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액 항상성 조절 연구, 한의학의 신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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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액 항상성 조절 연구, 한의학의 신성장동력
  • 송재호 이사
  • 승인 2013.04.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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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중심의 한의학으로 도약해 세계 시장 이끌겠다”

체액 항상성, 생명현상 유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차지 

항상성은 한·양방의학 모두에서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하고 근본적인 원리로 인식되고 있다. 한의학에 있어서 음·양의 평형상태는 항상성 즉 건강상태를, 불균형 상태는 질병을 의미한다. 따라서 불균형 상태의 치료는 음·양 부조화를 침, 뜸, 약 등을 사용하여 평형상태로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증상은 보음을 양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증상에는 보양을 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다양한 한약제제와 침뜸을 이용해 변조된 체액항상성을 조절해왔고 그 효능은 임상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명확한 치료기전의 설명과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2008년 한국연구재단의 우수 연구집단 육성사업(MRC)에 선정된 원광대학교 한방체액조절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이호섭 센터장)는 한의학 체액조절 관련 기초이론을 확립하기 위한 큰 길을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호섭 센터장은 “한방체액조절연구센터는 한의학적 발병 및 치료이론과 현대 생의학적 연구방법을 응용하여 신장 및 심혈관계의 체액조절 관련 연구와 핵심 호르몬 조절 기전 등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한·양방의 신 의료기술 개발에 활용하고자 합니다. 이로써 신장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 등 각종 대사성 질환 관련 치료기술 개발에 필요한 기초연구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임상 영역의 치료기술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나아가 이 센터장은 분자생물학에서 임상한의학에 이르는 전문성을 갖춘 한의학 기초 과학자를 육성함으로써 기초한의학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계획이다. 
 

한의학 처방에 대한 현대 의학적 분석방법 도입

연구센터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공통적인 목표인 우리 몸 항상성의 유지를 위한 한의학 처방이 몸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현대적인 분석방법으로 규명하여 하나의 언어체계로 해석하고 궁극적으로 한방과 양방의 협력이 가능하도록 각각의 한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몸의 체액 조절은 주로 심장과 신장이 담당한다. 서양의학에서는 각각의 다른 장기가 서로 다른 구실을 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1950년대 실험을 통해 심장과 신장이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한방에서 심신(心腎)의 상오제약(相五制約)과 같은 이론으로 이후 의과학자들은 심장에서 내분비물질인 ‘심방이뇨호르몬(ANP)’이 분비되고 이것이 신장에서 이뇨작용을 하는 작동원리를 규명했다. 연구 센터는 심장에서 혈압을 조절하는 기능과 신장에서 물을 조절하는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어 한의학적 관점에서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서양의학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밝힘으로써 서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서양의학에서는 아직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만성적인 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제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한의학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바이다. 

이 센터장은 “연구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방제제가 심혈관 및 호르몬계에 작용하여 체액을 조절하는 기전을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장에서의 작용 기전을 규명하여 혈압조절 기전을 밝히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세계화의 파고 속에 한의학의 경쟁력 제고 

한의학은 의료시장 개방으로 세계 시장의 앞에 서있다. 연구센터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의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근거 중심의 의학으로 얼마나 튼튼하게 자리 잡느냐가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한의학의 전통과 현대의 과학기술이 결합해야 한다. 이에 기존의 한의학에 대한 기초적 연구 및 진단, 치료 기술의 표준화와 과학화가 필요하다. 

이 센터장은 “체액은 세포 안에 있는 것과 혈관 안에 있는 것, 장기와 장기 사이에 있는 간질액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전체 체액량을 결정하는 것은 신장입니다”라며 “한약의 각 성분들이 어떻게 함께 세포 차원에서부터 개체 전체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세포학적, 조직학적 연구를 통해 규명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센터의 이러한 노력으로 산업경제발전 측면에서 기존의 한의학 치료이론과 방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세계시장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건강기능성 식품과 천연물 신약 및 의료기기의 개발을 가능하게 해 국가의료보건산업 경쟁력 확보와 산업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센터장은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인 노화와 질병과 관련한 치료제 개발을 위한 우수한 인력 확보가 관건입니다”라고 말했다.   

한의학은 연구 성과 평가기준의 하나인 과학논문 인용색인(SCI) 논문을 발표하기 쉽지 않다. 평가를 맡아줄 적절한 전문가가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구센터의 논문은 2010년 세계 최대의 학술전문 출판사인 엘스비어사가 발행하는 <Vascular Pharmacology>에서 최다 인용 상위 10위 안에 드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2012년에는 관련 분야 세계 1위 잡지인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 한약을 이용한 연구로 3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한의학은 세계화라는 거대한 파고의 한가운데 서 있으며,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을 확장하기 위하여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한의학의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켜야 합니다. 한중일 3국에서 전통적인 한의학의 본질을 가장 잘 보존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정부에서도 한의학연구원에 대한 지원과 한의과학 분야의 연구 프로젝트 지원을 늘려 한의학을 지원해야 합니다. 한의학에 관한 연구를 한의학자들만이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소통과 융합을 통해 한국의학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합심해야 할 것입니다. 연구 센터의 모든 연구원들은 근거 중심의학으로 한의학을 발전시키고자 열정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한의학이 세계 의료계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연구센터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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