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로젝트 추진 위해 ‘실탄 확보’에 사활
서울-런던 동시상장을 추진 중인 롯데쇼핑이 국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르면 2월 중 롯데쇼핑 상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 1월 11일 열린 상장심사위원회에서 롯데쇼핑이 상장 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을 금융감독위원회에 통보했다.
롯데, 임직원에 우리사주 배정
롯데쇼핑의 국내 상장 주간사인 대우증권은 이르면 금융감독원에 롯데쇼핑 상장 공모를 위한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런던 증시 상장은 골드만삭스와 노무라증권이 맡고 있다. 해외와 국내의 공모 비율은 약 8대 2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의 상장은 2월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규정상 주식에 대한 유가증권신고서는 주요사항의 변경이 없을 경우 접수 후 15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한 뒤에야 해당 기업은 기업설명회(IR) 활동에 나설 수 있고, IPO 주간사는 공모를 위한 수요예측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어 해당 기업과 주간사가 협의를 통해 공모가액을 결정한 뒤 공모주 청약을 받고,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 최종승인을 신청한다.
롯데쇼핑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대 8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대표 유통주인 신세계와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지분 21.19%를 가지고 있고,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21.18%로 2대 주주다. 또 상장사인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이 각각 12.37%, 6.1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조6,279억원, 3,025억원 수준이다.
롯데, 임직원에 우리사주 배정
롯데쇼핑 임직원들에게 5주에서 최고 130주까지 우리사주 주식이 배정됐다. 롯데쇼핑은 19일 조합원 1만5,087명에게 우리사주 34만2858주를 연속 근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우리사주 배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배정안에 따르면 근속 연수를 2년 단위로 구분해 최소 5주에서 최고 130주까지 차등 배정하고, 미확인 조합원을 위해 3080주는 남겨둔 뒤 실권주로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인원 사장을 비롯한 등기임원에 대해선 우리사주 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근속연수가 1년 미만 직원 3,085명은 5주를, 1∼2년차 4,171명 13주, 3∼4년차 3,082명 22주, 5∼6년차 2,782명은 31주를 청약할 수 있다. 아울러 9∼10년차 직원 572명의 경우엔 49주를, 21∼22년차 36명은 103주, 25∼26년차는 130주를 배당받게 된다. 청약은 19일부터 오는 22일까지이며, 이후 실권주 배정, 청약금 납입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롯데쇼핑 임직원들은 예상 공모가중 최고액인 43만원을 기준으로 청약금 215만원∼5,590만원을 납입한 뒤 최종 공모가가 결정되면 초과 납부금을 돌려받게 된다. 그러나 청약금이 부족할 경우엔 연이율 5.5%로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다고 한다.
롯데쇼핑은 상장을 위해 국내에서 171만4286주를, 해외에서 전체의 80%에 달하는 685만7143주를 모집하며, 국내 공모 물량 가운데 40%는 우리사주 조합(20%)과 일반청약자(20%)에게 각각 배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관투자자의 몫으로 넘길 계획이다.
실탄 확보위해 롯데쇼핑 상장?
롯데그룹이 제2 롯데월드 건설, 해외사업장 확대, 신사업 진출 등을 추진하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롯데쇼핑 상장을 준비한다는 평가다. 올해 러시아 모스크바백화점 개점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탄 확보’가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업종 특성상 유동성에 대한 어려움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기업이다. 외환위기 때도 롯데그룹은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 없었던 현금흐름이 아주 좋은 기업이다.
그러나 초대형사업 추진을 앞두고 세븐일레븐, 롯데칠성 등 계열사의 순이익이 감소하는 등 현금 동원이 순탄치 않는 곳곳의 악재가 발생하면서 롯데쇼핑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롯데그룹은 제2 롯데월드 기공식, 러시아 모스크바백화점 개점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제 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를 통해 현재 연 30조원 규모의 그룹 매출을 50조원까지 끌어올리는데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유통 제국’ 건설의 중심에는 신동빈 부회장이 서 있다. 신격호 회장이 롯데쇼핑 상장을 계기로 신동빈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신 부회장이 현재 추진중인 대형 프로젝트들이 성공할 경우 별다른 걸림돌 없이 ‘대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실패할 경우엔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신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최대 과제인 제2롯데월드 건설, 해외사업장 확대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다. 신부회장은 이러한 자금조달의 해법을 롯데쇼핑 상장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규사업 발판 마련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롯데쇼핑을 상장시키려는 이유는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롯데쇼핑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으로 외부간섭을 받는 자체를 기피해왔다. 그러나 ‘롯데 글로벌화’ 등의 숙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롯데쇼핑 상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롯데그룹은 세븐일레븐 등의 매출감소와 주력 계열사인 롯데칠성도 지난해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롯데칠성은 지난 2004년 순이익이 1,175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855억원으로 감소했다.
또한 백화점과 식품업체 특성상 연 매출규모가 일반 제조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롯데그룹은 예년에 볼 수 없었던 고강도 구조조정도 진행중이다. 또한 시장경쟁이 치열한 할인점 시장에서 롯데마트의 경우 더욱 고전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경쟁사인 이마트에 크게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고있다. 특히 롯데마트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의 일환으로 중국시장 진출을 서두르면서 유동성 확보가 더욱 시급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계열사들의 매출감소 등으로 구조조정까지 시작되면서 롯데그룹은 롯데쇼핑 상장을 통한 ‘현금 확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그룹은 국내 최대 유통그룹으로 유동성 확보에 대해선 외환위기 때도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며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부 계열사의 매출감소와 대형 프로젝트 추진으로 자금조달을 위해 롯데쇼핑 상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빠진 신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롯데쇼핑 상장을 앞두고 해외 로드쇼를 직접 챙기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지난 1월13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상장 관련 해외 기업 설명회에 롯데백화점 이인원 사장, 롯데마트 이철우 대표와 동행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격려차 런던과 미국 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노무라증권 런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신 부회장이 이번 롯데쇼핑 상장에 적극 개입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신 부회장이 제2롯데월드 건설 등을 앞두고 나라 안팎에서 충분한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기업공개에 부정적인 부친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 부회장이 이번 롯데쇼핑 상장을 계기로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침 신 부회장은 전날 롯데쇼핑의 인터넷 포털 업체인 롯데닷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계열사 업무 등을 통해 경영수업을 받던 신 부회장이 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과 신사업에 매진하기 위해 계열사 관련 직함을 내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 회장이 지난달 적자 상태인 코리아 세븐과 롯데캐논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신 부회장에게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롯데 상장, 백화점 업계 투명성 기폭제?
롯데쇼핑 상장이 실적 부풀리기나 뻥튀기와 같은 백화점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는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다음달 초 롯데쇼핑의 거래소 상장이 이뤄지면 영업 실적이 투자 정보 제공 등의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정확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그간 비상장사였기 때문에 주력 사업부문인 백화점의 매출, 영업이익, 경상이익, 순이익 등과 관련해 투자 정보 수준의 공식 통계가 공개되지 않아왔다. 분기 또는 반기별 재무제표 등을 통해 전체 실적이 소개되기는 했으나 ‘엄격한’ 수치라고 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있어왔다. 현대백화점, 신세계의 백화점 사업부문 등 경쟁관계에 있는 상장업체와 견줄 수 있는 ‘실적 자료’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계 빅 3의 실적은 지금까지 각 해당 업체의 ‘입’을 통해 증감률 형태로만 비교돼왔다. 부풀리기나 뻥튀기 논란이 자주 뒤따랐던 이유다. 백화점뿐 아니라 롯데, 신세계간 주요 경쟁 부문인 할인점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롯데쇼핑 상장이 백화점 업계의 고질적 병폐를 없애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각종 공시 의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실적 등 많은 정보가 정확히 전달될 것이기 때문에 투명성이 많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롯데뿐 아니라 경쟁사를 의식한 상당수 업체들이 언론을 통해 실적을 부풀려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번 상장은 롯데가 선도업체인 만큼 업계 전반에도 투명성 측면에서 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쇼핑 상장이 ‘불투명성’이라는 업계 고질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평소 백화점, 할인점 등의 실적이 언론에 노출되는 경우는 주로 세일 등 특정시기의 매출 증감률 등에 국한돼있기 때문에 정밀한 분석 없이는 검증이 불가능한데 타업체들이 분석할 여지를 줄만한 수치 공개는 아예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롯데백화점이 최근 상품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면서 ‘금액을 명시한’ 보도 자료를 냈다가 ‘언론 발표용’과 ‘업계 내부 교환용’ 수치가 다른 점이 발견돼 논란을 빚은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