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앞 다투어 LTE기술을 도입하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에 익숙해졌다. 시장의 포화상태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LTE 서비스를 일제히 시작하며 수익률 높이기에 섰다. LTE와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1인당 평균 매출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통신사들은 LTE 통신망 구축과 마케팅 비용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고 비용 회수를 위해서는 많은 고객을 확보해야하는 것이 당연지사. 보조금 경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유다.
과열경쟁 방지 나선 방통위, 효과는 미지수
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업체들 간의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겠다고 나섰다.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로 시작해서 1월31일부터 2월21일까지 22일 동안 SK텔레콤이, 2월22일부터 3월13일까지 20일 동안 KT가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로 꼼짝도 못하는 사이 SK텔레콤과 KT가 틈을 타 번호이동 고객을 대상으로 보조금 과열 경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이동통신사들은 기기변경 혜택을 늘리는 등 이탈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대책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사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시장은 내내 과열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에 쓰는 돈과 정비례하게 번호이동 건수가 늘어난다”며 “결국 영업정지 기간에도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보조금 경쟁을 중단하라고 경고하고 현장검증을 벌이는 한편 추가 영업정지와 과징금 부가 등 혹독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이러한 처벌의 대상을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객확보 경쟁 최고에 달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이동통신사들의 LTE가입자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번호이동 건수가 사상 최고에 달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번호 이동 건수는 총 1,255만 6,840건으로 번호이동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래 가장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LTE 가입자 확보를 위한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며 방통위가 조사에 착수한 지난해 9월에서 10월 사이에는 번호이동이 가장 적었다. 사업자별로는 지난해 LG유플러스의 번호이동 가입자가 가장 많이 증가했고 KT 번호이동 가입자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에 방통위가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 차별지급과 시장혼탁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 지난해 12월24일 이동총신3사에 과징금 118억 9,000만 원과 총 66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휴대폰 보조금이 27만 원을 넘지 못하게 했다. 이에 따라 각 이동통신사는 영업정지 기간 중에는 신규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게 됐다.
고객들의 만족도는 예전보다 못해
막대한 투자비용을 쏟아 부은 LTE, 그러나 막대한 투자비용과 마케팅 부담으로 인해 수익성은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감소했다. 이러한 수익성 감소는 이동통신사 간의 LTE경쟁으로 인해 1조 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 투자와 전국 LTE망 확충 등으로 네트워크 투자비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SK텔레콤 측은 LTE 가입자 확보로 중장기적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막대한 설비 투자로 LTE망을 확충했지만 정작 고객들의 만족도는 예전보다 못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휴대폰 전문 리서치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가 휴대폰 이용자 7만 3,3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44%만이 이동통신사의 서비스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TE 서비스가 보급화되기 전보다 10%가량 떨어진 수치다. 게다가 다른 통신사로 전환하고 싶어 하는 이용자도 34%에 달하며 휴대폰 이용자 간의 통신사 이동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LG유플러스는 타 통신사의 만족도가 떨어진 것에 비해 만족도를 41%로 유지하며 선전했다. 이는 LG유플러스가 LTE를 가장 발 빠르게 도입하며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무선데이터 품질 면에서도 LG유플러스가 가장 높은 만족률을 보이면서, LTE 품질 강화가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은 막대한 설비 투자 등을 이유로 LTE 무제한 요금제 도입을 꺼려왔다. 그런데 이번 영업정지를 계기로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LTE 무제한 요금제라는 강수를 내놨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빼앗겼던 고객을 되찾아 오겠다는 것이다. 지난 1월25일 LG유플러스가 LTE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나서자 같은 날 KT가 유사한 LTE요금제로 맞불을 놓았고 SK텔레콤도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1월26일 LTE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동통신사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선전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데이터 트래픽 급증으로 인한 품질저하로 소비자의 불만을 샀던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움직임은 다소 급작스럽다. 이동통신사들이 3G 스마트폰 초기 경쟁적으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을 내놓았으나 이는 트래픽 급증으로 이어졌다. LTE 서비스를 시작할 때 무제한 요금제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에 눈앞의 이익 때문에 과거의 우를 다시 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를 쓴 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추진 중이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LTE 무제한 요금제, 누굴 위한 것인가
페어프라이스 제도 도입해야
3사 모두가 잇따라 LTE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이 반길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비싼 요금제 때문이다. 3G 무제한 요금제가 5만 원대인 것과 달리 LTE 무제한 요금제는 통신사별 기본료가 최소 9만 원에서 10만 원대로, 소비자가 9만 5,000원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부가세와 단말기 값을 포함해 월 통신비가 15만 원 이상 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본료가 비싼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면 휴대폰 기기를 무료로 주는 판촉행위가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지난 1월24일 KT 표현명 사장이 휴대폰 유통질서를 바로잡으려면 휴대폰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표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말기 보조금은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쳐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 이통사의 약정보조금, 대리점의 자체 보조금 등이 더해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제조사가 보조금을 없애면 출고가격이 내려가고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라며 이동통신 시장의 혼탁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페어프라이스’제도를 꼽았다. KT는 2011년부터 휴대폰 출고가격을 소비자들에게 공개해 휴대폰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페어프라이스’제도를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