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빙을 넘어 웰다잉으로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일컫는 웰빙(well-being)의 종착점은 웰다잉(well-dying)이라 할 수 있다. 웰다잉이란 준비된 죽음, 평안한 죽음을 뜻하는 것으로, 2009년 2월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은 인공호흡기과 같은 기계적 치료에 의한 무의미한 생명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런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을 몸소 실천하였다. 또한 같은 해에 서울고등법원은 한 환자의 가족이 세브란스 병원을 상대로 낸 연명 치료 중단 민사 소송에서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웰빙은 잘 먹고 잘사는 문제만이 아닌 행복한 죽음, 즉 웰다잉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죽음을 맞이하는 존엄사와 관련된 개념인 웰다잉은 안락사와 확연히 다른 문제이므로 오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부산 웰다잉문화연구소의 오영진 소장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상태가 위중하면 중환자실로 옮겨 환자복을 입고 병원 침대에서 각종 의료기기와 연결된 채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말하며 임종을 병원에 누워있는 채로 가족들에게 남겨진다는 사실만큼 슬픈 것도 없기에 마지막 모습을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떠나는 것이 어떨지 한번쯤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가족학을 전공한 오 소장은 워크샵을 통해 죽음에 관한 강의를 듣게 되면서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웰다잉의 올바른 문화 확산을 위해서 부산 최초로 ‘행복한 삶과 죽음 배움터’를 연 것이 시초가 되어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하여 부산지역의 웰다잉 지도자 양성에도 힘 쏟고자 부산 웰다잉문화연구소를 개소하였다고 전했다.
죽음을 회피하기보다는 준비하고 받아들여

이러한 웰다잉에 대해 높아진 관심과 함께 강사양성과정을 통해 건강한 웰다잉 사회문화를 이끌어 가는데 주력하는 오 소장은 “웰다잉 강좌의 핵심은 자서전, 유언장, 사망기,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것들을 토대로 죽음을 애써 회피하려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의 질을 높이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자서전은 자연스럽게 꾸미는 앨범과 같은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사진과 짧은 글, 사진 속 인물에게 쓰는 편지 등 행복한 기억, 슬픈 기억 모두 자서전에 담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서전은 자신의 일생일대기를 나타내어 남은 가족들이 고인을 추억하기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유언장과 사망기 또한 마찬가지로 작성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데 이는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의사표시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어떤 의료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본인의 의사를 미리 표명해두는 것으로 뇌기능의 심각한 장애나 질병 말기, 노화로 인한 죽음이 임박하였을 때 기도에 관을 넣어 인공호흡기를 다는 등의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절하겠다고 밝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편안하게 죽을 것인가, 고통스럽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누구나 편안한 죽음을 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스럽게 죽지 않기를 바라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병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해 죽을 때까지 고통을 겪으며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부산 웰다잉문화연구소는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을 통해서 막연한 불안함을 덜어주고 죽음도 자연스러운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편안한 죽음을 맞이해 마지막 떠나는 길을 품위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 기관을 통해 웰다잉에 관한 강좌를 하고 있는 오 소장은 “전국적으로 사전의료의향서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어 죽음의 질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노년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며, 앞으로 이러한 인식이 올바르게 확립되어 웰다잉의 사회문화를 확산시키고 이를 공교육에도 포함시켜 노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 청소년층까지 확대시켜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깨닫고 중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 시대의 가장 큰 문제인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는 통념으로 인해 개인주의가 만연해져 있기 때문에 웰다잉을 통해 생명 중시 사상을 배움으로써, 공존하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에 있어 웰다잉의 확산이 중요한 역할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는 현재 2회 강사양성과정을 준비 중에 있으며, 떠나는 사람은 편안하게 떠날 수 있도록 하고 남겨진 사람들은 떠난 사람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도록 진정한 웰다잉의 사회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열의를 다해 지속적으로 연구에 임할 것이라 말하는 오 소장은 “웰다잉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 20여년에 불과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여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도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하여 배출하기 위해 힘 쓸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