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활체육·대학동아리 유도연맹으로 활성화 초석 다져
▲ 서울특별시유도회 이천우 회장. |
온몸을 사용하여 상대를 공격하거나, 공격해오는 상대를 힘의 역학으로 허점을 찔러 승패를 겨루는 격투경기를 ‘유도’라 한다. 일본이 종주국이기는 하나 지금은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도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더욱이 프랑스의 경우에는 생활체육으로도 인기가 높아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나 그 속에 부드러움이 내재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유도에는 그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이치(理致)가 담겨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이치가 다수 수록되어 있다. 강한 힘으로 치고 들어오는 적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진정한 힘은 똑같은 강함이 아니라 부드러움이라는 것이다. 삶의 이치와도 맞물려 있는 이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정신이 가장 잘 배어있는 운동이 바로 유도다. 대표적 기술인 ‘메치기’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부드러움이 없고서는 결코 완성할 수 없다. 60㎏인 선수가 120㎏인 선수를 한판승으로 메치기 할 수 있는 원리도 바로 여기에 있다. 때문에 서울특별시유도회 이천우 회장은 유도를 가리켜 ‘예술’이라고 말한다.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뤄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유도의 기술에는 나름의 미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좋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 체력이 좋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다. 강함 속에 숨어있는 부드러움의 원리를 잘 이용하는 사람이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이 회장은 말한다.
▲ 지난 해 9월 서울특별시유도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천우 회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유도 발전에 기여해야 할 책임 막중”
이천우 회장은 지난해 9월 서울특별시유도회 회장에 취임했다. 용인대 총학생회장 활동을 바탕 삼아 10여 년간 대한유도회 홍보위원장 활동을 한 것이 주요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유도도 서울시의 영향력이 지대하다. 유도고단자라 불리는 원로선생님 60% 이상이 서울에 거주하는 한편 전국 17개 시·도 유도회 중 명실상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특별시유도회는 상부조직인 대한유도회와 함께 한국 유도를 이끌어야할 책임이 막중하다.
“산적한 일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꿈나무 유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서울시에 있는 초등학교 유도부를 활성화하는 방안과 서울시에 산재한 100여 개 유도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는 이 회장은 “요즘 우리 아이들이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교육 현실이 그런 건 알고 있지만 운동을 너무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부에서 정책적으로 운동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강인한 육체에 강인한 정신력이 깃들고, 그래야 국력도 강해진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이럴 때일수록 유도인 저변확대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이 회장은 그 해법을 생활체육활성화 정책에서 찾고 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서울시 25개 구청에 구(區) 유도회 창단을 시행 중에 있으며, 현재 5개 구(區) 유도회가 창단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
▲ 유도고단자들과 신예 유도인들이 함께하는 ‘모서모한 훈련’에 참가한 이천우 회장과 윤용발 전무이사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
“그동안 유도는 생활체육연합회라는 것이 없이 서울시에 있는 100여 개 도장을 중심으로 한 활동만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 정책을 따라 생활체육으로서의 유도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며 “서울특별시유도회 산하에 3개 연맹체를 신설했는데, 초중고 유도연맹, 생활체육 유도장연맹, 대학 유도연맹이 그것이다. 초중고 유동연맹은 앞에서 말했듯이 꿈나무 유도 활성화를 위한 것이고, 생활체육 유도장연맹은 100여 개 유도장을 중점으로 관리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대학 유도연맹은 대학교 내 유도 동아리가 많은데, 이 동아리들을 모아 시합도 하고 모임도 하면서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 유도에 자질 있는 선수를 어릴 때부터 발굴해 엘리트 선수로 키울 수 있다. 그렇게 훌륭한 선수가 나오면 유도의 저변확대는 자연히 이뤄질 것이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선순환이 가능해진다”라고 이 회장은 자부한다.
“프랑스에서는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어”
유도의 세계적인 흐름은 몇 년 새 많이 바뀌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발맞춰 유도도 보여주기 위한 유도, 재미있는 유도를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국제유도연맹(IJF)은 과거 한판, 절반, 유효, 효과 4개였던 점수 기준을 한판과 절반만 남기고 폐지하는 등 경기규칙의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또 반칙도 강화해 공격을 안 하면 바로 지도가 들어가고, 지도가 3개면 퇴장당하도록 했다.
“박진감 넘치고 장쾌한 유도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라는 것이다. 이런 규칙의 변화는 기술과 체력을 다 겸비한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다소 유리한 면도 있다. 우리 선수들은 체력도 되고 기술도 되니까, 유럽 쪽은 체력이 비슷하니 기술로 이기고, 일본 쪽은 기술이 비슷하니 체력적으로 유리하다”라고 이 회장은 부연한다.
▲ 유도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실시하는 유도대회에서 입상한 초등학생들에게 수상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세계적인 흐름이 이렇다 보니 서양에서는 유도가 꽤 인기 있는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는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종목이 유도일 정도다.
“프랑스에서는 국내대회만 열려도 표가 단시간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있고, 생활체육으로도 활성화 돼 주부들도 많이 한다. 유도는 전신운동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다이어트에도 좋다. 운동은 각기 우리 신체에 작용하는 바가 다른데, 예를 들어 헬스장에 가면 주로 근력운동을 하고, 등산을 하면 근지구력이 발달한다.
그런데 유도는 전신운동이다. 내가 상대를 잡아당기려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체에 힘이 들어가 한 동작이 돼야 끌려온다. 그리고 계속 운동을 하다보면 호흡이 차오니까 심폐지구력도 발달한다. 또 계속 움직이니 하체운동도 많이 된다. 유럽에서도 여성들이 하체운동을 위해 유도를 많이 하는데, 하체가 약한 어르신들이나 여성들에게 좋은 운동이다. 여기에 상대의 공격을 제압하는 방어술과 낙법까지 연마하면 호신술로도 딱이다. 정말 유도보다 좋은 운동은 없다”라며 이 회장은 웃어보인다.
이후로도 이 회장의 유도 자랑은 한참 이어졌다. 서울특별시유도회를 짊어진 그의 한없는 유도 사랑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이 회장은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 100회 전국체전을 준비하며 유도장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침체된 유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이 회장은 말한다. 갈 길 바쁜 서울특별시유도회가 한국 유도계를 이끄는 단단한 한 축으로 더욱 우뚝 서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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