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국회윤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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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국회윤리위
  • 글/김정숙 기자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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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 마나’ 도마에 오른 국회윤리위원회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 별다른 제재 가하지 못해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이었던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국회 윤리위의 '유명무실론'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의 자정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나 정작 의원들의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전혀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윤리위는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제소된 최 의원 제재 문제에 대한 첫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현재 윤리위에선 제명은 물론, 공개사과 요구 및 출석정지 결정 등 아무런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리위 심사는 징계심사와 윤리심사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징계 심사는 국회 활동과 관련된 사안일 때만 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 활동과 무관한 이번 성추행 건은 윤리심사만 할 수 있고, 여기선 국회의원으로서의 윤리 위반 여부만을 판단해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을 위반했다"고 본인에게 통보하는 것이 전부다.
김원웅 윤리위 위원장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에서 "여당과 야당이 제출한 제소안은 징계안이 아닌 윤리심사만 해달라는 안건"이라며 "윤리위반 여부만 심사해서 피제소자에게 통보하고 주의하라 하는 정도로, 경고도 안 된다"고 밝혔다.
여야가 싸울 때마다 상대에 대한 윤리위 제소를 남발하지만 결론은 항상 유야무야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발생한 대구 술자리 파동건에 연루됐던 여야 의원 6명에 대한 심사안은 심사기간인 석달이 지나 자동 폐기된 바 있으면 지난 연말 국회의장실 여직원에게 폭언을 퍼부어 제소된 임인배 의원 건도 두 달이 넘었지만 아무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 이에 대해 여야는 뒤늦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동안 국회 윤리위는 국회 안에서 의원이 제 역할을 못했거나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것 등을 징계하기 위한 것”이라며 “윤리위가 국회의원으로만 구성돼 있어 제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자문위원단을 두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외부인사 영입을 제안했다.
우리당 이경숙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리위의 솜방망이 처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자팔찌법안 만들기 전에 윤리위 법부터 고쳐야 한다”며 “인권을 침해한 의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제재 강화를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해당 성추행 사건이 “국회의원 신분을 떠나서 일반인으로서도 명백한 성범죄이자 강력하게 처벌되어야 하는 범죄”라며, 거대 야당의 사무총장이자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성 범죄에 대해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또다시 성폭력 문제를 은폐하는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나라당 측에 최연희 사무총장을 “즉각 중징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국회가 “국회의원에 대한 성희롱 교육을 의무화하고 윤리특별위원회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성폭력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계 역시 반발이 거세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는 성명을 통해 최연희 의원이 3선의 중진급 의원이고 한나라당 5·31 지방선거의 총 사렵탑인 공천심사위원장직을 맡고 있었으며, 또한 지역구인 동해시 성폭력상담소의 이사장직을 겸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 더욱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는 최 의원이 “당직은 물론 의원직 사퇴와 함께 성추행에 따른 법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야 마땅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국회 윤리위에 회부만 된 채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주성영 의원의 술자리 여직원 폭언 사건처럼 또 한 번 유야무야될 것인지, 윤리위가 함량미달인 의원들을 솎아내는 데 일조할 것인지”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열린우리당 전국여성위원회도 “법과 제도를 만들어 이 사회의 문지기가 되어야 할 국회의원이 저지른 성추행은 용서 받지 못할 것”이라며 최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했고, 민주노동당 여성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의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를 강조했다.



밀실에서 벗어나야
최연희 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회 윤리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밀실회의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제소된 최연희 의원의 윤리위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2일 열렸던 국회 윤리특위가 예상대로 흐지부지 끝났다. 최 의원을 불러 소명을 들어보자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본인이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한 만큼 빨리 결론을 내리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의원에 대한 윤리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자리조차 정쟁의 장이 된 셈이다.
윤리위가 정파 대립의 장, 동료 의원 봐주기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여야가 한목소리로 윤리위를 개선, 강화하겠다는 다짐을 내놓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지금 국회 윤리위의 징계 규정만으로 보면 성추행 등등을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그런 것들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리위가 명실상부한 국회의 자정기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밀실회의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에 설치된 각 특위와 상임위 회의는 정보위원회를 제외하고는 공개가 원칙이다. 하지만 유독 윤리위만이 비공개로 회의로 진행하되 공개를 위해서는 위원회의 의결을 필수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의원들의 신상에 관한 사항이어서 비공개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입법취지다.
그러나 이런 취지가 악용돼 어느새 국민들 눈을 피해가며 제식구를 감싸는 밀실 회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윤리위 제도개선 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도 “공개회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 적극 공감한다면서 이번주 초 발표할 예정인 윤리위 개선방안에 포함시켜 입법화 과정을 밟겠다고 밝혔다. 폐쇄된 밀실회의라는 비난을 받아온 윤리위가 최연희 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穩綏?투명한 감시가 보장되는 열린 공간으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식구 감싸기 추태도…
일부 여야 의원이 성 추행 파문을 일으킨 최연희 의원을 변호, 동정하는 듯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광원 의원은 자신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최 의원의 성 추행은 분명 적절치 못했고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 받기 힘든 행동”이라면서도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아름다운 꽃을 보면 누구나 향기에 취하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게 자연의 순리”라며 “노출을 즐기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조차 용납할 수 없다면 이는 ‘가치관의 독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최 의원의 성 추행을 아름다운 꽃향기에 취하고 싶은 행동에 비유하다니 어이가 없다”, “국회의원의 의식수준이 겨우 이 정도냐”는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당원 게시판엔 거친 욕설과 함께 출당 요구까지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한 의원은 문제의 글을 삭제하면서도 “최 의원을 옹호하려던 게 아닌데 일부에서 말꼬투리를 잡는 데 대해 유감스럽다”며 네티즌에게 화살을 돌렸다. 앞서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인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지난달 28일과 1일 자신의 홈페이지 글에서 “최 의원은 후진적 술 문화의 희생양일 뿐”, “여론재판에 떠밀려 훌륭한 한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술 먹고 한 성 추행은 용서가 된다는 것이냐”는 비난을 자초했다.
한편 우리당 정청래 의원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 앞에서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을 상대로 최 의원의 성 추행 장면을 재연하는 제스처를 해 빈축을 샀다.



당정, WBC 한국 야구대표팀 병역특례 인정 결정
예상을 깨고 6전 전승으로 승승장구하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진출한 한국 야구대표팀의 병역특례가 사실상 확정됐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3월 1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김한길 원내대표와 강봉균 정책위의장,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부 정례 당정협의를 열어 WBC 참가선수들 중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대상에 대해 병역특례를 인정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키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되는 대상은 미국전에서 3점 홈런을 친 최희섭을 비롯해 김선우, 봉중근 등 해외파 3명과 오승환, 배영수, 이진영, 이범호 등 국내파 8명 등 모두 11명이다.
이근식 열린우리당 제2정조위원장은 당정협의 후 국회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WBC 참가 선수 병역특례 문제는 충분한 토의 끝에 올림픽 3위, 아시안 게임 1위, 월드컵 16강에 준하는 기준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 시행령상 병역특례의 조건이 되는 국위선양 항목에 대해 이번 WBC 국가대표팀이 부합한다는 것.
형평성 논란이 있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 이 위원장은 “그 문제에 대해 여러 논의와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국위 선양,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고 용기와 자부심을 불어넣어준 이번 일은 월드컵이나 아시안 게임, 올림픽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도 되지 않겠느냐는 결론을 내렸다”고 답변했다.
병역 문제에 특히 민감한 우리나라의 정서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내려진 병역특례 결정은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을 대파하고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통쾌하게 연파한 야구 국가대표팀에게 병역특례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날 결정에 따라 정부당국은 병역특례에 관한 시행령을 올 상반기 중에 개정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렇게 되면 대상자는 5주간의 훈련만 마치고 곧바로 예비군으로 편성되게 된다.
한편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현재 8년으로 편성돼 있는 예비군 복무기간을 편성 5년, 훈련은 4년으로 단축시키는 방안도 합의됐다.
예비군 단축 계획은 최초 국방개혁안을 통해 제안됐으며 지난달 김한길 원내대표도 대표연설을 통해 단축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현재 시행중인 병역의무자의 해외여행 허가제도를 개정해 24세까지는 해외여행 자유화, 25세부터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이날 당정협의에서 결정됐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한류스타의 병역혜택에 대해서는 이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답변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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