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증가세가 뜸해졌다. 통계청이 내놓은‘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가 2011년 대비 3만 8,000여 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자영업자는 매달 10만여 명씩 증가해왔다. 2012년 3월 12만 5,000여 명, 4월 16만 3,000여 명, 5월 18만 6,000여 명, 6월 16만 9,000여 명, 7월 19만 6,000여 명, 8월 12만 3,000여 명, 9월 11만 1,000여 명이던 것이 10월 4만 8,000여 명, 11월 3만 8,000여 명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영업자 수치가 5년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2011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자영업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베이비붐 세대가 창업에 나서기를 꺼리고 내수 소비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자영업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자영업 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베이비붐 세대들이 창업이 아닌 재취업을 선호하는 추세다. 베이비붐세대는 은퇴 후에도 자녀 부양 등을 위해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국회예산정책처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의 기업 근로자가 퇴직하는 연령은 평균 54세.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은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해 68세에 최종적으로 은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창업을 선호하던 이들 세대는 음식과 도소매업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창업의 이윤 동기가 약해짐에 따라 소액이라도 월급을 받는 재취업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재취업하는 사업체는 대부분 영세한 사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2015년부터 자영업자에도 근로장려세제지급, 기준은 모호
정부가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 각종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원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부터 근로장려세제(EITC)를 차상위계층 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에도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누가 영세한 자영업자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자영업자의 실질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정부지원이 불필요한 대상에게 돌아가거나 실제 수급액보다 과다하게 금액이 책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정부는 고용한 근로자 수에 따라서 영세자영업자를 분류하고 있다. 50인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자영업주가 대상이다. 그러나 영세자영업자에게 전환대출을 지원하는 한국은행의 기준은 다르다. 신용등급과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신용등급 6~10등급,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의 자영업자를 영세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부 내부에서도 EITC확대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EITC로 1년에 최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2인 가구 기준 170만 원으로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근로장려금을 받는 대신 소득신고를 적게 하고 세금을 덜 낼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하위 20% 한 달에 82만 원 벌어, 소호푸어 증가
현재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2명 중 1명은 월평균 순이익이 1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자영업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4년으로 창업자 2명 중 1명은 3년 안에 가게 문을 닫았다.
10년 이상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해 자영업의 안전성과 소득의 질에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간 연 평균 37만 명이 창업하고 이중 34만 명이 휴·폐업했다.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 악화도 심각하다. 도시자영업자의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82만 원에 불과하다. 또한 2011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평균 경상소득은 5,048만 원이며 원리금상환액은 1,082만 원에 달했다.
100만 원을 벌어 20여만 원을 빚 갚는데 쓰는 것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157조 9,000억 원으로 중소기업 대출잔액 464조 2,000억 원의 33.9%에 달했다. 또한 연체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게 자영업자들의 가정경제를 위협하는 가계부채는 1,000조 원에 달한다.
이렇다보니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하우스푸어’다. 하우스푸어의 증가로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소호푸어’다.
‘소호푸어’란 영세자영업자를 말한다. 가계대출을 통해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매출이 좋지 않아 부채의 질도 악화되어 소호푸어가 발생하게 된다. 자영업자는 채무부담 능력이 약하고 경기 변동에는 민감해 부실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또한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 시장은 과다경쟁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뛰어든 이들은 생계비를 줄여가며 가게를 유지하다 빚더미 위에 앉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어가는 악순환이 계속되다 결국 가게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83만 명의 자영업자가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는 전체 개인사업자 6명 중 1명이 폐업하는 수준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장악,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이 몰락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는 것이 대형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장악이다. 대형유통사들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골목상권까지 초토화 시켰다. 동네 가게들은 속속들이 문을 닫아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60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몰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내수기반의 붕괴와 경제순환 정체 등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현상은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될 정도다. 소비의 중심지라 불리는 청담동을 무대로 한 드라마 <청담동 엘리스>. 우리의 시대상을 꼬집은 이 드라마의 여 주인공 한세경의 아버지는 십여 년간 빵집을 운영하며 가족을 부양해왔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빵집 문을 닫고 만다. 우리네 동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담배나 과자 몇 봉지, 아이스크림을 팔아가며 20년 넘도록 운영해온 이른바 구멍가게들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들어선지 1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고 만다.
이렇게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이 골목상권을 잠식하자 정부는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월 3회로 늘리고 밤 10시에 폐점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는 지난해 1.4%의 성장률을 보이며 37조 3,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1993년 국내 처음으로 대형마트가 생긴 이래 최저치다.
기업형슈퍼마켓도 SSM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전반 신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반사이익을 본 것은 골목슈퍼가 아니라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들이다. 지난해 편의점 업계는 19.8%의 성장률을 보이며 10조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편의점은 불황기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 가능한 특성상 출점이 대폭 증가했다. 또한 온라인쇼핑몰 업계도 지난해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였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대기업들의 꼼수는 드러그스토어로 이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드러그스토어는 약국과 편의점을 합쳐놓은 듯한 서구식 쇼핑몰이다.
약이나 화장품에서 과자나 음료수와 같은 식료품까지 팔고, 종류가 다양하며 분위기가 깨끗해 젊은이들이 선호하고 있다. 드러그스토어는 기업형 슈퍼마켓과 달리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어 대기업의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CJ와 신세계 등이 운영하는 드러그스토어는 최근 4년 사이 매출액이 4배 가까이 올랐고, 3대 브랜드를 중심으로 2007년 80개 매장에서 현재 384개로 급증했다.
이미 들어서 있는 편의점에 드러그스토어까지 합세하면서 상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속되는 불황에 행정조치를 받으면 과징금 대신 영업정지를 선택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영업정지는 가게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어 자영업자들은 되도록 과징금을 내고 영업을 계속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장사가 워낙 힘들어 차라리 가게 문을 닫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지역 5개 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파는 등의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89개 업체 가운데 50여 개 업체가 영업정지를 택했다.
과징금을 선택한 업체의 2배에 달하는 수치로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세금을 내는 것조차 버거워 하는 업체가 늘고 있고, 행정조치를 받게 되면 과징금 대신 영업정지를 선택하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제과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놓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제과협회 싸움 확대
지난달 제과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여부를 놓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제과협회 소속 자영업자들 간의 갈등이 빚어졌다. 경제민주화의 화두로 지난 대선의 주요 공약이 되기도 했던‘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산업 분야를 선정하는 제도다.
선정된 산업은 합의를 통해 향후 3년 간 대기업의 사업철수 내지는 확장제한이 이뤄지게 된다. 2011년부터 시행해 지난해 12월까지 82개 품목이 지정되었고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대·중·소기업의 양극화의 해소와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동반성장위원회의 핵심정책이다.
제과협회는 지난해 8월 동네빵집의 보호를 위해 제과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동반성장위원회에 요청했다. 이에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100여 명이 제과협회를 대상으로 법원에 회비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지난달 12일에는 동반성장위원회를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
파리바게뜨 점주들은 호소문을 통해 “프랜차이즈점주들도 생계형 영세자영업자들인데 제과협회가 대형업체 가맹점이라는 이유로 같은 회원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신청해 생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동네빵집’문제가 자영업자들 간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베이커리 점포는 동네빵집 5,184개, 파리바게뜨 3,141개, 뚜레쥬르 1,303개 등. 이중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본사의 직영점은 46개와 22개다. 이점을 들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제과산업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에 제과협회 측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신규출점 자제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과산업이 중기적합업종이 된다 해도 대기업의 신규 확장만 금지될 뿐 기존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은 정상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장과열을 막아 기존의 가맹점주들도 매출이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 제과협회 측의 주장이다. 제과업계는 이미 대기업의 진출로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인‘골목상권’침해로 지적받아온 대기업의 제빵 산업 진출은 사업 철수로 마무리됐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베이커리 사업에 관여해 소상공인을 죽인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 현대백화점의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 ‘베즐리’는 전문 업체에 매각됐고, 신라호텔의 ‘아티제’와 롯데의 ‘포숑’도 문을 닫았다.
그러나 동네빵집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중기적합업종 지정뿐 아니라 그들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서비스업 분야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위한 절차를 본격화함에 따라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은 대부분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이 집중된 골목상권업종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는 118개 서비스업종을 적합업종 우선 검토대상으로 확정했다. 소매업 70개, 음식점 17개, 수리 및 개인서비스업 31개 등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해당업종에 들어와 있는 대기업이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데 ‘공공기관이나 중견기업도 대상이 되는가’ 또한 논란이다. 중견기업까지 퇴출대상에 포함된다면 304곳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