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4월부터 시판
뼈, 내장 제외한 살코기만 수입, 농가 반발 예상
광우병 발생으로 2003년 12월 이후 수입이 금지돼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살코기에 한해 재개된다. 농림부 박현출 단장과 척 램버트 미 농무부 부차관보가 이끄는 양측 실무협상단은 1월13일 경기 안양시 수의과학검역원에서 회의를 갖고 허용부위 등 수입 조건에 대해 합의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수입 허용 부위에 대해서는 살코기로만 한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른바 ‘LA 갈비’ 등뼈가 붙은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입 금지 조치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수입 월령은 국제 규정에 따라 30개월령 이하로 한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농림부 관계자는 밝혔다.
우리 정부는 뼈와 내장을 제외한 살코기만 수입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 측은 수요가 가장 많은 갈비 등의 부위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 축산물 교역 기준을 정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규정을 들어 수입 불가 방침을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규정은 쇠고기 자유 교역 대상을 ‘30개월령 이하 소의 뼈를 제외한 살코기’라고 정하고 있다. 아울러 양측은 광우병이 재발할 경우 수입을 다시 중단할 것과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현지 도축장에 우리나라 검역관을 파견하는 등의 내용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수입 재개 조건 협상을 마무리하면 미 수출 작업장 지정, 수입 위생조건에 대한 고시 등을 거쳐 이르면 3월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게 된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당시 19만9,443톤이 수입돼 전체 수입량(29만3,653톤)의 68%를 차지했다.
한편 이날 전국한우협회 회원 등 축산단체 소속 3,000여명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쇠고기 수입은 안전성 기준에 따라야 함에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위해 축산농가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비난했다.
쇠고기 한국 수입재개 환영
미국의 육우업계는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조치를 반색하며 환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칸소주 스프링데일에 본부를 둔 미국 최대의 쇠고기 생산업체인 ‘타이슨 푸즈’의 게리 미켈슨 대변인은 “한국은 지난 2003년 우리 회사의 22억 달러에 달하는 쇠고기 총수출액 가운데 15%를 차지했던 제3위의 수입국이었다”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의 시장 재개방 결정은 미국 육우 업계에는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A.G. 에드워즈 앤드 손즈’사의 댄 보트는 특히 일본이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것과는 달리 한국이 30개월 미만으로 월령 제한을 높인 것을 평가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한국의 수입 재개 결정이 ‘진전’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추가개방을 강력 요구했다. 로버트 포트먼 무역대표부(U STR) 대표는 한·미간 쇠고기 실무협상 타결에 대해 “우리는 이번 조치가 한국과 쇠고기 거래의 정상화를 향한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한국이 모든 미국산 쇠고기 상품에 시장 을 전면 개방하지 않은 것은 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포트먼 대표는 이어 갈비와 꼬리 등뼈가 붙은 쇠고기와 내장, 혀 등의 잡육과 그 제품들에 대해서도 “지체 없이 시장을 개방할 것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계속 촉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집요한 통상논리에 빗장 풀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국내 한우농가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안감으로 산지 소 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측의 집요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입대상에서 뼈를 제외함으로써 한우의 차별성과 활용도를 높인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결정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던 일본이 이미 뼈를 포함한 20개월령 미만 소에 한해 수입을 재개했고,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축산물 국제교역 기준으로 살코기는 자유롭게 교역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의회로부터 넘겨받은 신속협상권(TPA)이 사실상 만료되는 2007년 3월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지어야 한다는 통상 논리에 밀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한우협회 소속 축산농민 3,000여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쇠고기 수입재개를 전제로 추진되는 한미 FTA에 반대하며 쇠고기 협상과 FTA는 소비자 안전까지 내주는 굴욕 외교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농림부는 과학적인 기준에 따라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협상을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미 FTA 협상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수입재개 조건에서 우리측 입장을 관철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FTA 협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와 쇠고기 수입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입재개 조건의 핵심은 수입가능 부위에서 뼈를 제외했다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기 전에는 수입부위에 제한이 없어 갈비 등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이 가능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갈비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협상 막판까지 뼈를 수입대상 부위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끝까지 버티면서 뼈를 제외시킨 것은 미국 내에서는 소각대상일 뿐인 뼈를 들여오게 되면 전체 중량만 늘어날 뿐 실제로 살코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뼈를 제외함으로써 뼈가 있는 한우갈비의 차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도축과정에서 뼈를 제거하는데 인건비가 적잖게 소요된다는 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단가를 높여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한편 이번에 합의된 수입위생 조건 가운데 광우병 재발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미국의 사료규제 조치가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에 태어난 소는 예외로 한 것은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1998년 4월 이전에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국내 한우농가는 물론 돼지, 닭 사육 농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작년 11월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파급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경우 한우 산지가격은 6.4∼39.2% 하락하고 대체 육류인 돼지고기는 4.1∼18.5%, 닭고기는 1.9∼14.5% 산지 값이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작년 11월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논의가 활발해지자 불안감을 못 이긴 한우 농가들이 미리 소를 내다팔면서 최근 석달간 산지 소값이 100만원가량 이미 폭락했다. 농협 조사 결과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한우값(수소 500㎏ 기준)은 작년 10월 평균 446만원에서 11월 413만원, 12월 384만원을 거쳐 이달 12일에는 350만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한육우 사육두수는 2003년 12월 148만마리에서 작년 12월 182만마리로 20%가량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축산농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규탄대회를 연 한우협회 등 축산단체들은 "쇠고기 협상을 전제로 추진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며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는 국익이라는 명분하에 소비자 안전까지 내어주는 굴욕 외교의 표본"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국내 한우농가 긴장
정부가 오는 3월말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다시 허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그동안 호주산·뉴질랜드산 쇠고기가 장악해온 수입쇠고기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된 캐나다산 쇠고기마저 수입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가 올 상반기중 열릴 것으로 보여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수입 쇠고기 시장은 북반구의 미국과 캐나다, 남반구의 호주·뉴질랜드가 경쟁하는 구도다. 처음에는 미국 등이 강세를 보였지만 광우병 발생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 수입이 전면 중단되기 전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에서 부동의 선두주자였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에 19만9441t이 수입돼 전체 수입 쇠고기의 68%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입이 전면 중단된 이후인 2004년에는 호주산이 미국의 공백을 틈타 제1의 수출국으로 약진했고 2005년에는 10만1382t이 수입돼 전체 수입 쇠고기의 71%를 점유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면서 전체 쇠고기 수입량은 2003년 29만3653t에서 2005년 14만2601t으로 크게 줄었다. 이렇게 쇠고기 수입량이 급감한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방목으로 풀만 먹여 키우는 호주산·뉴질랜드산 쇠고기가 배합사료로 사육하는 미국산 고기에 비해 질겨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쇠고기 수입량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중단되기 전과 비교해 절반가량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가 지난해말 현지조사를 마친 데 이어 그 결과를 토대로 올 봄에 수입에 따른 위험 여부를 평가하는 전문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우농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한우고기 소비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반 정육점이나 식당 등에서는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한우농가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불안감으로 산지 소값이 떨어지고 소를 키우려는 열기가 크게 줄어 송아지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한우농가들은 자구책으로 ‘자조금(自助金)위원회’를 구성해 대대적인 광고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도 자조금위원회에 매칭펀드 방식으로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일지
2003년 12월/ 미국 워싱턴주서 광우병 감염 소 발견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2005년 2월/ 수입 재개 위한 한ㆍ미 광우병 전문가협의회 개최.
2005년 6월/ 3차 전문가협의회 개최 및 미국 현지 조사. 조사 직후 미국서 광우병 감염 소가 추가 발견돼 협상 중단.
2005년 11월/ 1차 가축방역협의회 개최.
2005년 12월/ 2차 가축방역협의회 개최해 사실상 수입재개 방침 정함, 일본 미국산쇠고기 수입재개.
2006년 1월/ 실무급 협상, 수입재개 조건 결정.
뼈, 내장 제외한 살코기만 수입, 농가 반발 예상
광우병 발생으로 2003년 12월 이후 수입이 금지돼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살코기에 한해 재개된다. 농림부 박현출 단장과 척 램버트 미 농무부 부차관보가 이끄는 양측 실무협상단은 1월13일 경기 안양시 수의과학검역원에서 회의를 갖고 허용부위 등 수입 조건에 대해 합의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수입 허용 부위에 대해서는 살코기로만 한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른바 ‘LA 갈비’ 등뼈가 붙은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입 금지 조치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수입 월령은 국제 규정에 따라 30개월령 이하로 한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농림부 관계자는 밝혔다.
우리 정부는 뼈와 내장을 제외한 살코기만 수입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 측은 수요가 가장 많은 갈비 등의 부위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 축산물 교역 기준을 정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규정을 들어 수입 불가 방침을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규정은 쇠고기 자유 교역 대상을 ‘30개월령 이하 소의 뼈를 제외한 살코기’라고 정하고 있다. 아울러 양측은 광우병이 재발할 경우 수입을 다시 중단할 것과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현지 도축장에 우리나라 검역관을 파견하는 등의 내용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수입 재개 조건 협상을 마무리하면 미 수출 작업장 지정, 수입 위생조건에 대한 고시 등을 거쳐 이르면 3월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게 된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당시 19만9,443톤이 수입돼 전체 수입량(29만3,653톤)의 68%를 차지했다.
한편 이날 전국한우협회 회원 등 축산단체 소속 3,000여명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쇠고기 수입은 안전성 기준에 따라야 함에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위해 축산농가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비난했다.
쇠고기 한국 수입재개 환영
미국의 육우업계는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조치를 반색하며 환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칸소주 스프링데일에 본부를 둔 미국 최대의 쇠고기 생산업체인 ‘타이슨 푸즈’의 게리 미켈슨 대변인은 “한국은 지난 2003년 우리 회사의 22억 달러에 달하는 쇠고기 총수출액 가운데 15%를 차지했던 제3위의 수입국이었다”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의 시장 재개방 결정은 미국 육우 업계에는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A.G. 에드워즈 앤드 손즈’사의 댄 보트는 특히 일본이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것과는 달리 한국이 30개월 미만으로 월령 제한을 높인 것을 평가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한국의 수입 재개 결정이 ‘진전’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추가개방을 강력 요구했다. 로버트 포트먼 무역대표부(U STR) 대표는 한·미간 쇠고기 실무협상 타결에 대해 “우리는 이번 조치가 한국과 쇠고기 거래의 정상화를 향한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한국이 모든 미국산 쇠고기 상품에 시장 을 전면 개방하지 않은 것은 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포트먼 대표는 이어 갈비와 꼬리 등뼈가 붙은 쇠고기와 내장, 혀 등의 잡육과 그 제품들에 대해서도 “지체 없이 시장을 개방할 것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계속 촉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집요한 통상논리에 빗장 풀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국내 한우농가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안감으로 산지 소 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측의 집요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입대상에서 뼈를 제외함으로써 한우의 차별성과 활용도를 높인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결정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던 일본이 이미 뼈를 포함한 20개월령 미만 소에 한해 수입을 재개했고,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축산물 국제교역 기준으로 살코기는 자유롭게 교역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의회로부터 넘겨받은 신속협상권(TPA)이 사실상 만료되는 2007년 3월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지어야 한다는 통상 논리에 밀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한우협회 소속 축산농민 3,000여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쇠고기 수입재개를 전제로 추진되는 한미 FTA에 반대하며 쇠고기 협상과 FTA는 소비자 안전까지 내주는 굴욕 외교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농림부는 과학적인 기준에 따라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협상을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미 FTA 협상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수입재개 조건에서 우리측 입장을 관철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FTA 협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와 쇠고기 수입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입재개 조건의 핵심은 수입가능 부위에서 뼈를 제외했다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기 전에는 수입부위에 제한이 없어 갈비 등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이 가능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갈비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협상 막판까지 뼈를 수입대상 부위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끝까지 버티면서 뼈를 제외시킨 것은 미국 내에서는 소각대상일 뿐인 뼈를 들여오게 되면 전체 중량만 늘어날 뿐 실제로 살코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뼈를 제외함으로써 뼈가 있는 한우갈비의 차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도축과정에서 뼈를 제거하는데 인건비가 적잖게 소요된다는 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단가를 높여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한편 이번에 합의된 수입위생 조건 가운데 광우병 재발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미국의 사료규제 조치가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에 태어난 소는 예외로 한 것은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1998년 4월 이전에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국내 한우농가는 물론 돼지, 닭 사육 농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작년 11월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파급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경우 한우 산지가격은 6.4∼39.2% 하락하고 대체 육류인 돼지고기는 4.1∼18.5%, 닭고기는 1.9∼14.5% 산지 값이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작년 11월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논의가 활발해지자 불안감을 못 이긴 한우 농가들이 미리 소를 내다팔면서 최근 석달간 산지 소값이 100만원가량 이미 폭락했다. 농협 조사 결과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한우값(수소 500㎏ 기준)은 작년 10월 평균 446만원에서 11월 413만원, 12월 384만원을 거쳐 이달 12일에는 350만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한육우 사육두수는 2003년 12월 148만마리에서 작년 12월 182만마리로 20%가량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축산농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규탄대회를 연 한우협회 등 축산단체들은 "쇠고기 협상을 전제로 추진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며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는 국익이라는 명분하에 소비자 안전까지 내어주는 굴욕 외교의 표본"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국내 한우농가 긴장
정부가 오는 3월말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다시 허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그동안 호주산·뉴질랜드산 쇠고기가 장악해온 수입쇠고기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된 캐나다산 쇠고기마저 수입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가 올 상반기중 열릴 것으로 보여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수입 쇠고기 시장은 북반구의 미국과 캐나다, 남반구의 호주·뉴질랜드가 경쟁하는 구도다. 처음에는 미국 등이 강세를 보였지만 광우병 발생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 수입이 전면 중단되기 전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에서 부동의 선두주자였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에 19만9441t이 수입돼 전체 수입 쇠고기의 68%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입이 전면 중단된 이후인 2004년에는 호주산이 미국의 공백을 틈타 제1의 수출국으로 약진했고 2005년에는 10만1382t이 수입돼 전체 수입 쇠고기의 71%를 점유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면서 전체 쇠고기 수입량은 2003년 29만3653t에서 2005년 14만2601t으로 크게 줄었다. 이렇게 쇠고기 수입량이 급감한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방목으로 풀만 먹여 키우는 호주산·뉴질랜드산 쇠고기가 배합사료로 사육하는 미국산 고기에 비해 질겨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쇠고기 수입량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중단되기 전과 비교해 절반가량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가 지난해말 현지조사를 마친 데 이어 그 결과를 토대로 올 봄에 수입에 따른 위험 여부를 평가하는 전문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우농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한우고기 소비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반 정육점이나 식당 등에서는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한우농가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불안감으로 산지 소값이 떨어지고 소를 키우려는 열기가 크게 줄어 송아지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한우농가들은 자구책으로 ‘자조금(自助金)위원회’를 구성해 대대적인 광고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도 자조금위원회에 매칭펀드 방식으로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일지
2003년 12월/ 미국 워싱턴주서 광우병 감염 소 발견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2005년 2월/ 수입 재개 위한 한ㆍ미 광우병 전문가협의회 개최.
2005년 6월/ 3차 전문가협의회 개최 및 미국 현지 조사. 조사 직후 미국서 광우병 감염 소가 추가 발견돼 협상 중단.
2005년 11월/ 1차 가축방역협의회 개최.
2005년 12월/ 2차 가축방역협의회 개최해 사실상 수입재개 방침 정함, 일본 미국산쇠고기 수입재개.
2006년 1월/ 실무급 협상, 수입재개 조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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