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구글’ 한국진출 본격화, 네이버와 한판 격돌 예상
인터넷과 미디어 제패 야심을 키우고 있는 미국 구글이 한국에 올 상반기내로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다는 소식이 최근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구글의 본격 한국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국내 포털 업계에 동요가 일고 있다.
포털 업계 “구글 거품 일고 있다”
구글은 현재 한국에 법인이나 지사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임시사무소를 설치하고 홍보대행사를 통해 국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6월부터 헤드헌터를 인재를 찾는 등 한국진출의 움직임을 뚜렷히 하고 있다. 일부 포털 핵심 인력은 "구글측으로부터 비공식적인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어 구글이 한국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한국진출설은 2004년 불거졌으며 2005년 오프라인 홍보활동 등 한국내 구글의 움직임이 일면서 한국 진출설이 대두됐다. 또 2006년 상반기 중으로 구글이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12일에는 연일 강세를 보이던 포털 네이버 운영사 NHN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만약 구글이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에 진출한다면 국내 검색 광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독점적인 지위를 굳히고 있는 네이버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포털 업계 “구글 거품 일고 있다”
구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대부분의 한국 포털들은 일단 외면상으로는 뚜렷한 반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포털 관계자는 "구글의 한국지사가 설립된 것도 아니고 공식적인 발표도 아닌데 언론에서 구글의 소문에 유달리 민감하게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현재 한국에 구글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의 연구개발센터가 어디에 어떻게 세워질지 밝혀진 것도 없고 국내 인력 충원과 시스템을 갖추려면 아직도 그 실체 윤곽을 드러내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현 시점에 구글이 마치 한국 검색시장을 뒤 흔들만한 윤곽을 드러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구글 거품'만 키우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NHN 관계자는 "구글 한국 진출설은 이미 끊임없이 나왔던 것이다. 굳이 새롭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며 NHN은 한국 네티즌들에게 맞는 특화된 컨텐츠로 승부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일부 언론에서 NHN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등의 보도를 했지만 별 의미없는 보도이며 구글 진출과 상관없이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힘쓸 것이다"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야후코리아 관계자 역시 "아직 구체적인 실체 없는 구글이 미국에서 1위라고 한국에서도 무조건 1위라는 법은 없다. 사용자 참여형 서비스나 한글 DB에 대한 검색 기술이 얼마나 국내 네티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구글에 의한 포털의 지각변동을 예상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구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품”
구글 한국진출은 절대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포털들은 지속적인 구글 모니터링을 통해 구글의 서비스를 파악하고 있으며 한국 진출설의 실체를 잡기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내 포털들도 구글 진출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들을 세우고 있다.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에 의한 한국진출, 혹은 구글의 킬러 콘텐츠들을 예측하고 있다"며 "드러내고 언급하진 않지만 신경 쓰이는 존재임은 틀림없다"고 얘기한다.
구글이 막강한 자본과 기술력을 보유한 세계적 IT기업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만약 구글이 국내 인터넷 기업을 인수해 한국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한다면 다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 포털들이 선점한 검색DB의 편집 능력을 구글이 보유한 채 국내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네이버를 능가하는 거대 공룡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민감한 시장의 관심을 상황을 구글도 마냥 달갑게만 느끼고 있지 않다. 구글 관계자는 "(한국)언론과 경쟁사들의 민감한 반응이 오히려 한국 진출을 조심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에 대한 민감한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한국 IT시장(안착)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구글의 정확한 한국 진출 시기는 말할 수 없지만 2006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 동안 한국 진출에 뜸을 오래 들였던 만큼 잘 차려진 밥상으로 한국 이용자들에게 선보일 것" 이라고 확인했다.
미국선 '구글' 한국선 ‘네이버’
미국의 구글과 한국의 NHN은 검색 없는 인터넷을 상상할 수 없는 이 시대에 가로 10cm, 세로 1cm 크기의 네모상자(검색창) 하나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google’(구글한다)이 ‘search’(검색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한국에서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말이 정답으로 통한다. 이쯤 되면 '검색권력'이라는 말도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 두 인터넷 기업은 검색하나로 비즈니스,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빅브라더라는 별명도 얻었다.
구글과 NHN은 여러모로 닮은꼴이 많다. 1998년 가을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만든 구글은 사업개시 7년 만에 기업가치에서 제너럴모터스(GM)을 앞섰고 브랜드가치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쳤다.
지난해 시가총액은 이미 120조원을 넘어섰으며 검색으로만 5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전세계에서 매일 6,500만 명이상이 구글에 접속하고 미국 인터넷 검색 시장만 보면 39%의 점유율을 차지해 야후 등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NHN의 행보도 거칠 것이 없다. 국내 검색시장에서 점유율 70%를 넘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작년 매출은 애초 목표치를 크게 뛰어 넘은 3,470억여 원을 기록했고 그 중심에는 검색이 자리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작년 8월, 2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불과 넉달만에 다시 4조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증권가에서는 NHN의 목표 주가를 올려 잡기에 바쁘다.
독특한 기업문화가 회사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다는 점도 닮았다. 구글의 기업문화는 실리콘밸리의 사옥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이 곳은 야구장, 수영장 등 온갖 운동시설은 물론 마사지실까지 갖춰진 하나의 놀이터다. 24시간 동안 호텔급 식사가 제공되고 하루 근무시간 중 20%는 자신이 원하는데 쓸 수도 있다. 직원들이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뭐든지 허용한다는 것이 구글의 방침이다.
NHN의 본사도 카페테리아, 수유실, 의무실, 온돌식 회의실 등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 공간들로 채워져 있다.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주 5일제를 도입했고 출근 시간도 보통의 기업들과 달리 오전 10시로 늦췄다. 아침을 거르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에 오면 간단한 식사와 스넥도 제공된다.
닮았으면서도 다른 구글과 네이버
닮은 게 많은 두 업체지만 다른 게 하나 있다. 두 회사에게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검색 방식이 그렇다. 초기화면만 들여다봐도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한 네이버와 단순히 검색창만 있는 구글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선 두 사이트의 검색창에 '황우석'을 입력해봤다. 네이버에서는 황우석의 사진과 기본적인 프로필, 사용자들이 직접 생산한 지식들, 관련 사이트, 뉴스, 웹문서 등을 친절하게 모두 보여준다. 이 중에서도 사용자들이 만든 정보가 검색 결과의 품질을 높이는 비결이다. 하지만 구글은 웹문서, 이미지 등을 따로 검색해야하고 사용자들이 직접 생산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차이는 기본적인 통신 인프라와 한미 양국의 검색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국내의 경우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높아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미국만 해도 아직 전화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이 높아 텍스트 위주의 웹검색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또 구글의 경우 사업초기 검색 대상이 되는 웹문서가 방대해 순수 검색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국내에서는 웹상의 자료가 많지 않아 검색기술보다는 상대적으로 사용자 스스로 만들어내는 콘텐츠 확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컸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차이점은 검색에 대한 기본 철학이다. 구글은 검색결과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다. 100여개가 넘는 원칙이 적용되는 구글의 검색엔진을 통해 나온 결과를 인위적인 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보여주기만 한다. 광고주가 지불하는 비용에 따라 검색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국내 사이트와는 달리 구글은 검색엔진만이 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또 검색결과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철저하게 검색 기술 자체의 경쟁력으로만 승부하려는 구글의 기술 지향적 철학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 검색기술과 별도로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지향한다. 사람의 수작업을 거치더라도 검색결과를 모아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데이터베이스(DB)도 상당하다. 일례로 작년 11월 스웨덴과의 축구 평가전이 열렸을 당시 경기 종료 후 얼마 되지 않아 네이버에서는 경기 결과와 사진 등 정리된 데이터를 볼 수 있었다. 이는 검색엔진과 사람의 손이 만나야만 나올 수 있는 서비스이다.
네이버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 구글은 명쾌하긴 하지만 산만하고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맞수 대결 앞둔 구글-네이버
구글의 한국진출 계획이 가사화함에 따라 바야흐로 두 지존은 맞수 대결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세계를 휩쓴 '구글 쓰나미'의 파장을 우려하기도 하고,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앞선 통신인프라를 바탕으로 높은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토종업체에 밀려 구글의 불패신화가 깨질 것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현재 앞서 있는 것은 네이버다. 지난 2년 동안 구글의 한글 버전이 서비스됐지만 검색 시장 점유율은 70% 대 3%로 네이버의 절대적 우세다.
검색 서비스 '첫눈'의 장병규 대표는 "똑똑한 네티즌들이 네이버를 많이 쓰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검색 품질이 높기 때문"이라며 "구글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네이버에서 볼 수 있으니 네이버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네티즌들이 자체 생산한 지식정보를 기반으로 한 풍부한 데이터양은 구글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앞선 기술과 자본을 갖춘 구글이 어떤 변신을 할지는 미지수다. 구글은 검색광고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으로 이메일, 지역검색, 인터넷전화, 가격비교, 도서검색(구글프린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고 데스크톱 검색(PC내 검색), 이미지파일 관리 프로그램, 각종 정보를 바로 확인하는 사이드바 등을 통해 컴퓨터 응용프로그램 시장 진출까지 꾀하고 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을 묶은 구글팩 서비스도 현재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구글 베이스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올리는 콘텐츠를 모으는 사업도 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업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무한경쟁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또 구글로서는 글로벌 기업인 야후가 한국의 토종 업체들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사례를 교훈 삼아 현지화 전략에 있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구글에게도 딜레마는 있다.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네이버가 이미 사용자들의 입맛을 길들여놓은 '한국형 검색'을 따라갈 필요가 있지만 국내 시장을 위해 그렇게 변신을 하는 순간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검색이라는 기본 철학을 배신하게 된다. 구글의 변신이 쉽지 않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