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보다 낡고 두툼한 제 수첩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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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보다 낡고 두툼한 제 수첩이 더 좋아요”
  • 박상목 부장
  • 승인 2013.01.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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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 내건 대리점에서 희망을 전파하는 25년차 보험설계사

지구는 둥글지만 세월은 직선이다. 세상을 휘젓고 다녔다는 사람은 숱하게 봤지만, 세월을 거슬러 갔다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앞으로, 앞으로만 흘러가는 세월 위에 우리는 얇고 가벼운 나뭇잎처럼 뜬 채 그저 쓸려가는 것이다.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은 떠가다 가라앉기도 하고, 굽이치는 여울목에서 툭 튀어나온 바위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갇히는 이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순탄하고 아름다운 여행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악몽일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인생이다. 니체는 말했다. “악몽 같은 삶이여, 다시 한 번!”

여울목으로 자신을 던지다

사람 황정희. 그녀의 삶이 그랬다. 파마머리를 한 전형적인 전업주부였던 그녀의 인생은 싱그럽고 향기로운 잎처럼 강물 같은 세월 위를 한가로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렸고, 챙겨야 할 것은 많았다. 종갓집 외며느리로써 그녀가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1989년. 정확히 25년 전 그녀는 뼈저린 배신을 경험했다. 그것도 남편의 친구로부터 당한 보험피해였다. 이를 만회해 보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녀 봤지만, 모르면 무조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절망에만 가까워졌을 뿐이다. 그때 그녀는 세상에 대해 다시 한 번 배웠다. 잠시 주저앉아 있던 그녀는 그 싱그럽고 풋풋했던 청춘을 굽이치는 여울목으로 던졌다. 그것은 순전히 그녀 자신의 결정이었다.

“6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 태어난 지 겨우 여덟 달 남짓한 때였어요. 그 젖먹이를 남의 손에 맡겨놓고 보험대리점으로 뛰어가 시험을 봤지요. 당당히 합격했고, 보험설계사가 되었습니다. 큰돈을 벌고 싶다거나, 거대한 사명감이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일단 몰라서 당한 피해를 다시 당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우선은 알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지요.”

해를 넘기면서 그녀의 보험설계사 경력은 햇수로 25년차에 접어들게 됐다. 만만치 않은 세월이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큰딸은 어느새 배필을 만나 8개월이 된 딸을 낳았고, 젖먹이 아들은 군대를 제대한 어엿한 청년이 됐다.

그리고 사람 황정희 그녀는 베테랑 보험설계사의 타이틀을 거머쥔 채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내건 ‘LIG손해보험 황정희 대리점’ 대표가 되었다. 자동차보험과 청약계약 그리고 사고처리 및 관리를 중심으로 대리점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황 대표의 오늘은 거치 세월 속에서 그저 만만하게 얻은 것이 아니다.

화재보험은 물론 종신, 건강, 운전자보험 및 연급까지 영역을 넓힌 그녀의 대리점이 완성되기까지 그의 세월은 숱은 여울목의 연속이었고, 거친 폭풍우와도 같은 물결 위를 떠다녔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고맙게도 기꺼이 그녀의 고객이 되어 주었다.

태블릿PC를 이기는 낡은 수첩 하나

1,000명을 훌쩍 넘긴 고객을 보살피는 황 대표의 손에는 두툼한 다이어리 하나가 쥐어져 있을 뿐이다. 작지만 고성능을 발휘하는 태블릿PC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그녀는 줄곧 낡고 두툼한 수첩을 고집해 왔다.

“제 삶과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수첩입니다. 코로는 다 맡을 수 없는 사람냄새가 진하게 느껴지는 다이어리지요. 이곳에 많은 것들이 적혀 있습니다. 디지털 문자로 차마 다 기록할 수 없는 제 사랑하는 고객들의 인생도 적혀 있지요.”

햇수로 25년차 베테랑 보험설계사이자, LIG손해보험 황정희 대리점의 대표인 그녀는 오롯이 그 수첩 하나로 모진 세월을 헤쳐 왔다. 하지만 수많은 고객들을 보살피고, 그들의 이해와 요구를 챙기는 데 있어서 한 치의 부족함이나 소홀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녀는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기에 불이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다이어리를 열고 볼펜을 꺼내든다. 그리고 마치 고승의 가르침을 받아적는 비구니처럼 고객들의 목소리를 다이어리에 차근차근 기록해 나간다.

흔히 보험설계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말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황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설계사가 갖추어야 하는 첫 번째 덕목으로 ‘배려’를 강조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고객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게 가장 기본이라는 이야기다. 쉼 없이 쏟아지는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가끔씩 추임새를 넣을 뿐이다.

황 대표의 보험설계철학은 ‘파는 것’이 아니라 ‘권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만날 때마다 그녀는 “한 치 앞의 인생을 내다보실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아직 그렇다고 대답한 고객은 없었다. “미래를 알 수 없다면 과거와 현재를 들려주세요”

그리고 황 대표는 고객의 이야기를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 나간다. 그 모습은 마치 접신에 이른 무당을 닮은 구석도 있다. 고객의 삶과 자신을 삶을 녹여 ‘내 가족, 내 인생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황 대표 특유의 꼼꼼하고 실용적인 맞춤형 추천상품들은 그렇게 탄생한다. 만약 그녀가 지금까지 판매해온 보험상품에 한 치의 욕심이라도 섞여 있었다면 그 오랜 세월을 베테랑 설계사로 살아오지도 못했을 것이며, 1,000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성실함과 진정성은 23년이 넘도록 인연을 맺고 있는 ‘초장기’ 고객이 반증해 준다. 이는 그녀가 ‘낚은 고객’이 아니다. 스스로 찾아와 기꺼이 함께 해 준 인생의 또 다른 동반자들이다.

어려울수록 지켜야 하는 것

글로벌 경제마저 위태로운 시대, 모두가 고달프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청년, 중년, 장년, 노년 할 것 없이 그들만의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보험설계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시대상과 관련이 있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아갈 수 있는 업종의 특성상 어려운 시대를 이겨나가는 이들에게는 그럴 수 없이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기본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충만한 의욕과 열정으로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는 후배들이 적지 않지요. 하지만 그것에 욕심과 이기심이 더해지면 오래 버티지를 못해요. 인생은 아주 긴 레이스입니다. 잠깐만에 내는 큰성과보다는 오랫 동안 그것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지요.”

보험은 무형의 상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더욱 높은 도덕성과 기본기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황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것이 이른바 ‘성공으로 가기 위해 최소한 지켜야 하는 이 영역의 상도덕’이라는 이야기였다.

LIG손해보험 황정희 대리점 황정희 대표. 그녀는 성공한 보험설계사다. 생활의 어려움은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이 일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애초부터 그녀의 목표는 돈이나 명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000명이 넘는 고객이 바로 이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그녀만의 이유라고 했다. 그리고 그 고객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늘고 있다. 그녀가 그곳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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