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국회 본회의를 통해 각종 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동시에‘박근혜 예산’과‘박근혜 공약 상징 법안’처리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지난 12월21일 이한구 원내대표는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박근혜 당선자의 대선 복지공약을 실천하고 민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자예산안 편성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서“국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국채 발행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 폐지는 불가피할 듯
박근혜 당선자는 선거기간 발표한 공약을 통해 검찰개혁의 의지를 피력해 왔다. 이에 검찰은 공약만 놓고 봤을 때 야당 측 안보다 개혁 강도가 세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혁안 대부분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 법 개정 사안이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 폐지는 국회 동의 없이 추진 가능해 새 정부 출범 직후 바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찰과 경찰 간 견해 차이가 확연해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 당선자가 선거 당시 내놓은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의 독립성 및 중립성 확보를 위한 인사제도 개선, 비리검사 퇴출, 검찰 권한 대폭 축소 및 통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크게 4가지다.
박 당선자는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을 이용하거나 검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에게서 나온 검찰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인사제도에 있어서는 검찰총장 임명 절차에 인사청문회 후 국회의결을 추가하고 55명에 이르는 차관급 검사장 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부장검사 전원 승진 관행 철폐, 검사의 법무부 등 외부 기관 파견 제한도 포함됐다.
최근 잇따른 비리검사 방지를 위해서는 감찰본부 인력을 늘리되 검사를 배제하고 처벌 수위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비위검사의 변호사 개업 제한도 강제된다.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검찰시민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도 비대해진 검찰 권한 축소의 한 축이다.
특히 중수부 폐지는 대통령령 개정사안이라서 사실상 시행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물러나면서 간부들과 이 사안으로 대립한 만큼 검찰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경 갈등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검₩경이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 개정을 두고 격하게 충돌한 만큼 새 정부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지금도 검찰 지휘 하에 경찰이 현장수사를 전담하고 있어 굳이 법률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수사현실을‘법률’에 반영하고 경찰수사권을 폭넓게 인정해 줄 것”을 원한다. 특히 압수수색·계좌추적 등 대물적 강제수사에서는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검사장 수를 줄이는 것은 법을 개정한 후 여러 차례 인사를 거쳐 점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검사장 자리에 비(非) 검사장을 인사해 자연스럽게 그 수를 줄이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미동맹은 밀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
한미관계는 동맹의 가치를 바탕으로 현재의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양국 모두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동맹의 밀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도 권력교체 시기라는 점에서 한미 양국은 동맹강화와 정책공조는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년 간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는 한편 동맹 현안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새로운 외교 전략(Pivot to Asia)을 천명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로 핵심 동맹국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지게 된다.
하지만 세부적인 정책에서는 조율이 필요한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방위비 분담 협상과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이 대두되고 있다. 두 문제는 그동안 양국 간 실무협의가 상당히 진행됐지만 여전히 이견이 큰 상태다. 경제침체의 상황이 이어지고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국방비를 대폭 감축하기로 한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이 절실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포함한 통상 현안에는 큰 충돌 요소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월19일 현지 외교 소식통은“한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만큼 한미 양국간 실무 조율작업을 이른 시일 안에 진행할 것”이라며“중국 문제와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조율이 향후 한미 관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일단 시급한 과제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라면서“유엔 안보리에서 필요한 조치를 도출하기까지 현재 협의 채널을 정상적으로 가동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늘・지・오’와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 본격화
박 당선자의 민생정책의 핵심은 일자리를‘늘리고’‘지키고’, ‘올리는’, ‘늘・지・오’로 요약된다. 또한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가동을 통한 민생 안정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당선자는 우리 경제가‘고용 없는 성장’을 넘어 일자리 창출 중심의 새로운 성장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상상력과 창의력,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여기에다‘일자리 나눔형’동반 고용 전략으로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복안도 제시한 상황이다.
일단 일자리 늘리기의 핵심 대상은 청년층이다. 새 정부는 학력, 학점, 영어점수, 해외연수 등으로 대변되는 소위 ‘스펙’때문에 청년들이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이를 초월한 채용 시스템 정착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열정과 잠재력만으로 사회 초년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청년층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는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 프로그램 운영, 정부・기업이 공동 설립한 ‘창업기획사’의 오디션 방식 창업 발굴, 청년창업 활성화와 패자부활 기회 부여를 위한‘청년창업펀드’설립, 교육・안전・복지 관련 공무원 단계적 증원, 공공부문 평가에 청년 채용 반영 등도 청년실업 해소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자리 지키기는 고용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로 구조조정이 빈번해지면서 고용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초과 근로시간을 저축하고 경기 불황 시 임금으로 받는‘근로시간 저축계좌 제도’도입과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하면‘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정부가 전직훈련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게 박 당선자의 주요 공약이다.
일자리 올리기는 고용의 질 상승으로 요약된다.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주요 정책으로는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실제 정년 60세로 연장, 공공부문 상시・지속적 비정규직 근무자의 정규직 전환,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차별 금지 등이다.
박 당선자의 또 다른 민생안정대책의 핵심인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는 육아와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 덜기, 소비를 짓누르는 가계 부채 문제 해결과 의료비 부담 완화가 그 핵심이다. 새 정부는 신용 회복 신청과 승인 시 빚 50% 감면, 0~5세 무상 보육, 고등학교 무상 교육, 대학등록금 부담 반으로 낮추기, 암・심혈관・뇌혈관・희귀 난치성 4대 중증 질환의 건강보험 100% 책임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서민과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금융정책
박근혜 당선자의 금융정책은 서민과 소비자를 중심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주로 금융회사 건전성에 우선순위를 뒀던 금융정책의 큰 틀이 금융 소비자 위주로 바뀌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과 카드 등 금융회사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경영 여건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과 공공성의 적절한 조화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기대되는 정책은 가계부채 해법으로 제시된 ‘국민행복기금’이다. 공공재원을 바탕으로 18조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해 연체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고,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환승론도 지원한다는 게 그 뼈대다. 박 당선자의 가계부채 핵심공약이라는 점에서 임기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어 금융권에 대한 고통분담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서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대부업 대출금리 등 고금리 이자를 낮추라는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약탈적 대출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과잉대출을 차단하는 대출자 보호 장치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자가 대출소비자 보호법규를 약속했고, 야권 역시 공정 대출법을 추진하고 있어 여야 간 합의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보험과 신용카드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규제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 체계도 손보게 될 전망이다. 박 당선자는 기존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부문을 합쳐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초의 여성 금융수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회사 대주주의 적격성과 임원들에 대한 자격 심사는 더 강화된다. 대기업 계열이 많은 보험사에 대해 은행과 마찬가지로 정기 적격성 심사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총수가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서민과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퍼주기 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는 물론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수익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어떻게 절충점을 찾느냐가 공약현실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표 정치개혁’
박 당선자가 단행하게 될 정치분야 혁신도 큰 관심거리다. 사퇴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발판으로 '새 정치'를 내세우면서 박 당선자 역시 정치혁신에 대한 의지를 강조해왔다.
그의 정치쇄신 관련 공약으로는 국무총리 권한 강화 및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국민참여경선 확대 등이 포함됐다. 또 기회균등위원회 설치, 대선 4개월 총선 2개월 전 후보 확정 제도화 등도 정치 공약으로 내세워 차별성을 강조했다.
우선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개혁안이 주요 골자다.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 사실상 책임총리제를 실효화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어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약속했다.
국회의원 선출과 관련해서는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하는 한편, 지역구도 및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경우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선거구 획정의 경우에도 자의성을 방지하기 위해서 출마 당사자가 아닌 100% 외부 인사에게 맡길 것을 약속했고, 국회의원들의 자질 확보 측면에서 국회 윤리위원회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탕평인사를 위한 방안으로 ‘기회균등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특정지역이나 학교 출신에게 공직이 몰리지 않게 감시하고 인권평등 차원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공직진출도 배려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야권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뒤늦게 후보를 확정하는 점을 겨냥,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는 선거일 2개월 전까지, 대통령 후보는 선거일 4개월 전까지 확정할 것을 법으로 정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여야와 소통하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매년 정기국회에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연설하도록 정례화하겠다는 공약도 별도로 내세웠다. 부정부패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할 경우 원인 제공자가 재·보선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한편,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엄격히 제한하고 불체포특권 폐지도 추진키로 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도 선거 과정에서 추진할 뜻을 밝혔으며,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정치쇄신 과제들을 임기 초 종합적으로 추진해나갈 '국정쇄신정책회의'를 야당 추천 인사가 3분의 1 이상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하겠다는 내용도 공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