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선후보인 문재인·안철수 캠프 간의 인적 전쟁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민주통합당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9일 송호창 의원이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안철수 캠프에 합류하면서 안철수발(發) 정치권 새판짜기가 시작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과천·의왕에 전략공천 되어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당선됐던 송 의원은 이날 공평동 안 후보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 안철수를 불러냈던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안철수 캠프 합류를 선언했다.
안 후보는 지난 7일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을 영입한 데 이어 송 의원과 손을 맞잡으며 점점 정치권에서 세를 불려나가는 모습이다. 특히 안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간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는 국면에서 ‘민주당 탈당 현역의원 1호’가 된 송 의원의 행보가 현역의원들의 ‘안철수 행(行)’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로 두 후보가 결국 한울타리 안에 엮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상황에서 '배신’ 위험을 안고서 섣불리 거취를 옮기는 현역의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민주당 중심의 단일화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추가 탈당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호각세를 보이고 있는 문, 안 후보의 지지율이 안 후보 쪽으로 쏠릴 경우엔 예상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며, 물론 반대의 경우엔 현역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쪽에서는 안철수 캠프를 선택한 김성식 전 의원과 비슷한 성향인 원희룡, 정태근, 홍정욱 전 의원과 이태규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등의 합류 가능성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송호창 의원이 안 후보 캠프로 ‘이적’하는 등 세 불리기가 가속화되면서 안 후보가 단일화 없이 완주할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주장하는 문 후보와 이에 맞선 안 후보 간 기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문 후보는 10일 전북 완주 전주도당에서 열린 당원 필승 결의대회에서 “민주당만이 ‘반(反)민주’인 새누리당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다.”며 “정당 기반 없이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안 후보를 겨냥했다. 문 후보의 공보단장인 우상호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하지 않고 3자 구도로 가면 틀림없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이날 대전을 방문한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 여당이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야당이 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끌려다니고 시끄러울 것 같다. 그럴 바엔 차라리 무소속 대통령이 돼서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민주당이 정치개혁 주문에 답하지 않고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면 이대로 대선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쐐기를 박은 셈이다.
양측의 맹렬한 신경전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국정감사에서 안 후보에 대한 새누리당의 검증 공세를 방어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런 기류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문 후보 측 우 의원은 “안 후보의 잘못을 감싸듯이 보호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송 의원의 ‘단일화 가교 역할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추가 이탈 세력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풀이된다.
송 의원 탈당에 따른 충격은 잦아들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안 후보 캠프 추가 합류설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안 후보 측에서 천정배 전 의원, 정장선 전 사무총장과도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전 사무총장과 천 전 의원은 “안철수 쪽으로 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 전 사무총장은 실제로 제안이 왔느냐는 질문에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일부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 측 일부 인사와 반노(反盧) 세력이 안철수 캠프에 ‘헤쳐 모여’ 식으로 집결해 제3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송 의원 이후 추가 탈당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안 후보 측은 “새로운 정치와 변화를 원하는 분들이 많다.”며 추가 영입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 이날 기자들에게 안 후보의 ‘수평적 정치’와 기성 정당의 ‘수직적 정치’를 비교하면서 “문제만 벌어지면 다들 박근혜 후보만 쳐다보는 정당이 제대로 된 정당이냐.”고 일갈한 것도 새누리당 쇄신파를 겨냥한 메시지란 해석이 나온다.
안 후보는 현재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에 맞서 자신만의 국정운영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정책 현안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융합행정’을 마련하고,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와 사회부총리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