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부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의 동양권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어 세계적인 식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헌에 의하면 두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약 2,000년 전 중국의 한나라 희남왕 시대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는 삼국시대 말기에서 통일신라 초기나 그 이후인 고려 말이었으리라는 추측이다. 이처럼 오래도록 우리 식생활과 밀접한 두부는 각 가정에서 만들어 먹을 만큼 제조방법도 간단하다. 그래서 두부 제조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들이다. 대기업이 아니라.
2011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연식품 산하 두부류 제조업소는 1,495개소에 달했다. 1995년도까지만 하더라도 500여 개소였으나 식품위생과 관련된 각종 제도가 완화된 후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연식품공업의 건전한 발전과 조합원 상호간의 복리증진을 도모해 경제활동을 조장하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기하며 국민경제의 균형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11개의 시·도 조합이 결성되었다. 그 조합이 연대해 1972년에 탄생한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식품연합회)는 크고 작은 두부제조업체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 필요
그 흔한 조합회관도 없는 연식품연합회는 그만큼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외향보다 내실을 기해왔다. 조합을 대표하고 있는 최선윤 회장은 지난 임기 내 대기업의 입장을 옹호하기 급급한 전경련에 맞서 중소 두부업계의 현실을 대변한 장본인이다. 그리고 그러한 역량을 인정받아 지난 2월 11개 전국 시도 조합의 연합체인 연식품연합회 회장에 재선됐다.
(주)강릉초당두부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두부업계에서 대립각을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갈등, 그리고 시대적 과제인 동반성장에 대해 피력했다.
“마트에 한 번 가보십시오. 두부 코너에 대기업 마케팅인 원플러스원(1+1) 두부상품이 즐비한데 중소기업이 이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모 대기업은 ‘자사 제품은 두부에 기름을 안 넣는다’는 내용의 광고를 한 적도 있습니다. 내막을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다른 두부 제품에는 몸에 해로운 기름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 말입니다. 그 기름이 휘발유입니까, 엔진오일입니까. 이런 광고가 대기업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대기업의 막강한 마케팅에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는 것이 중소 두부업체들의 현 주소이다. 한번은 최 회장이 대통령과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중소두부업계의 어려움을 대놓고 얘기한 바도 있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기본적으로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두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부의 원료가 대두인데, 대두는 그 종류만도 100여 종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그중에서 우수한 질의 대두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전까지만 해도 콩의 수입권은 오로지 정부에 있었다. 공급된 콩에 콩대 및 풀씨 등 이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등 두부제조 가공적성과는 상관없이 공급자의 편의에 따라 수입되던 것에 대한 최 회장식 항변이었다. 정부 차원의 일괄수입방식이 아닌 실수요자 단체에서 직접 수입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 요구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중국, 몽골 등 질 좋은 품종의 콩만을 선별하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연식품업계는 그간 숙원사업이었던 대두의 직수입권을 정부로부터 일부 배정받고 있다. 현재 10%에 불과한 콩 직수입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반적인 협력관계방식인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적극 제안했다.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또는 제조업자 설계생산)이 바로 그것이다. ODM은 중소기업이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 유통망이 확보된 대기업에 공급함으로써, 유통망 확보와 자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식이다.
“대기업은 자사에 맞는 제품을 확보해서 좋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유통망을 사용함으로써 회사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집니다. 기술력은 있지만 유통망이나 마케팅에서 열악한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이 동반성장 아닌가요.”
동반성장 위해 사회적 합의와 실효적 정책 필요

“다들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정책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전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모든 것이 대기업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규제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도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직수입물량을 점차 늘려가야 하고, 또한 중소기업이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금융적인 측면의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하는 최 회장은 “중소기업에게 은행의 문턱이 너무 높습니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이에 연식품연합회는 이러한 부분에 적극 의견을 개진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합들의 역량을 모아나갈 계획이다.
어찌 보면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에 접어든 것 같다. 하면 좋고 안 해도 되는 그러한 문제가 아니라, 안되면 누군가는 낙오되는 생사의 문제 말이다. 그 누군가가 누가 될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대기업 중심인 우리나라 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정부도 기업도 국민도 알고, 또 인정한다. 그렇다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것인가. 중소기업이 모두 무너지고, 가정과 사회가 기형이 되고 나서야 변할 것인가 말이다. 중소업계의 현실을 차분하고 신중하게 들려주던 최 회장의 애타는 마음이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울림으로 다가왔다. 양질의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대두 수입권을 통한 수입물량의 점진적 증가, 양질에 합당한 시장가격 형성,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실효적 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게 중소 두부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최 회장의 입장이다. 더불어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으로서 해야 할 말도 잊지 않았다.
“중소기업 천국이라는 이웃국가 일본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중소기업들의 숨통은 터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민이 살고 나라가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