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종합격투기의 시련과 도약, 팬들의 손에 달렸다
상태바
토종 종합격투기의 시련과 도약, 팬들의 손에 달렸다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3.01.07 2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중한 우리의 자산, 잃어버린 뒤에야 후회할 것인가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꾸중이 교육적인가에 대해 수치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좋은 아이로 키우는 데 있어서 칭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달콤한 사탕이 치아를 썩게 만들고,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점과 비슷한 이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수치로는 측정할 수는 없으나, 그 꾸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을 때는 교육적인 것은 고사하고 자체가 ‘학대’라는 점이다. 이 복잡 미묘한 기준 사이에는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더도 덜도 아닌 딱 적당한 정도로 말이다.

악플은 명백한 학대요, 폭력이다

   
 
과연 어디까지의 꾸중이 교육이고, 어디부터가 학대인가. 최근 로드FC(정문홍 대표)를 둘러싼 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보며 문득 떠올린 이야기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종합격투기로 도약한 로드FC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 힘으로 일궈낸 토종 브랜드이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할 가능성이 어느 것보다 높은 자부심 가득한 한류의 다른 축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24일 로드FC는 화끈한 야구의 도시 부산에서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가 열린 벡스코는 사직구장 못지 않은 인파와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대회는 로드FC가 개최하는 10회 대회였다. 10진법을 주로 쓰는 현대 인류에게 ‘10’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로드FC는 정문홍 대표를 비롯한 스탭과 관계자들이 별다른 외부 스폰 없이 오직 열정과 의지 그리고 의리로 이끌어온 대회였다. 그저 후배들에게 마음껏 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는 그들의 꿈은 그렇게 감격어린 10회를 맞이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회를 마친 다음날 로드FC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국내종합격투기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악플들 때문이었다. 사실 로드FC는 대회를 마칠 때마다 각종 악플에 시달려 왔다. 물론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한 스탭을 격려하는 글이 더 많이 올라온다. 토종 격투기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을 드러내는 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바늘은 작고 뾰족할수록 아픈 법이다. 다음 대회에서 보다 나은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꼼꼼하게 인터넷을 모니터링 하는 스탭 입장에서는 아프다 못해 쓰라린 악플들이 더 눈에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대회가 성황을 이룰수록 힘이 빠져요”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그럴 수 없더라고요. 로드FC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라고 생각해보자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터무니없고 아픈 악플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필자는 로드FC의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김성원 실장과 전화통화를 자주하는 편이다. 사적인 안부를 나눌 때도 있고, 대회가 있을 때 각종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할 경우도 있다. 대회가 임박할 무렵에는 그의 목소리에 생기가 넘친다. 특별한 이벤트 경기라도 펼쳐질 때면 소풍을 앞둔 소년처럼 설렘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유독 대회를 마친 후 얼마 동안에는 김 실장의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 그 이유 모를 ‘힘 빠짐’은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더욱 심해졌다. 한 번은 악플에 대한 법적대응에 대한 자문을 요청받기도 했을 정도였다.

대체 악플이 어떤 수준이기에 법적대응까지 고려할까 싶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는 두어 개를 읽다 말고 그만 인터넷을 끄고 말았다. 토종 종합격투기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팬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수적이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그 속에는 달콤한 칭찬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로드FC를 아끼는 종합격투기 팬들에게는 대회운영의 미숙함이나, 경기의 대중성에 문제가 있다면 마땅히 이를 지적하고 시정할 권리가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질 높고 재미있는 다음 경기를 위한 당근과 채찍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랑과 관심이 배제된 채 무조건 ‘까고 보는 식’의 악플은 명백한 학대다. 또한 그것은 로드FC라는 무형의 브랜드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 회의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귀가는 고사하고 몇 날을 하루 같이 밤샘하며 피와 땀을 흘리는 수많은 스탭에 대한 폭력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7회 대회 직후 불거진 ‘승부조작 시비’ 단순한 악플을 넘어 모독에 가까운 것이었다. 로드FC의 탄생과정이나, 경기운영 방식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후 로드FC 관계자들은 이를 단순한 악플로 넘기지 못하고, 울분과 서글픔을 품은 채 ‘과연 이 대회를 계속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완전히 잃어버리고 나서 후회할 것인가

부산에서 열린 10회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며칠 뒤 SNS에 정문홍 대표의 탄식어린 글이 하나 올라왔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이라며 사견임을 전제한 채 “국내에서는 절대 종합격투기 비즈니스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후배들과의 약속 때문에 그냥 하는 것”이라며 “어차피 망하게 될 테니 음해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하며 글을 맺었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토종 종합격투기 대표가 한 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비록 SNS라는 매체를 통해서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매우 지치고 힘겨워 보였다. 수차례의 인터뷰 과정에서 필자가 느낀 정 대표의 이미지는 과묵함과 사나이다움이었다. 말로 뱉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 실천하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런 성품을 가진 정 대표가 탄식하고, 원망하고, 절망하며 또한 서글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스포츠 시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로드FC를 음해하고 악플로 괴롭히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할지 모른다. 중요한 건 그들을 제외하고 로드FC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사실 이 글은 단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다. 길지도 않은 딱 한마디다.

“로드FC라는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리고 난 후에야 후회할 것입니까?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사랑한다면, 마땅히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합니다.”

자랑찬 토종 종합격투기 로드FC,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경기를 위해 불철주야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이름모를 스탭들 모두모두 화이팅!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