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근원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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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의 근원 감기
  • 글/신혜영 기자
  • 승인 2006.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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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감기, 대수롭게 여기다 큰 코 다친다
면역력을 키우며 예방… 감기라면 충분한 휴식과 영양을 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역사이래로 우리가 흔하게 걸리는 병중 하나가 바로 ‘감기’다. 사람이 일생동안 대략 300번 정도 감기를 앓는다고 한다. 감기는 우리 몸의 방어벽이 약해졌을 때 침투한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데 대부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가 꽤 심하게 앓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더욱이 감기로 사망하는 경우도 가끔 있어 우습게 여기고만 넘어갈 병은 아님은 확실하다. 흔히들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감기는 무엇보다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이제 감기의 완전정복으로 인간의 고질병인 감기를 확실하게 떨쳐 보자.

감기는 비강, 인두, 후두, 기관, 기관지, 폐와 같은 호흡기에 급성 카타르성염증 즉, 일과성으로 낫기 쉬운 염증이 일어나는 병이다. 누구에게나 잘 걸리는 흔한 병으로 가벼운 병이라고 생각되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표면에 나타나는 증세는 재채기, 콧물, 목아픔, 목쉼, 기침, 발열, 두통, 전신권태 등 모두 비슷하므로 일관하여 감기라고 부른다.

감기는 왜 걸리는 걸까
감기는 우리 몸의 방어벽이 약해졌을 때 침투한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다. 현재까지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는 약 100여 종으로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코와 목, 기도, 폐 등에 영향을 주며 이렇게 침투한 세포로 하여금 더 많은 바이러스를 생산, 한 세포에서 대략 1,000개까지의 새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인접한 세포들을 공격한다.
그러나 이러한 바이러스의 침투를 받는다고 모두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잘 단련된 면역 체계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체내에 침투해도 감기에 걸리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난방이 발달한 요즘 바깥 기온과 방안 공기의 기온차가 클 때에는 체내의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쉽다.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피로가 쌓일 때, 그리고 영양을 고루 섭취하지 않았거나 차갑고 축축한 날씨에도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이렇게 몸속에 침투한 감기는 대부분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며 환자의 기도 분비물이 대기중에 퍼져 있다가 감염되거나 손이나 입 등 직접 접촉에 의해서도 전염되기 때문에 사람이 밀집해 있는 환경 등에서는 감기에 걸리기 쉽다.

무기력하게 만드는 감기의 증상
감기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코감기는 대부분 어른들이 잘 걸리며 이는 리노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 성인 감기의 25~50%가 이 바이러스 때문에 걸리는데 여기서 ‘리노’란 라틴어로 ‘코’를 의미하는 것으로 예전부터 감기의 주된 증상이 코감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두통이나 인후통 또는 기침을 동반하며, 감염 후 2~4일경이면 콧물에서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배설되면서 치유된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목감기는 목이 마르고 따갑거나 열이 나고, 음식을 삼킬 때마다 목이 아프다. 감기가 심해지면서 열이 나며 코막힘, 콧물, 몸살 기운 등을 동반하며 목이 쉬고 목소리가 작아지기도 한다. 이러한 목감기는 아침에 일어나면 좀 나아지는 듯 싶지만 저녁때가 되면 다시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 감기의 5~10% 정도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며 이는 집단 거주자나 군인들에서 유행적으로 발생, 겨울철 호흡기 감염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강하다. 따라서 만약 일주일 이상 감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RS바이러스는 영아와 어린이의 하부기도에 감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1세 이하의 영아들에게는 폐렴과 기관지염을 일으키는데 폐렴은 25%, 기관지염의 50%가 이 바이러스 때문에 걸린다. 매년 겨울에 아이들에게 유행하고 재감염 되는 경우도 많은 이 바이러스는 4~5일 정도 잠복했다가 정체를 드러낸다. 이처럼 감기는 코감기와 목감기, 그리고 기침감기 등으로 분류, 대개는 발열이나 오한과 함께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며, 드물게는 결막염이나 설사가 같이 동반되기도 한다.
예전부터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는데, 이는 감기를 소홀히 하면 합병증을 잘 일으키고, 생명에 위독한 질병도 처음에는 감기 증상과 비슷하게 시작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이염, 축농증, 기관지염, 폐렴, 뇌막염 등의 합병증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죽음도 부르는 ‘독감’
감기 중에서도 가장 독종인 감기를 독감이라고 한다. 대부분 감기와 독감에 대해 일반인들은 같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주로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활동하며 전파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일반적인 감기는 미열, 두통, 콧물, 기침, 재채기, 인후통 등이 주 증상이지만 독감의 경우 38~40℃에 이르는 고열이 5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또 오한과 발열이 반복되고 근육통을 호소하며 심하면 구토와 설사 증상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숨이 차는 증세나 안면홍조, 안구충혈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혹여 몸살감기와 독감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 박승철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몸살감기라고 느끼는 증상은 감기라기보다는 편도나 다른 원인으로 나타나는 증상일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감기와 독감은 증상의 정도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감기는 보통 3~5일 정도며 길어도 1주일이면 회복되지만 독감은 보통 15일에서 1달간 머물며 체력을 축내고 그 틈으로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 또 다른 합병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독감에 의한 사망률이 높은 것도 바로 합병증의 발병률이 높기 때문. 특히, 독감은 한번 유행하면 그 지역 내에서 6~8주 동안 일으키며 약 10~20%의 발병률을 보이지만 노약자나 만성질환자의 경우는 40~50%까지 발병하기 때문에 사회나 인체에 미치는 파괴력은 감기에 비할 수가 없다.
한 예로 역사에 기록된 가장 강력했던 독감은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일주일 만에 주민 1만4천명중 1만2천명에게 옮아갈 정도로 전파력이 강했다. 특히 미국 캔사스주 포트라일리에서는 이 스페인 바이러스에 의해 2만 여명이 사망, 미국을 휩쓸던 인플루엔자는 급기야 전 유럽을 강타했으며 심지어 중앙아프리카까지 퍼져나갔다. 그 결과 20억 명 이상이 감염되었으며 2천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는 1차 대전 당시 사망자 수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독감을 옮기는 바이러스에는 인플루엔자 A형, B형, C형 등 3가지가 있다. 그러나 인플루엔자는 뛰어난 자기변신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인플루엔자는 하나도 없다. 인플루엔자의 변이는 매년 또는 몇 년마다 조금씩 변하는 소유행과 10~15년마다 크게 바뀌는 대유행이 있다.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일본독감 등은 이런 유행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감은 12월 초부터 다음해 4월까지 유행한다.

감기의 최고의 명약은 ‘휴식’
“휴식”,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은 이라면 매번 들었을 법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 속에 제일 근본적인 감기약이 들어 있다는 사실. 감기에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와 피로 등이 겹쳐 면역체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절절한 휴식과 알맞은 영양은 직접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향상시킬 때 감기를 물리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특히 그냥 쉬기보다는 몸의 증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효과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목이 쉬었다면 성대의 염증과 부종이 가라앉을 때까지 되도록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가습기나 물수건을 방에 두어 50∼60%의 적정한 습도를 유지하면 가래가 쉽게 나올 수 있다. 목구멍의 자극은 부드럽게 생리식염수로 목을 헹궈 주고, 코감기의 경우 콧속을 생리식염수로 씻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호흡기 질환은 비티민 소모가 많아지므로 비타민 B 복합체를 복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비타민 B1이 많은 과일을 섭취하고, 물, 생강차, 귤차, 쌍화차 등을 1일 5~6회 정도 마셔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감기는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
보통 감기든 독감이든 가장 중요한건 바로 ‘예방’이다. 이러한 예방을 위해선 평소에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 외출 후 귀가하면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하며,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 등을 많이 먹어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감기는 바이러스가 매우 다양해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은 불가능하다. 다만 독감은 해마다 유행하는 종류가 비슷하기 때문에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 폐질환 및 신장 질환자, 항암 치료 환자,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예방접종은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빈혈 등으로 신체 면역 상태가 불량한 사람들도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 3주 후부터 항체가 형성되어 한 달 뒤 최고치에 이르며, 효과가 약 5개월간 지속된다. 그러므로 늦어도 독감 유행 전인 10월 초엔 예방접종을 해야 50~70% 예방할 수 있다.
감기는 그 바이러스의 형태가 다양해 백신 접종이 효과가 없는 것처럼, 아직까지 감기에 대한 특효약도 없다. 다만 기침이 심하면 기침을 덜하게 하고, 콧물이 흐르면 콧물이 덜 흐르게 하는 식의 대증치료가 가능하다. 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병이 심해지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감기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

▲감기약에는 수면제가 들어있다=아니다. 감기 증상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바로 코감기. 이때 콧물을 멎게 하는 항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은 중추신경에 작용하여 졸음을 부르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러한 부작용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어떤 사람은 전혀 졸립지 않은 반면, 어떤 사람은 소량으로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졸음을 느끼기도 한다.
▲종합감기약은 모든 감기에 좋다=감기는 원래 종합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는 병이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종합감기약은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콧물만 난다거나 기침만 난다거나 기침만 나는 감기의 경우에는 필요 없는 약까지 덤으로 먹는 셈이다. 특히 요즘에는 병원을 들러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의약분업의 사각지대에 있는 종합감기약을 사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증상과 상관없이 복용하면 오히려 병을 키우거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종합감기약을 복용하더라도 약사와 상의한 뒤 복용하는 것이 좋다.
▲감기는 날씨가 추워서 걸린다=아무리 춥더라도 감기바이러스가 없으면 감기는 걸리지 않는다. 너무 추워서 감기바이러스가 살 수 없는 극지방에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겨울보다는 오히려 밤낮의 기온차가 큰 환절기에 인체의 방어능력이 떨어지면서 감기 등의 호흡기질환에 걸리기 쉽다. 또한 난방을 심하게 해도 바깥 기온과 방안 공기의 기온차가 커져 체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진다. 다만 추위는 우리 몸의 방어벽을 약화시켜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쉽게 만든다.
▲감기는 주사 한방이면 씻은 듯이 낫는다=많은 사람들이 감기에는 ‘주사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감기에 걸리면 으레 병원을 찾아 주사 맞을 것을 권한다. 하지만 주사 한방으로 감기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 아직까지 감기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사 또한 먹는 약과 마찬가지로 기침, 고열, 통증 등을 억제시켜 몸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신기한 것은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몸이 훨씬 좋아진 것을 느낀다는 것. 이는 주사약에 많이 사용되는 진통소염제 때문이다. 진통소염제를 사용하면 감기로 인한 두통이나 몸살 증상이 급격하게 완화되는데, 이를 두고 병이 나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풀어먹으면 감기가 떨어진다=옛 어른들이 흔히 했던 얘기로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다. 이렇게 먹었다간 오히려 감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물론 술을 잘 이용하면 감기에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 적당한 양의 술을 규칙적으로 마시면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도 있었다. 오래 전부터 민간약으로 사용되어 온 계란술은 초기감기에 그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란술은 술을 따끈하게 데워 거기에 계란을 풀어 마시는 술이다. 맥주잔에 술을 채우고 세 개의 계란을 푸는 것이 가장 적당한 비율. 주로 소주를 이용하는데 특히 재래식 청주여야 그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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