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허덕여도 성과급 돈잔치 … 정부 관리·감독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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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 허덕여도 성과급 돈잔치 … 정부 관리·감독 강화해야
  • 송재호 이사
  • 승인 2012.1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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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기업의 자산 규모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부채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가 재정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국가 재정 부실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것.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공공기관 부채는 공식적인 국가 채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재정으로 해결할 일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공기업은 안으로 곪아가고 있다. 공공기관이 부실화되면 최종적으로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결국 국가 부채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 부채보다 많은 공공기관 부채
그렇다면 공공기관 부채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을까. 정부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463조 원을 넘어 전년에 비해 15.4%가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약 249조 원이던 것이 그동안 연평균 16.8%씩 늘어나 거의 2배 수준이 되었다. 그 결과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 채무 435조 5,000억 원을 능가했다. 만일 공공기관 부채를 국가 채무에 포함할 경우 GDP에서 차지하는 국가 채무 비율은 70%에 육박하게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중장기적인 재무 분석이 가능한 주요 18개 공기업 가운데 67%에 달하는 12개 공기업은 현재의 경영 상태가 지속될 경우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불행히도 공공기관 부채 통계는 국가 마다 기준이 다르고 통계가 제대로 공표되지 않아 국제 비교가 어렵다. 하지만 한국처럼 공공기관 부채가 많고,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가 드문 현상임은 분명하다. 이른바 준(準)정부기관 부채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은 2012년 6월 말 현재 총 288개인데, 이 중 준정부기관이 83개이고, 28개가 공기업으로 지정 되었다.
준정부기관이란 공무원연금공단이나 예금보험공사처럼 공공기관 중에서 특히 공공성이 강조되는 기관들을 말한다. 또 공기업은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 수자원공사처럼 민간과 경쟁하는 시장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기관을 말한다. 나머지 기관들은 기타 공공기관이라고 하며, 경영 공시만 하면 될 정도로 정부 규제가 약하다. 준정부기관 부채는 2008년만 해도 80조 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2010년에 100조 원대로 불어나고, 2011년에는 124조 9,0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4.0% 급증했다. 공공기관 총 부채 증가율보다 훨씬 빠른 증가 속도이다.

정부 사업 대행하면서 곪아가는 공기업
공기업 부채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 공공기관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기업의 2011년 총 부채는 329조 5,000억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도 20.4%로 전체 증가율을 크게 앞선다. 국내 공기업은 정부의 가격 지도나 정부 사업 대행 등과 같은 공공성 위주의 다양한 사업을 수행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시장 논리와 무관하게 정부의 궂은일을 떠맡아 처리하다 보니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자원공사는 예전에 건실한 공공기관으로 꼽혔지만, 4대강 사업을 대행하면서 부채가 급증했고, 토지주택공사(LH)는 보금자리 주택이라 불리는 서민주택 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부채가 급증했다. 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통행료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다 보니 해당 요금을 수입원으로 하는 도로공사나 전력공사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장차 이런 기관들이 부실화돼 파산 지경에 이르게 되면 국민 세금의 투입이 불가피하다. 공공기관이 자회사에 지급 보증을 서는 등의 이유로 인한 우발채무(장차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 규모도 급속히 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공공기관의 자회사 등에 대한 지급 보증액은 총 8조 7,000억 원으로 2010년 4조 5,000억 원에 비해 90% 이상 늘어났다. 특히 해외 자원 개발이나 에너지사업과 관련된 지급 보증이 급증해 2010년에는 1조 6,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3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자회사에 대한 과도한 지급 보증이 모회사의 위험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다. 부채가 늘어도 자산이 충분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자산보다 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의 자산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0.3% 늘어난 반면, 부채는 16.8% 증가했다. 2011년의 경우 자산은 전년 대비 8.4%가 증가했으나, 부채는 15.4%가 늘어 증가 속도가 2배 가까이 빨랐다. 수익성도 악화해 당기 순이익이 2010년엔 4조 2,000억 원 흑자이던 것이 2011년에는 8조 4,000억 원 손실로 전환했다. 자산보다 부채가 더 빨리 불어나는 상황 속에서 경기는 악화되고 투자 손실은 커져 수익성이 계속 악화된다면 향후 공공기관의 부실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공기업의 재정 악화는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의 신용등급 강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켜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고리를 형성시킬 수도 있다.

국가 경제 블랙홀 지방공기업 부채도‘눈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지방공기업의 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공기업부채가 해마다 크게 늘면서 평균 이자 총액만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 위원회 박남춘 의원(민주통합당)에게 제출한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총 채무액은 77조 5,91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자체 자체 채무는 28조 1,618억 원에 그쳤으나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49조 4,295억 원으로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특히 지방공기업 부채는 2007년 27조 7,026억 원에서 2008년 32조4,378억 원, 2009년 42조 6,803억 원, 2010년 46조 4,745억 원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4년 만에 부채액이 21조원 이상 폭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방공기업 부채에 대한 5년간 이자 총액만 1조 6,321억 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지역별 공기업 부채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시가 22조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자비용도 1,182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적은 제주도는 채무액이 701억 원, 이자비용이 2억 원으로, 서울시와는 부채액으로 315배, 이자비용은 519배 차이가 났다. 특히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의 분양저조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강원도의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1조 6,770억 원으로, 2007년 6,455억 원보다 2.6배 늘었다. 이자비용도 2007년 9억 원에서 559억 원으로 62배나 폭증했다. 시도별 공기업의 공사채 발행액은 지난해 7조 8,371억 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는 1조 8,650억 원으로 총 9조 7,021억 원에 달했으며 인천도시공사는 2조 5,536억 원으로 가장 많은 공사채를 발행했다.
박 의원은 “지방공기업부채가 크게 늘면서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에 구멍이 나고 있다”며“지방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지방 경제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블랙홀이 될 수 있는 만큼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낙하산 인사 문제를 개선하고 전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채로 이어지는 지방 공기업 채권발행 급증
이렇듯 지방공기업들의 부채가 증가하는 가운데 올해 들어 9월까지의 지방공사채 발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지방 공기업들이 비교적 낮은 이자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 하려고 채권 발행량을 서둘러 늘린 탓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국 20개 지방 공기업이 올해 1∼9월에 발행한 지방공사채 규모는 모두 7조 2,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발행된 지방공사채 총 발행액(3조 4,000억 원)보다 약 110% 증가한 규모다. 올해를 2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이미 작년 한 해 동안의 지방공사채 전체 발행액(5조 6,000억 원)보다 30%가량 늘어난 액수이기도 하다. 지방공사채 발행규모가 가장 큰 지방 공기업은 서울특별시의 SH공사로 총 2조 2,470억 원에 딜했다. 경기도시공사(1조 5,400억 원), 부산도시공사(1조 400억 원), 인천도시공사(1조 200억 원)가 뒤를 이었다. 작년 동기대비 올해 증가율이 가장 큰 지방 공기업은 충북개발공사였다. 지난 해 1∼9월 사이에 발행한 지방공사채 규모가 12억 원이었지만 올해 발행규모는 1,900억 원으로 늘어나 증가율이 약 1만 6,000%였다. 울산광역시도시공사(4,065%), 광주광역시도시공사(1,649%), 경상북도개발공사(1,563%)도 작년 대비 올해 지방공사채 발행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9월 지방공사채 발행이 없었던 대구도시공사는 올해 같은 기간 1천 95억 원 어치를 발행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지방 공기업이 앞 다퉈 지방공사채를 발행한 까닭은 최근의 저금리 기조 덕분에 공모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편이 다른 자금조달 방식보다 이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충북개발공사 관계자는 “채권금리가 낮아진 덕분에 연3%대 초반의 이자율로 자금 동원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그는“현재와 같은 저금리는 향후 몇 년간 안 올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상당수지방 공기업들이 과거 시중은행에서 높은 금리로 빌린 돈을 조기상환하고 대신 낮은 금리의 지방공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이는 지방공기업의 부채가 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조달한 자금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의 건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는 “지방공기업의 사채 발행이 급증하면 국가 전체 부채 증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성과급지급‘펑펑’
그런데 공기업 중 일부는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경영실적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직원들 성과급챙겨주기만을 지속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국감에서 경영평가에서 D등급 이하를 받은 공공기관 14곳과 부채 상위 10곳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성과급 및 임금지급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 중 성과급 지급이 문제 될 만한 기관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하위 평가를 받은 기관 14곳 중 12곳이 경영부진에도 임직원에게 인당 1,000만 원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들 중 9곳 역시 지난 추석을 맞아 성과급을 지급했다. 부채 상위 공기업 10곳 중 9곳도 임직원에게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영평가 D등급을 받은 한국석유공사는 2010년 1인당 성과급 평균이 1,853만 원이었으며, 지난해는 1,582만 원, 올해도 이미 905만 원을 지급했다. 기관장이 받은 성과급만도 8,104만 원에 이르렀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지난해 1,473만 원의 성과급을 나뉘었으며, 올해엔 이보다 많은 1,564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공사 또한 올해 1인당 735만 원을 지급했다. 한국전력거래소 역시 지난해 1인당 연평균 급여가 8,500만 원임에도 직원 81명에게 3년 거치 6년 분할상환으로 10억 원이 넘는 돈을 무이자로 대출해줬다. 금융부채가 97조 7,687억 원으로 가장 부채가 많은 토지주택공사도 이자로 연간 4조 3,662억 원을 내면서 직원 1,037명에게 97억 원이 넘는 돈을 무이자로 대출했다. 이는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이‘든든한 학자금’을 받는 가난한 사람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셈이다. ‘든든한 학자금’은 연 가구 소득 5,500만 원 이하 가구의대학생이 시중 은행 금리(연6~7)보다 싼 연이율 3.9%로 대출을 받는 것이다. 이낙연 의원은 “공기업이 가뜩이나 임금을 많이 받는다고 비판을 받는데, 이런 특혜까지 주는 게 국민의 상식에 맞느냐”며 이를 감독해야 할 기재위를 지탄하기도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만하게 경영한 공기업이 있다면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며, D등급, E등급을 받은 기관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후에도 지난 추석 연휴 기간 공기업이 성과급을 자체 지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기업의 성과급 문제는 또다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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