대로 재건축이 추진되면 임대주택 2만5,252가구를 포함, 모두 21만6,566가구의 주택이 공급된다. 용적률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210% 이하, 2종 190% 이하, 1종 170% 이하를 원칙으로 했다. 또 강남구 대치동 선경ㆍ미도아파트 등 12곳은 주민 의견 대립 등의 사유로 협의대상구역으로 선정되면서 제외됐다. 협의대상구역은 재건축사업의 주민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이나 구역면적이 1ha 미만이 돼 정비예정구역 선정 기준에 미달되는 구역을 말한다. 다만 구역 지정 요건을 갖추고 주민간의 충분한 의견 조정을 통해 재건축 추진에 합의가 되면 시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다.
아울러 서울시는 우선검토구역도 76곳 선정했다. 우선검토구역은 노후도가 정비예정구역 선정 기준을 충족하는 지역이나 노후도 및 요건 등을 검토해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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