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남북이 분단된 채 왕래가 어려운 휴전선이 그어져 있으니 사실상 섬나라라 봐도 무방하다.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니 이를 터전 삼아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더불어 바다 때문에 고초를 당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서해에서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문제로 우리 어민들이나 해경이 몸살을 앓고 있다. 몇 해 전에는 태안지역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범국가적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이렇듯 바다는 우리를 울리고 웃게 만드는 재산이자, 삶의 터전이다. 굳이 광활한 국토를 자랑하는 대륙 국가들을 부러워 할 이유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나라 내륙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다를 보고, 누릴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국내 해상분야 로펌 1인자
우리 일상 속에 바다가 가까이에 있다 보니, 내륙국가에는 없는 특성화 된 요소들이 꽤 많다. 우리나라가 조선업 선진국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국토해양부로 통합되긴 했지만, 참여정부 시절까지 해양수산부라는 독립 부처가 존재했다. 어민들을 위한 수협이 활성화 되어 있고, 바다를 지키는 해경도 여느 국가에 비해 선진적인 편이다.

“대형 로펌이 많지만 해상분야에는 많은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저희에게는 오히려 도약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되어줬지요. 저희는 바다와 선박에 관련된 일체의 법률관계를 다루지요. 이를테면 법률적으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고 있는 셈입니다.”
최종현 대표변호사는 해상분야야말로 중소로펌에게는 알짜배기 틈새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틈새시장이라고 해서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사건만 다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7년 겨울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태안 기름유출 사건도 이에 포함된다.
그 외에도 선박충돌이나 좌초, 해상운송 등 로펌업무의 60~70%가 바다와 관련되어 있을 정도로 특화되어 있다. 이 덕분에 법무법인 세경은 국내 어느 대형로펌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그 입지와 명성을 확보하게 됐다.
오늘날의 세경이 존재하기까지는 최 대표와 김 대표의 내공과 자신감이 큰 몫을 차지했다. 최 대표는 1984년부터 13년 동안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김 대표는 법무법인 광장에서 해상분쟁과 해상보험 분야를 전담했고, 지금의 세경이 문을 연 199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30여 년 가까이 한우물을 파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세월의 깊이는 법무법인 세경의 고객층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UK, 스탠터드, 스팀십, 스컬드 등 외국의 유수한 선주책임상호 보험조합 클럽이 세경의 주요 고객이다.
앞서 언급했던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IOPC를 대리하기도 했고, 이보다 앞선 1995년에는 태풍 페이호의 영향으로 여수 소리도 해안에서 좌초된 씨프린호 유류오염사고도 IOPC를 대리했다. 이 외에도 2002년 부산 허치슨 터미널 화재사고, 2005년 11월 목포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한동호 충돌사고에서도 말레이시아 국영선사인 MISC를 대리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실상 세경은 국내 해상분야 로펌으로서는 1인자인 셈이다.
국내활동에서도 두각 드러내
법무법인 세경은 국내활동에서도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STX팬오션, 대한해운 등 주요 선사 대부분이 세경의 고객이다. 이렇듯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법조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탁월한 실력 외에도 양질의 서비스와 합리적 보수 그리고 신속한 의사결정 등 세경만의 강점 덕분이었다.
“사실 양질의 서비스와 합리적인 보수는 어느 로펌이나 기본적으로 내세우는 강점이죠. 하지만 저희는 보다 실질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우선 해상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만큼 최고의 전문성을 갖췄지만, 동일 사안에 대비 변호사 비용은 합리적으로 산출됩니다. 여타의 서비스와 달리 법률 서비스의 경우 기준견적 등이 정형화 되어 있지 않아 이를 시스템화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거든요.”
김창준 대표변호사는 세경의 또 다른 강점으로 책임감을 들었다. 대형 로펌의 경우 주로 후배 및 신참 변호사들이 현장을 맡지만 세경에서는 두 명의 대표 변호사가 직접 고객을 접촉하고 사건을 다룬다. 이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사건진행의 효율성에 큰 기여를 한다는 평가다.

“현재까지도 국내 해운기업 간의 분쟁을 영국 로펌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법조계에 종사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게 아니죠. 사건의 규모와 크기가 달라도 이 모든 사건을 저희가 맡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비즈니스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격과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거든요.”
이는 두 공동대표변호사가 추진 중인 글로벌화 정책의 동기이자, 열정의 핵심이었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간 호황을 누리던 해운업계도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세경의 어깨가 더욱 무거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다가 삼면으로 둘러싸인 국가에서 해운산업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해운업계를 향해 “사명감을 가지고 조금만 더 버티며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기꺼이 해운업계와 운명공동체를 형성해 그 뒤와 옆을 지키겠노라고 또한 다짐하기도 했다.
그것은 나눔의 의미기도 했다. 실제 법무법인 세경은 해상법 아카데미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이는 해운업계 관계자들이나 종사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하는 사회환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아카데미를 통해 해상법에 관해 지식나눔을 실천하고 있으며, 많은 선주들과 관계자들이 아카데미에 참석해 법무법인 세경의 꿈을 채워주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문득 해상왕 장보고를 떠올렸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각종 시설이나 설비의 보강만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거대한 미래 사이에 법무법인 세경이 있고, 그들은 해양강국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견고한 다리를 놓아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