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이라는 단어 앞에서 더 강해지는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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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이라는 단어 앞에서 더 강해지는 이 사람
  • 이준동 차장
  • 승인 2013.04.0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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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 희망의 싹을 틔우다, 엘살바도르의 한인 거상 하경서

15개 계열사 통해 다각적인 사업 진행 

‘CAISA’는 CAJAS INTERNATIONAL S.A. DE C.V의 약자로 스페인어로 CAJA는 상자, S.A DE C.V.는 주식회사를 뜻한다. 현재 패키징, 의류, 커피 농장, 요트 마리나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한 해 약 2억 4,000만 불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CAISA는 15개의 계열사와 5,400여 명의 종업원과 함께하고 있다. 특히 CAISA는 포장박스를 생산하는 패키징 사업으로 엘살바도르와 한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회사로서 한국과 현지에 일자리를 창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2년 10월25일에는 국무총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CAISA는 종이 상자, 종이 파이프, 플라스틱 콘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종이 상자는 의류, 식품, 화장품 등 물품 포장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현지 업체들은 물론 DHL, 네슬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들도 CAISA의 단골 고객이다. 종이 파이프 역시 원단용 지관, 원사용 지관, 테이프 지관 등 고객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원사를 감는 플라스틱 콘도 생산하고 있다. 향후 아크릴 코팅 포장박스 등 생산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며, 과테말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재 과테말라 자회사에 대규모 생산설비 설치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15개 계열사의 다양한 사업 중 봉제업은 CAISA 그룹의 주요 사업이다. 그 중 TexOps에서는 고급 스포츠웨어를 생산하고 있다. TexOps는 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춰 엘살바도르 봉제공장 중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봉제 공장들이 한 대에 수십만 달러를 호가하는 값비싼 기계에 투자하기보다 저렴한 인건비의 직원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하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특별한 아이템 없이는 봉제업으로 마진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 돈 1~2센트를 벌기보다, 더 많이 투자해 1~2달러를 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 세계에서 좋다는 기계, 종이, 원단을 수입해 최고 퀼리티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TexOps의 스포츠웨어는 엘살바도르의 국가 대표 선수들이 먼저 찾는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제 3의 길을 가다 

하 회장의 엘살바도르에서의 삶은 한마디로 개척자의 삶이었다. 10살에 미국 LA로 이민을 떠난 그는 LA에 정착해 30대 초반에 봉제 공장 4개를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되면서 미국에서의 봉제업이 큰 위기를 맞아 모든 오더가 멕시코로 옮겨가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에서 봉제업을 접느냐, 아니면 남들처럼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하 회장은 제3의 길을 선택했다. 미국도 멕시코도 아닌 내전이 끝난 지 2년 밖에 안 된 엘살바도르에 진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편안한 안전지대를 두고 새로운 길을 발견한 그는 투자를 실행하며 황무지를 개척해 더 큰 성공을 이뤘다. 

“1994년에 엘살바도르에 처음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현지 사업 초기, 불안한 경제 상황과 치안으로 숱한 위기를 겪었죠. 사기를 당하거나 강도를 만난 것도 여러 차례, 과테말라 출장길에 총기로 무장한 강도단을 만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전기, 수도와 같은 사회기반 시설이 열악해 작은 정전으로 인해 공장 운영에 차질을 겪기도 했고 경차에 짐을 싣고 여러 명이 함께 차를 타, 언덕을 올라가기도 힘들었던 기억들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정신이 성공의 원동력 

하 회장은 봉제업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봉제업과 연관된 패키징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향후에는 TPP(환태평양 경제 파트너십)가 발효되고 중미의 인건비가 상승하면 엘살바도르의 봉제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 회장은 미래의 잠재적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자체 의류 브랜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체 의류 브랜드로 성공을 거두면 국제 산업 환경 변화, 인건비 상승 등 생산 공장으로서 갖고 있던 위험 요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그간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커피 농장 운영, 요트 마리나 건설, 폴리에스터 방적 공장 설립, 플라스틱 사업 확장, 미래 에너지 사업 진출 등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 회장은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 온다’라는 말을 믿습니다. 세상에 살면서 운이 좋아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언제든지 기회가 찾아올 수 있기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노하우, 네트워킹, 자금 조달, 주위의 평판관리 등 철저한 준비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검은 띠를 차고 있어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주위 사람과 함께 이루는 성공이 진정한 의미 있어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따라 미국 이민 길에 올라 낯선 땅을 개척하며 살아온 하 회장은 불안하고 부족한 환경이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남들에게는 불안한 위기의 땅인 엘살바도르를 기회의 땅으로 만든 그는 늘 이웃과 나누고 베풀라고 가르쳤던 어머니를 본받아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이웃 돌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가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유도 더 큰 나눔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 회장에게 엘살바도르는 절망이 아닌 늘 새로운 성공을 꿈꿀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엘살바도르 16대 한인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하 회장은 교민들과 함께 사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엘살바도르 한글학교 교장으로 한인 자녀들에게 한글과 한국 문화 교육 지원을 통해 이민 2세들이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민들이 바라왔던 한글학교 자체건물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 미혼모들을 위한 후원 프로그램과 직원들을 위한 유치원, 병원, 교회, 유기농 농장, 무료 영어강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 회장은 “주위를 둘러보면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지만 경제적, 사회적인 성공을 이룬 분들 중 정작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행복은 돈이나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80세가 되어서 제 옆에 있는 이들이 먼저 행복하고 잘 되는 것, 저와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 모두 함께 잘되는 것입니다”라며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 국민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대학 진학, 취업 등의 극심한 경쟁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옆을 바라보지 말고 올바른 한 길로 꾸준히 가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먼 타국에서 보내는 저의 글로벌 성공 스토리가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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