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상징’인 장어는 일반인들이 흔히 찾는 보양식이다. 비타민 A와 단백질, 지방이 풍부해, 체력을 길러주는 건강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품질을 믿고 맛 또한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그 해답을 진주에서 찾았다. 대형 장어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진주성 앞 장어촌은 이제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있는 명소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장어촌의 원조집으로 불리고 있는 ‘유정장어’는 4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365일 장어구이 단 한가지로 손님들의 입맛을 잡고 있는 유정장어의 곽기영 대표를 만나 보았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사업가로
경상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곽기영 대표는 진주상호저축은행(옛 진주저축은행)에 첫 직장으로 입사를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속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은행일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외식사업에 도전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곽 대표가 생각한 아이템은 바로 기차를 리모델링한 레스토랑이었다. 가족과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한번 하고자 하는 일은 끝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근성을 가지고 있는 그이기에 과감히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명을 다한 기관실과 객차를 각각 한량씩구입해 남해고속도로 진주IC 근처 빈터에서 2000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기차와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남다른 인테리어와 독특한 아이템 덕분에 처음에는 손님들이 꽤 몰렸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곽 대표의 아이템을 모방한 레스토랑이 진주 시내에 두 곳이나 생기면서 손해를 보게 되자 결국 2년만에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 사업을 정리하고 또다른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을 무렵, 그에게 뜻하지 않은 제안이 들어왔다. 전통과 유서가 깊은 유정장어가 운영악화로 인해 채권단인 진주상호저축은행에서 직접 운영도 해 보았지만 적자만 더 해지자 은행(대표 윤철지)측에서 곽 대표에게 경영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폐업직전이었던 유정장어였기에 곽 대표는 리모델링 비용 5억 원을 대출 투자약속을 받은 후 제안을 승낙했다. 이렇게 2002년부터 유정장어를 맡은 곽 대표는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장어구이에 희노애락을 담아서
유정장어라는 이름 때문에 승승장구 할 줄 알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장어구이의 맛의 핵심인 양념을 만드는 할머니가 몸이 안좋아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이제 갓 가게를 맡은 곽 대표는 절박했기에 몇 번을 할머니를 찾아가 설득한 끝에 도와주겠다는 확답을 받을 수가 있었다. 부산 내 양식장의 민물장어와 삼천포, 통영 근해에서 잡은 바닷장어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유정장어의 가장 큰 특징은 장어를 미리 손질해 초벌구이를 해서 냉동상태로 보관해 손님들이 주문을 하면 다시 재벌을 한다는 것이다.
“한 번에 장어를 300kg을 들여옵니다. 이를 수 십 년 동안 장어손질만 한 전문가들이 손질을 합니다. 이렇게 머리와 내장, 뼈를 제거한 뒤 연탄불에 초벌구이를 한 뒤 냉동보관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장어의 맛이 훨씬 더 풍부하고 고소해집니다.”
장어를 초벌구이해 냉동보관을 하는 것은 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았던 예전에는 죽은 장어를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초벌구이를 한 후 냉동보관을 하면 맛뿐만 아니라 신선도까지 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맛과 멋이 공존하는 곳, 유정장어
유정장어에는 민물장어, 바닷장어, 장어탕과 곽 대표가 직접 개발한 모밀냉면 등 다양한 메뉴로 손님들을 맞이 하고 있다. 초벌구이과정을 통해 장어특유의 흙내 나는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 후 3일에 걸쳐 정성으로 우려낸 유정장어만의 특제소스를 6~7회 덧발라가며 재벌구이해 직접 개발한 고추장 양념과 한방간장양념으로 취향에 따라 민물장어구이와 바닷장어구이로 손님상에 나간다. 특히 곽 대표가 직접 개발한 장어탕과 모밀냉면은 별미 중의 별미다. 때문에 현재는 장어탕과 모밀냉면을 접목한‘서리안’을 프랜차이즈화 하려는 계획 중에 있다고 한다.
“‘서리안’의 메뉴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퓨전음식이기 때문에 진주를 시작으로 전국에 가맹점 모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정장어 만큼은 진주가 원조이기 때문에 가맹점 모집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장어구이는 다른 음식들과 달리 비즈니스가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니까요. 오로지 맛으로만 승부하고 싶습니다.”
우리음식을 외국인에게 알리기 위한 협회인 국제요식업협회의 경남지부장을 비롯하여 지역 내 청소년 선도정화를 위해 진주 YMCA 청소년미디어활동위원회 부위원장과 로타리클럽 등 지역사회발전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는 곽기영 대표. 그의 활동과 더불어 바람처럼 유정장어가 진주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제일 으뜸가는 장어전문점이 될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