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밸리 감자’ 개발해 토종 감자의 위상 제고
상태바
신개념 ‘밸리 감자’ 개발해 토종 감자의 위상 제고
  • 취재_김덕주 부국장
  • 승인 2012.12.07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자, 구황작물에서 세계 시장을 정복하는 미래 식량자원으로 탈바꿈하다

개량과 신품종 개발을 통해 강원도 감자의 명성을 되찾아가는 사업을 이끄는 강원대 임학태 교수는 식량과 종자 확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토종 감자 육종을 통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 상승과 한국감자소재은행을 통해서 세계 기아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 구황작물이었던 감자가 웰빙 바람과 함께 다이어트, 간식용으로 더 친숙해지면서 강원대 의생명과학대학 임학태 교수는 강원도의 명물 감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신품종 개발에 성공해 맛과 영양은 물론 농가 소득 증대, 종자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면서 국내 농산물 생존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임 교수가 감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90년 강릉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로, 시간강사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 그는 감자 연구가인 미국 코넬대 어윈 교수에게 ‘당신이 제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고 한다.

“어윈 교수는 내게 굳이 네 전공을 고집하지 말고, 주변에서 너를 필요로 하는 분야를 찾아보라고 했다. 그 말에 문득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고, 무엇에 도전할지 찾아보던 중에 강원도의 상징 같은 ‘감자’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감자 품종을 조사해보니 토종은 없고 95%가 외국에서 들여 온 도입 장려품종이었다. 한국이 2002년에 UPOV(국제식물신품종연맹)에 가입하였기에 그전에 로열티를 주지 않을 수 있었다. 더 일찍 가입했더라면 일 년에 수백억 원의 로열티를 지급했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토종종자와 원천기술을 얻기 위해 신품종 감자를 개발하기로 결심했고 오랜 기간과 낯선 분야, 연구비 부족 등으로 힘들었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성격이 1991년 강원대학교에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감자 육종을 하게 했다.”

감자 연구에 뛰어든 임 교수는 국내외 기관과 감자 주산지를 수없이 찾아다녔고, 대학교 농장이 너무 좁아서 전국의 농가와 공동으로 육종포장을 운영하였고, 강원도 감자원종장 과 (주)농심, 전국의 농업기술센터, 농협 및 씨감자 채종단지 및 감자작목반들과 지역적응 시험들을 같이하기도 하면서 일년에 6만킬로씩 다녔다. 육종연구 초기엔 육종실적이 없기에 연구비를 받을 수 없어서 감자를 이용한 식물조직배양 및 분자유전학 연구를 병행하며 해외로부터 감자유전자원을 수집해 교잡하는 육종 연구에 몰두했다. 그렇게 개발한 기능성 컬러 감자들은 99년 KBS <6시 내 고향>에 ‘왕감자 박사의 봄 농사’로 미디어에 소개되어 컬러 채소의 원조가 되었고, 당시 불고 있던 웰빙 바람과 소비자들의 시각과 입맛을 사로잡으며 자색고구마 등 이후 개발된 컬러 작물의 원조로 등극했다. 임 교수는 2000년 국가지정 한국감자소재은행으로 지정되면서 그간 수집한 감자유전자원을 안정적 관리가 가능해져 감자육종연구의 체계가 마련된 것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2002년에는 아시아 최초의 감자육종회사인 (주)포테이토 밸리를 설립해 육종연구에 몰두하는 임 교수의 노력은 토종 감자를 지켜 ‘종자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초석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아 2005년에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 소비자 취향을 만족시키는 다기능성 컬러 감자

임 교수는 감자를 개량한 기능성 컬러 감자인 ‘밸리 감자’를 육종해 고 황산화 활성과 비만억제효능을 지닌〈보라밸리>, 세계 최초 생식용 감자인〈고구밸리>, 일반 감자보다 3.6배의 비타민C를 함유해 땅 속 감귤로 불리는 〈골든밸리〉 생즙용이자 과일처럼 먹을 수 있는 <쥬스밸리>, 포테이토 칩 전용인 <태동밸리>, 장기능 강화와 가뭄에 강한 <다솜밸리>와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과 노란 고구마같은 색상에 맛이 좋은 <로즈밸리> 등 20여종의 감자를 개발했다. 품종마다 다른 색깔과 기능을 함유한 밸리 감자는 과일처럼 깎아먹거나 갈아 마실 수 있는 획기적인 기능 개선과 영양적 특성,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는 고기능성 웰빙 식품이다. 특히 진한 보라색을 띤 ‘보라밸리’는 일반감자에 비해 페놀성화합물 220%, 비타민 C 함량 126%, 칼로리 76%로 생식 및 감자칩 등 가공용으로 적합하며 비만 치료와 위궤양 치료에 탁월해 2007년 국제감자박람회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한 품종이며, ‘고구밸리’는 천연 항균 성분을 함유해 항생제를 대체할 천연항생제 사료나 농약, 의약품 개발이 가능한 품종으로 각광받는다. 임 교수팀이 개발한 약 20여종의 밸리감자들은 대부분 특허를 얻거나 출원 중이고 이들 중 15종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가 품종 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그는 또한 감자관련 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국내외 감자관련 특허가 약 30건에 이르기에 기능성감자개발에 있어서는 최고의 육종학자이다. 이처럼 다양한 맛과 영양을 지닌 밸리 감자는 국내외의 인정과 현대 소비자들의 입맛대로 선택이 가능하고 간편한 요리로 풍부한 맛과 영양, 시각적 즐거움까지 충족시키는 신개념 명품 감자로 등극했다.

세계로 진출하는 토종 밸리 감자

‘식량 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세계 각국은 식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식량의 근원인 ‘종자’의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21세기는 식량보다 종자 확보가 우선되는 ‘종자 전쟁’의 시대라고 임 교수는 단언했다(KBS TV 특강 “종자가 미래의 기술이다”). 한국의 종자 회사들은 외국의 초국적 종자 기업들에게 거의 매각된 상태로, 임 교수는 종자가 가장 안전한 투자이자 미래를 보장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식량안보와 연계해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4대 식량 작물은 쌀, 밀, 감자, 옥수수다. 이 중 면적분 생산량을 분석하면 감자가 제일로, 옥수수는 식량보다는 가축 사료로 이용되고 있고 쌀은 물 부족 국가에 치명적 작물이 될 수 있지만 감자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때문에 개발도상국과 빈민국 식량 문제를 해결할 최적 작물이다”라고 말하는 임 교수는 우리 품종이 세계에 퍼지고 국산 농기계, 농약 등의 수출과도 직결되면서 예상되는 한국 농업 전체의 발전, 토종 감자 종자를 확보해 종자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 차지, 궁극적으로는 세계 기아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임 교수팀과 한국감자소재은행은 세계 각국에 우수한 토종 감자품종을 보급 중이며, 미국 최대감자 유통회사인 포탠던 프로듀스(Potandon Produce)사가 6년간의 시험재배를 한 이후에 최종적으로 선정된 5개 품종에 대해서 북아메리카 판권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국 토종 품종이며 세계적인 대표 감자 브랜드가 된 ‘Lim’s Valley potatoes’는 앞으로 유럽 등 타지역으로 계속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면서 수더분한 외양과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순한 성품의 ‘착한 작물’ 감자를 통해서 그는 월드뱅크같은 국제기구를 한국에 설립해서 (가칭 세계감자은행) 세계기아극복에 이바지 하고 싶다는 임 교수. 미래지향적 기술 개발과 인도주의 정신이 결합한 임 교수의 감자 연구는 국내의 식량자급률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세계 식량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의 멘토이자 밀육종학자인, 노벨상을 수상한 Norman Borlaug 박사의 ‘식량은 이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의 도덕적 권리이다’가 그의 좌우명이 되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