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이시형씨에게 빌려줬다는 부지 매입 자금 6억 원과 관련해 핵심 참고인으로 지목돼 온 이상은 다스 회장. 특검팀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지 보름여만인 오늘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현금 6억원의 출처를 캐묻는 한편, 다스의 법인 계좌 추적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부지 매입을 지휘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김 전 처장을 상대로 부지 매입 과정에서 이시형 씨와 경호처의 지분이 정해진 경위와 이른바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사건 특검팀(이광범 특별검사)의 수사가 31일로 보름을 지난 가운데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사실 역대 10번의 특검 대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게 사실. 요란하게 시작하고도 결과물은 변변찮아 용두사미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광범 특검팀에 대해선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는 평도 들린다. 지난 16일 수사에 착수한 특검팀은 시곗바늘이 0시를 넘자마자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비롯해 사건 관련자 10여명을 출국금지했다. 이틀째인 17일에는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서울 구의동 자택과 경북 경주 다스 본사 등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하는 동시에 시형씨, 이 회장 등의 금융계좌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추적에 나서는 등 수사 속도를 초고속으로 올렸다.
출국금지, 압수수색, 계좌추적으로 바닥을 다지며 수사의 정석을 밟아 나갔다. 8개월 동안 핵심 피의자를 서면조사만 하고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 수사와는 대비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수사 개시 열흘째인 지난 25일에는 시형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게 해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최초로 특검에 소환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를 보는 청와대의 시선은 곱지 않은 듯하다.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특검팀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이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씨를 비롯한 사저 터 계약당사자들을 상대로 진행 중인 데다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경우 외압 논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예상은 했지만 특검팀 수사 방식이 온당치 못하다”면서 “중간수사 발표 외에는 피의사실을 얘기해서는 안 되는 기본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특별히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어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청와대는 특검수사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일방적인 내용이 마치 국민에게 사실처럼 오도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세욱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받은 진술마저 바깥으로 줄줄이 유출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당사자가 특검과 김 전 행정관뿐인데 진술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결국 특검팀에서 흘린 것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또 시형씨가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으로부터 돈을 빌린 시점을 애초 검찰 진술과 달리 특검에서 수정한 사실이 알려지고, 이에 따라 계약 전반에 불법이 있던 것처럼 보도된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게다가 특검에 대한 예산 집행을 고의로 미룬 것처럼 외부에 비친 데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특검팀이 역대 특검보다 예산 자체를 늦게 신청한 게 원인인데 국무회의를 비롯한 법적 절차를 거친 정부가 서두르지 않아 이광범 특검이 어쩔 수 없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쓴 것처럼 보인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정 정당에서 선택된 특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치적 수사를 예상했지만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서 “항변권마저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