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포연의 그날, 연평도에 평화는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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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포연의 그날, 연평도에 평화는 왔는가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2.11.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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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안정되찾은 연평도, 북한은 미사일 발사 준비로 분주

지난 11월23일은 북한이 우리 연평도에 포격 도발을 자행한 지 2주기되기는 날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는 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자에 대한 추모식이 거행됐다. 추모식에는 故 서정우 하사와 故 문광욱 일병의 유가족과 참전장병, 정부와 군 주요인사 등이 참석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추모사를 통해 “북한은 최근까지도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등 도발 움직임을 계속 보이고 있다”며 “전사한 장병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그날에 무슨 일이

2010년 11월23일 오후 2시30분, 북한이 우리 영토인 연평도를 향해 포격 도발을 자행했다. 이는 천안함 격침 사건 이후 8개월 만에 발생한 사건으로 남북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 사건으로 우리 해병대원 2명(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이 전사했으며,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한 2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3명이 중경상을 입는 인명피해를 입었다. 북한군의 인명피해 규모는 10~3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군의 공식적인 공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한 것은 6.25전쟁 이후 처음이었던 탓에 국제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으나, 북한은 이를 우리의 책임으로 떠넘기며 정당한 군사적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북한은 사건이 발생하던 날 오전, 우리 국군과 주한미군에 ‘육해공연합호국훈련’이 자국에 대한 공격이 아니냐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는 전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1996년 11월부터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연례적인 훈련이라며 북한의 요구를 거절하고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나 북한은 훈련종료 후 1시간쯤 지난 오후 2시30분경 76.2mm 평사포, 122mm 대구경 포, 130mm 대구경 포 등을 이용해 연평도 군부대 및 인근 민가를 향해 개머리 해안부근 해안포기지로부터 포격을 시작했다.
이에 우리 군은 첫 타격 13분 후 K9 자주포를 무도 포진지에 50발, 개머리 포진지에 30발 총 80여 발을 발사했다. 북의 공격은 오후 3시41분까지 계속되었으며 170여 발이 발사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공군은 북의 공격이 시작된 지 4분 뒤 KF-16 2대를 긴급 출격시키고, 이후 추가로 KF-16 2대와 F-15K 4대를 출격시켰다. 하지만 이후 도발이 계속되지 않아 실질적인 타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백령도 부근 북한군 해안포 기지에서의 해안포 입구 개방이 확인되기도 하였으나, 공격은 계속되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는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후속조치로 “교전수칙을 수정하여 민간인이 공격 받을시 더욱 강력한 대응방안을 강구함과 동시에 서해 5도의 군전력을 증강하라”고 지시했다.

안정 되찾은 연평도 주민들

2년 전, 전운과 함께 극도의 불안이 감돌던 연평도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당시 주민들은 육지로 긴급 대피해 한 동안 거주지인 연평도에 가지도 못할 만큼 긴장감이 높았다. 그날로부터 2년이 지난 가운데 연평도의 인구와 관광객이 증가했다는 조사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포격 도발 2주기를 맞이해 연평도 등 서해5도에 대한 지원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한 결과 연평도의 주민은 도발 직후인 2010년 11월 1,772명에서 2년 간 15.6% 증가해 올해 10월 현재 2,049명을 기록했다. 관광객도 2010년 2만 2,738명에서 2011년 3만5,070명으로 54% 증가한 상태다. 올해도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정부는 서해5도 주민과 관광객들의 안전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비상대피시설 42곳을 설치했고, 연평도 여객터미널을 신축했고, 백령도 및 소청도 선착장을 정비해 항만시설을 현대화시키기도 했다. 포격으로 피해를 입었던 주택은 모두 복구된 상태고, 올해부터는 30년이 넘는 주택 160채에 대한 개량공사비를 주택당 최대 4,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또한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 주민은 매월 5만 원의 정주생활지원금과 해상운송비를 지원받는다. 연평도 거주 고등학생은 교육비를 전액 지원받고 있으며, 2012년에는 11명이 ‘서해 5도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다.
이와 함께 포격 2주년을 맞아 연평도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735㎡ 규모의 안보교육장을 준공하고, 안보교육장 맞은편에는 피폭주택 3동을 그대로 보존했다. 교육장 지하 1층은 주민대피소로 활용되며, 교육장에는 포격포탄과 피해잔해물이 전시됐다. 포격도발 상황을 재연한 3D 영상도 상영하게 된다.
2010년 포격 도발 직후 재해구호협회, 사회복지공공모금회, 대한적십자사가 모은 국민성금 88억 원은 희생자 유가족과 주민생활 안정을 위한 사업에 활용됐고, 2011년 신년나눔음악회를 통해 모은 성금 32억 원으로는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연평도 출신 학생들의 숙소인 옹진장학관을 건립했다.

국제형사재판소, 전쟁범죄로 예비조사 진행 중

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는 국제형사재판소로, 전쟁범죄와 反인류범죄를 단죄하고 있다. 이곳에서 2년 전 발생한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 대한 예비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과 함께 ICC의 예비조사가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우리나라 등에서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조사는 본수사의 전단계이다. ICC는 2010년 12월,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지를 가리기 위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예비조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두 사건이 전쟁범죄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판단이다. 전쟁범죄 구성요건이 전혀 없다면 이미 조사를 종료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조사와 기소 등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향후에 어떻게 진행될지는 전망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ICC 검찰부는 현재 예비조사 차원에서 북한에도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ICC 미가입국이다. 이에 따라 ICC에 밝힌 입장은 별도로 없다는 관측이다.
일단 예비조사가 본수사로 전환되려면 ICC 검찰부가 ICC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후 검찰부는 본 조사를 통해 기소 대상자와 혐의를 특정하며 이 과정에서 필요시 기소 대상자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영장이 발부되어도 북한을 대상으로 실제 영장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재판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군 등을 기소할 경우 국제적으로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묻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반성은커녕 미사일 발사준비로 바쁜 북한

한편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 2주기에 즈음해 ‘정의의 승리’를 운운하며 여전히 남측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지난 11월23일 북한의 ‘군사논평원’은 노동신문을 통해 ‘패전을 승전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해괴한 광대극’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여기서 북한은 “연평도 포격전은 신성한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부정의에 대한 정의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것은 또한 분별을 모르는 괴뢰군부 호전광들에게 패전의 쓴맛을 안겨주고 용감무쌍한 백두산 혁명강군의 위력을 만천하에 시위한 자랑찬 승전”이라고 썼다. 이는 국방부가 내부적으로 연평도 포격사건을 승전이라고 부른다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한편 군사논평원은 “(포격전 당시) 단 한명의 희생도, 단 한명의 부상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있었다면 들판에 매놓은 한 마리 황소의 뒷다리에 눈먼 포탄 한 개가 박혔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사논평원은 “괴뢰들이 또다시 도발을 걸어온다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서남전선군 장병들을 포함한 우리 천만군민의 거침없는 의지”라고 위협했다. 북한군 서남전선사령부 대변인도 지난 11월21일 조선인민군신문사 기자와 문답을 통해 “우리 군대가 있는 한 괴뢰들의 거짓으로 포장된 ‘연평도 승전’ 기념식 추태는 제2의 연평도 불바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23일, 일본 한 신문은 “이달 초 미국이 북한의 평양시 산음동에 있는 무기 공장에서 미사일 부품으로 보이는 화물이 평안북도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기지 조립동으로 운반된 것을 위성사진으로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포착된 위성사진 속 화물 모습이 지난 4월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탄도 미사일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고 당시 미사일이 화물 이동 20일 후 발사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미사일도 이달 말에는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 발사 의지를 밝힌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에 포착된 화물도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우리 군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엔진 성능시험을 실시하는 등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정황들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미국과 우리 측 정권 교체 시기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도발을 통해 차후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북한의 전형적인 전략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 11월15일 유엔총회 계기에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 우주개발기관을 확대·강화하고 정지위성을 포함해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각종 실용위성을 계속 쏘아 올릴 것”이라는 등 최근까지 국제사회가 ‘장거리 미사일’로 규정한 위성 발사 계획을 계속해서 천명해오고 있다.

물가·환율 덫에 걸린 北 개혁

이렇듯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은 정작 내부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값과 환율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가 북한 이탈주민 증언 등을 토대로 집계한 2012년 10월 북한 시장 쌀값 가격은 킬로그램당 6,500원 내외, 환율은 5,000원 안팎이다.
신, 구 화폐를 1대 100의 비율로 교환한 화폐개혁 단행 직후였던 2009년 12월 쌀값은 킬로그램당 25원, 환율은 달러당 38원으로 일시적으로 조정된 바 있다. 화폐개혁 조치 직후와 최근을 비교하면 약 3년 동안 북한 쌀값은 무려 260배, 달러 환율은 약 130배나 치솟은 셈이다.
이에 비해 북한 근로자들의 명목임금은 화폐개혁 이후에도 월 3,000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 월급으로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쌀은 약 0.5킬로그램에 불과하다. 식량과 생필품 등의 배급이 잘 이뤄지는 특권층과 달리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일반주민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상황은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이나 생필품 가격 안정화가 가장 필수적이다. 하지만 유통되고 있는 생필품의 가격이 매우 높아 이 수준까지 임금을 끌어올리려면 인상폭이 실로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인위적으로 생필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제2의 화폐개혁 말고는 답이 없다. 그러나 이미 실패한 것으로 입증된 화폐개혁을 다시 단행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이에 대북경제전문가들은 북한이 안고 있는 심각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개인의 자율성을 대폭 향상시키고, 가격조정 이외에도 금융, 가격, 재정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대외개방 확대 등 전면적이고 급진적인 개혁도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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