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연예인들 음식, 의류 등 다양한 업종 도전
능력 있는 직장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진 투잡스족이 연예계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신세대 가수들에서부터 은퇴한 연예인들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그들은 또 다른 끼를 선보이고 있다. 사업가적인 능력을 한껏 발휘해, 짭짭한 수익을 올린 연예인은 누가 있을까.
사업가로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연예인은 뭐니뭐니해도 ‘토사장’이다. ‘토사장’은 그룹 H.O.T출신의 토니 안(본명 안승호)을 부르는 애칭이다. H.O.T 해체 이후 JTL을 거쳐 솔로 활동을 준비하던 토니 안은 지난해 연예계 활동과 동시에 교복전문업체 ‘스쿨룩스’를 런칭했다. 이름뿐인 얼굴 마담 사장이라고 바라보던 편협한 눈길을 잠재우듯, 그는 올해 1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런칭 1주년을 맞이한 기념 행사장에서 토니 안은 “처음 사업에 뛰어 들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고,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열심히 발로 뛰면 모두 도와주리라 믿었고, 특히 1318 소비자들이 지지해 주었기에 이런 기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수 활동을 겸업하고 있으나, 토니 안은 매 회의와 중요한 결제에 대해선 직접 결정하는 등 직접 경영에 참석해 CEO로서 손색이 없다. 또 스쿨룩스와 함께 연예기획사인 TN엔터테인먼트도 함께 운영중인 그는 “TN엔터테인먼트는 사업자 등록 자체가 제 이름으로 돼 있다”며 “TN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최근 다른 회사와 합병시켜 코스닥에 상장하자는 제의도 받았지만 그럴 경우 소속 연예인들이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토니 안 못지않게 자신의 장점을 살려 사업에 성공한 연예인을 꼽으라면 단연 박명수다. 그는 개그맨으로서의 장점인 코믹과 뻔뻔스러움 그리고 남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치킨과 피자 사업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박명수는 2003년 2월 서울 여의도에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교촌치킨 지점을 열었다. 연예인들의 부업은 더욱이 외식 사업으로의 부업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그다지 이슈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박명수는 그 해 전국 1060개 교촌치킨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박명수는 “그간 여러 번 쓴 고배의 잔을 마셨던 만큼 수익률은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며 사업을 배우기 위한 선택 이었다”고 사업 시작 배경을 밝혔다. 방송 스케줄이 없는 날은 거의 매일 매장에 나가서 직접 치킨 배달에 나서는 것. 여의도 일대 주민들은 ‘치킨 왔습니다’고 외치며 문간에 서 있는 박명수를 보며 단순한 이벤트라고 생각했으나 매일 치킨 배달을 하는 모습을 보고 진정한 사업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박명수는 이런 성실함을 바탕으로 치킨을 자연스럽게 방송 소재로까지 삼으며 전 국민에게 ‘박명수=치킨’이라는 공식을 자연스럽게 기억하도록 하는 등 연예인이라는 이점을 십분 살렸다. 그의 부업 행진은 치킨 매장 인근에 피자 가게를 오픈하면서 더욱 불이 붙었다. 임실치즈피자 체인점을 오픈하는 동시에 서울지사장까지 맡아 또 한 번 대박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토니 안과 박명수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뛰며 잡은 사례라면, 한 마리 토끼를 열심히 쫓으며, 동시에 몰이꾼을 시켜 또 다른 토끼를 쫓으며, 다음을 기약 하는 이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신세대 연예인 이성진과 신지다.
열애설에 휘말릴 정도로 개인적인 친분을 자랑하는 이들은 그들의 공통 관심사인 ‘맛집순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깃집을 차린 것. 신세대 연예인들 사이에서 미식가임을 자처하는 이들은, 방송가에서 공공연하게 ‘입에서 살살 녹는 맛있는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신성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성진, 신지 모두 현재 방송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경영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스케줄이 없는 틈틈이 들러 식당 일을 돕고 있다. 신성의 매니저이자 실질적인 경영자인 박지용 씨는 “둘 다 워낙 바쁜 연예인들이기 때문에 식당을 찾은 손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정도로 참여하고 있지만 음식의 맛과 서비스, 매출액의 변화 등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박은 내 몫이다!”
30여 년 간 걸어온 길을 과감히 버리고 화장품 제조업에 뛰어든 김영애 '참토원' 부회장. 21세 때 연기를 시작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는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전 재산을 투자, 황토화장품 개발을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돈이 없어 전기료를 내지 못하던 시절'을 다 견뎌낸 끝에, 참토원을 지난해 약 4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알짜기업으로 키워냈다. 연기자로선 사실상 활동을 접은 김영애 부회장은 올해 해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 참토원을 글로벌 한 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다.
이혜영은 전 남편 이상민과 이혼의 아픔을 극복하고 의류 브랜드 '미싱 도로시'의 대표 이사로 뛰어난 사업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그동안 디자이너로만 활동하던 의류 브랜드의 법인을 설립하고 대표 이사로 취임했다. 자사 의류 브랜드의 디자인에서부터 홍보, 패션 컨설턴트에 생산과 유통, 마케팅 등을 직접 담당하며 연매출 150억원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도 인터넷 쇼핑몰 확대를 통해 젊은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며, 역시 중국 등지로 판로를 개척할 구상이다.
이외에 개그맨 출신 중에 유독 큰손이 많은데, 주병진은 의류 전문 브랜드인 '좋은 사람들'을 건실하게 키워왔다. 오래전 영화제작에 나섰던 이경규는 10년 가까이 외식 가맹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압구정식품'의 이사로 뛰고 있는 그는 지난 95년 김밥 체인점 '압구정김밥'을 시작했으며, 최근 퓨전 주점인 '압구정 식주소'를 런칭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한편, 1993년 '영구와 공룡 쭈쭈'를 첫 작품으로 내건 심형래는 13년간 SF라는 한 우물만 파왔다. 그의 공과에 대해선 충무로에서도 극단적인 여론이 존재하지만, 한국 그래픽의 수준을 올려놓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을 듯하다. 현재 이무기의 승천을 모티프로 한 '디 워'를 준비 중. 제이슨 베어와 아만다 브룩스 등 할리우드의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미국에서 촬영을 하는 등 6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올 여름 관객들에게 선을 보인다.
한편, 잇따른 연예인 브랜드 출시도 최근의 대박 트렌드 중 하나. 김영애가 GS홈쇼핑을 통해 판로 개척에 성공했고 이혜영이 '미싱 도로시'를 CJ홈쇼핑에서 판매한 것처럼, 홈쇼핑이 연예인 사업가로서 등용문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홍진경은 김치 브랜드 '더 김치'를 지난 7월 이후 CJ홈쇼핑에서 매회 3,000세트 이상을 판매하며 인기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식품 브랜드인 '더 만두'를 지난달 출시한 데 이어 문구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어서 이후 연예계에 큰 파급 효과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의정의 액세서리 브랜드 '엘모너'도 홈쇼핑에서 시간당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히트 상품이다.
연예인 출신인 만큼 연예관련 사업을 하는 이들도 많다.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개그맨 신동엽은 최근 MC전문 매니지먼트회사인 DY엔터테인먼트를 차렸고, 박승대는 개그맨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스마일매니아다. 양원경은 YK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정원관 ‘매머드 기획사’ 도약
소방차 출신의 정원관은 김조한, 조피디 등이 소속된 라임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다.
정원관이 대표이사로 있는 ‘라임피엔이’는 최근 생물공학 및 정밀화학 벤처기업 (주)엔비텍으로부터 유상증자 등의 방법을 통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또 하나의 대형 기획사 탄생을 예고했다. (주)엔비텍은 코스닥 상장법인인 엔틱스소프트의 최대주주다.
이번 투자 유치에 성공한 정원관은 곧바로 자신의 회사인 ‘라임피엔이’를 통해 다각적인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국내 최고 스타급 연예인을 영입하는 치열한 싸움에 적극 뛰어들 예정이며, 이외에 DMB사업, 아카데미, 온라인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라임피엔이의 한 관계자는 “이외에도 이동통신사 모바일 음원사업에도 본격 진출하는 등 향후 놀라운 회사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위해 방송 이용하기도
사업을 하는 연예인 스타들이 부쩍 늘면서 방송이 이들 사업의 광고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타들이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 혹은 출시한 음반을 홍보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는 오래다. 요즘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스타들이 방송에 나와 자신들이 운영하는 요가센터나 음식점, 패션 사업 등을 직간접적으로 홍보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절실해지고 있다. 스타들은 각종 오락 오락프로그램이나 토크쇼 프로그램, 심지어는 코미디에 출연해서 노골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는가 하면 사업 관련 이야기를 장황하게 함으로서 간접적인 사업 홍보를 하고 있다.
한 개그맨은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닭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수차례 공표하는가 하면 최근 들어서는 피자집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을 당당하게 방송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요가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여가수 역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요가의 이점을 설명하는 등 요가 전도사로서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간접홍보 효과를 누렸다. 또한 패션사업을 하는 한 가수는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자사 패션 제품에 대한 자랑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밖에 일부 방송에서는 일부 스타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나 사업장을 찾아 소개하는 친절함까지 베풀고 있다.
이러한 방송사와 스타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방송 전문가들은 직접 상호나 장소, 상표 등 간접 광고에 해당하는 것을 규제하는 방송법은 위반되지 않지만 스타라는 유명성 때문에 시청자들이 쉽게 상호나 업장, 상표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광고나 홍보가 된다며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홈쇼핑, 연예인 브랜드를 노려라
홈쇼핑이 황금 시장으로 열리면서 연예인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속속들이 쏟아져 나왔다. 초기에는 제품 자체보다 유명 스타들의 지명도를 내세운 상품으로 눈길을 끌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 디자인에서부터 제품 제작에까지 참여하는 등 홈쇼핑 연예인 브랜드도 일반 기업의 제품 못지않다는 평을 받으며 상종가를 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황신혜의 ‘엘리프리’(현대 홈쇼핑), 이혜영의 ‘미싱 도로시’(CJ 홈쇼핑), 변정수의 ‘엘라호야’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여자 연예인답게 평소 관심이 많았던 패션 분야에 참여하여, 성공한 사례다.
최근 이혼의 아픔을 겪으며 더욱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이혜영은 순수 홈쇼핑만으로 연매출 100억원을 올리며 성공한 사업가로 반열에 올랐으며,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재 제안, 샘플 테스트, 디자인 및 스타일 제안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황신혜는 고전과 끈기로 홈쇼핑 사업에서 성공했다. 특히 주 공략 타깃을 20대에서 주부들로 바꾸며 출시 1년 만에 평균 방송 회당 1억5,000만∼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에 비해 지난 9월 런칭한 변정수의 ‘엘라호야’는 첫 방송 1시간50분 간 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연예인 브랜드가 인기라는 점을 다시금 인식시켰다. 특히 ‘엘라호야’는 평범한 여성들의 체형을 고려하면서, 변정수의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십분 살려 만든 제품이라는 점에서 런칭 몇 달 만에 인기 품목 상위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렇듯 홈쇼핑에서 연예인 브랜드가 뜨고 있는 이유는 홈쇼핑 초기 좋은 제품을 발굴, 연예인의 이름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홍보에 중점을 둔 반면, 황신혜, 이혜영, 변정수 등은 자신이 직접 개발한 제품에 이름을 걸고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