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 서울시의원, 서울로 7017에 일침

이혜경 서울시의원(중구2, 자유한국당)은 지난 15일 열린 제274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서울로 7017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서울시의 대책을 요구했다.
애초 380억 원이던 사업비를 2차에 걸쳐 579억 원으로 증액하면서 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말문을 연 이혜경 의원은 콘크리트 균열과 박리, 엉성한 공사마무리, 수목식재와 관리 문제 등을 나열하며 졸속공사가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개장한 지 한달이 되지 않은 서울로 7017 곳곳에서 균열과 시멘트 박리 현상이 발생, 관계당국이 서둘러 하자보수에 나섰다. 특히 일부에서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이상 구조물의 기준으로 제시한 0.5mm 이상의 균열도 발견됐다. 식물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의 경우 주변이 떨어져 나가거나 시멘트 잔해가 그대로 묻어있는 경우, 명판의 위치가 제각각인 경우 등이 지적됐다.
이혜경 의원은 특히 극음지식물, 음지식물 등이 다수 서울로 7017에 식재돼 있는 점을 거론하며, 식물의 생육환경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식재로 소중한 생명들이 고사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분양과 운반을 위해 임시로 식물을 심어놓는 플라스틱 임시화분을 제거하지 않은 채, 흙만 덮어 눈가림한 처사를 지적하며, 생명에 대한 존중과 식물에 대한 애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로 7017에 식재돼 있는 약 240여 종의 수목 중 주목, 사철나무, 회양목, 칠엽수, 측백나무, 단풍나무, 칠엽수, 함박꽃나무, 두메부추, 노루오줌 등은 음지식물로 분류된다. 잣나무, 느릅나무, 때죽나무, 물푸레나무, 맥문동, 비비추, 기린초 등은 반(중)음지식물로 분류된다.
현재 서울로 7017에는 음지식물 외에도 수생식물 역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썩은 채 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으며, 양지식물 조차 강한 햇빛을 견디지 못하고 누렇게 말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혜경 의원은 서울시가 음지식물인지 양지식물인지,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인지 아닌지, 어느 계절에 적합한 식물인지 등 다양한 생육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가나다순으로 식재를 함으로써 수목이 고사하고, 또 이로 인해 매년 수억의 수목식재비가 반복적으로 지출될 것을 우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수목의 식재방식과 관리문제를 우려하는 지적에 “2만3천주를 심다보면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다소 안일하게 답변했다.
이에 앞서 박원순 시장은 시정질문 시작과 함께 청계천 사업의 성공여부를 되묻거나, 청계천 개장 당시 초기 방문자수와 비교하는 등 서울로와 무관한 사업을 거론하며 답변을 회피하거나, 서울로 7017의 하자발생과 미흡한 마무리 문제에 대한 지적에 안전대책을 제시하는 대신 잘 된 사업을 두고 왜 비판하냐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서울로 7017에 대한 비판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 밖에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과 남대문시장 활성화 등을 추진하던 ‘서울역일대 종합발전기획단’이 해당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기도 전에 ‘서울로 7017운영단’으로 변경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서울로 7017을 유지·관리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두루뭉실한 답변을 내놓거나, 세종시 옥상길과 비교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세종청사는 신축건물이라 비교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세종시 정부청사 옥상길은 총 연장 약 3.6km로 1.2km(진입구간 포함)에 불과한 서울로 7017의 3배에 이른다. 식재수목은 서울로 7017이 약 2만4천주, 세종청사 옥상길은 11만 7천여 주로 약 5배 가량 차이가 난다. 서울로 7017의 총 공사비는 약 597억으로 서울시는 이 중 대부분이 안전등급 D등급이었던 서울로의 안전보강에 쓰였다고 답변했다. 세종청사 옥상길은 약 90억 정도의 조성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이혜경 의원은 서울시가 벤치마킹한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나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떼가 10년 이상 주민과 소통하며 사업을 만들어왔다는 점을 언급하고, 서울로 7017이 추진과정에서 서울시의회, 시민들과의 소통에 소홀했다는 점을 지적, 인근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회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시정질문을 마친 이혜경 의원은 “시정질문을 준비하며 서울로 7017에 7번 올라갔고, 그 곳에서 만난 시민들과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의견을 취합해 몇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며, “시민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반박과 자화자찬으로 설득하려는 자세는 다소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혜경 의원은 서울로 7017의 성과와 관련, 서울로의 완공으로 단절됐던 서울역 남측과 북측이 보행로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주변지역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을 들었다.
시정질문 내내 공무원의 노고를 먼저 치하해달라는 박원순 시장의 요구에 대해서는 “하이라인 파크나 프롬나드 플랑떼가 10년 이상 걸린 것에 비해 2년이라는 단기간에 서울로 7017이 완공된 것은 관계공무원들이 불철주야 매달린 결과”라고 격려를 전했다. 다만, 지금도 매우 열악한 현장사무실에서 막바지 공사와 하자보수, 운영 등을 책임지고 있는 12명의 공무원들을 직접 언급하며, “역점사업이라는 이유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2년 안에 해낸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가장 먼저 고개숙여 감사해야 할 분은 박원순 시장님”이라고 꼬집었다.
그 동안 박원순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한 서울로 7017은 개장 이후 슈즈트리 흉물논란, 콘크리트 컨셉에 대한 반감, 그늘과 휴식공간 부족, 장애인 접근성 취약문제 등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가 향후 시민들과 언론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서울로 7017이 보행중심 서울시 구축의 상징이 되면서 동시에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명소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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