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실종 건수 1만 9,870명…흉악·강력범죄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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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25일은 ‘세계 실종아동의 날’이다. 이날은 1979년 5월 25일 뉴욕에서 에단 파츠(당시 6세)가 등교 중 유괴·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선포됐다. 캐나다와 유럽 등의 동참 속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5월 25일을 ‘한국 실종아동의 날’로 제정하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01년 1월 지적장애 1급인 김모 군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당시 김 군의 나이는 15세.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경주 보문단지로 여행을 간 김모 군은 봉사자 실수로 15년 동안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올 2월 경기 성남 중원구에 있는 은행2주민센터에서 6세 여자 아이로부터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12 신고를 접수 받은 경찰은 아이의 지문, 사진 등 ‘지문 등 사전등록제’에 기록된 정보를 활용해 20분 만에 가정으로 인계했다.
지난 4월 11일 전북 전주완산경찰서 평화파출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7분께 전주시 평화동 한 편의점 앞에서 A(여·5)양 이 길을 잃은 채 혼자 울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내복 차림으로 발견 된 A 양은 울기만 할 뿐 집이 어딘지 말하지 못했다. 다행이 A양은 지문사전등록 시스템에 등록이 되어 있어 40분 만에 부모의 품에 안겼다. A양의 부모는 새벽에 둘째 아이가 갑자기 아프자 잠든 A양을 두고 집을 나섰고, 자다가 깬 A양은 엄마를 찾겠다며 집을 나왔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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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종아동 신고 건수는 2012년 2만 7,295건, 2013년 2만 3,089건, 2014년 2만 1,591건, 2015년 1만 9,428건으로 매년 감소해오다가 2016년 1만 9,870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실종 신고 후 발견되지 않은 채 ‘장기 미아’로 남은 아동이 지난해 급증했다. |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종아동 신고 건수는 2012년 2만 7,295건, 2013년 2만 3,089건, 2014년 2만 1,591건, 2015년 1만 9,428건으로 매년 감소해오다가 2016년 1만 9,870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실종 신고 후 발견되지 않은 채 ‘장기 미아’로 남은 아동이 지난해 급증했다. 2012년 4명, 2013년 0명, 2014년 5명, 2015년 9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 들어 18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8세 미만 아동의 경우, 2016년 한 해에만 실종신고가 1,925건 접수됐고 이 가운데 5월에만 242건이 발생해 월평균 160건 대비 51%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문 등 사전등록제와 위치추적제가 도입되면서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18세 미만 정상아동의 실종 신고는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실종아동이란 실종신고 당시 만 18세 미만 아동으로 약취∙유인∙유기∙사고로 인해, 또는 가출을 하거나 길을 잃는 등의 이유로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을 의미한다. 김 군처럼 오랜 시간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장기미아부터 몇 시간 만에 안전하게 부모에게 돌아간 아이들까지 해마다 실종아동은 생겨난다. 김 군처럼 순간의 실수로 또는 A양처럼 가장 안전하다는 집에서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까지 실종아동이 생겨나는 경우는 예측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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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2012년 7월부터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평균 실종아동 발견소요시간은 94시간, 지문 등 사전 등록한 경우 46분까지 단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
한때 우리나라의 실종아동 수는 OECD 회원국 중 출산율 최저국가라는 오명을 쓰고도 증가하자 경찰은 2012년 7월부터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전등록제는 18세 미만 아동, 장애인, 치매환자 등의 실종에 대비해 대상의 지문과 사진 정보를 경찰청 실종자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사전등록제 전체 대상자 948만 4,049명 중 314만 2,554명이 등록을 마쳤다. 특히 주요 대상인 8세 미만 아동의 경우 대상자 360만 1,538명 중 263만 4,474명이 등록해 73.1%의 등록률을 나타냈다.
2012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276명의 실종 아동과 장애인, 치매환자 등이 안전하게 가정의 품으로 돌아갔다. 평균 실종아동 발견소요시간은 94시간이다. 지문 등 사전 등록한 경우 46분까지 단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문·사진은 경찰청 안전드림 웹사이트(www.safe182.go.kr)에서 직접 등록하거나, 가까운 경찰서 또는 지구대·파출소에서 등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모바일 안전드림)에서도 등록이 가능하다.
지난 2014년 7월 29일부터는 실종 아동 등에 대한 조기발견지침 ‘코드아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코드아담은 미국의 미아찾기 프로그램으로 다중이용시설에서 아동 실종 사건이 발생한 경우 즉시 시설 출입문을 봉쇄한 후 시설 자체 인력과 장비를 활용해 수색, 발견하지 못할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해 7월 천안의 한 대형마트에서 김모(6) 양이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코드아담을 활용해 경보발령 및 안내방송을 시행했다. 출입구 차단, 무전 및 방송으로 김 양의 신체 특징 등을 전파하자, 수색 5분 만에 김 양을 발견해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코드아담 도입 후 올 4월까지 총 1만 1,914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단 한 건도 빠짐없이 모든 실종 아동을 찾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실종아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실종아동에 대한 범위가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확대되다보니 고등학생까지 실종아동으로 분류됐다”며 “가출청소년들까지 집계에 포함되다보니 신고 건수가 증가한 측면이 있다. 8세 미만 아동의 실종 신고는 예년이나 요즘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종아동이 오히려 증가한 것을 놓고 사회적 인식이나 관심이 과거에 비해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실종아동에 대한 경각심이 높았던 반면, 최근 들어 지문등록제 등 첨단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실종아동들의 발생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실종 유향은 미아, 유괴, 가출, 사고로 나뉜다. 과거에는 아이 없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려는 목적으로 납치했거나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면 지금은 살인, 성폭행 등을 위해 심신이 미약한 아동을 납치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종아동 사건이 흉악·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12월 발생한 ‘조두순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기 안산에서 등교하던 8세 여자어린이를 납치,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혀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김길태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김길태는 2010년 2월 부산에서 예비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시체를 물탱크에 유기했다.
올해 3월 인천에서는 한 여고생이 공원에서 놀던 여자 초등생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을 흉기로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요즘에 발생하는 실종아동 범죄의 대부분은 과거처럼 금품을 요구하기보다는 성폭행을 목적으로 아동 성기호증 환자들에 의한 납치가 많다”며 “미성년도 지문을 등록하는 사전등록제 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은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DNA, 얼굴변환프로그램 등을 좀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실종아동은 미성년자 성범죄나 성매매, 살인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거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종 초기에 신속한 수색과 위치 확인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실종전담 수사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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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제11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실종 아동 가족들이 아이들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보건복지부, 경찰청이 주최한 실종아동의 날 행사는 실종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고 실종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됐다. |
경찰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학대예방경찰관(APO) 정원 200명이 편성돼 어린이 안전 문제를 담당하고, 실종에 대한 1차적인 수색·확인은 일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수사팀이 맡는 식으로 투트랙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서는 아동실종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치매노인 실종, 미귀가 성인 등에 대한 신고도 접수·처리하기 때문에 현장 인력을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실종아동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국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실종아동 관련 단체들은 대부분 가족들 회비를 걷거나 주변 지인들 도움을 얻어 가까스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종아동 범죄는 법에 공소시효 자체가 규정되지도 않은 데다 경찰관 인력도 많지 않아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처리가 지지부진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예전에는 실종아동의 가족이 길거리에서 직접 전단지를 돌렸지만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알리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시민들의 제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경찰관의 눈이 되어 항상 실종아동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삼 년도 품지 못하고 잃어버린 아이를 30년간 찾아다니는 할머니, 지적장애 1급의 아이를 잃어버리고 15년 간 자신들의 삶은 버린 채 아이를 찾아다니는 부부 등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만을 바라는 간절한 부모들이 있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은 어느 아픔과도 견주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종아동 부모들은 하루하루 절망과 자책 속에서 어딘가 살아 있을 거란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고 아이들을 찾아다닌다.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가족으로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보다 더 적극적인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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