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단에 낭만주의를 불어넣은 모리 오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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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단에 낭만주의를 불어넣은 모리 오가이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2.10.0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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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오가이의 초기 삼부작이라고 불리는 <무희(舞姬)>, <마리 이야기>, <아씨의 편지>와 함께 <인신매매 산쇼 다유>, <최후의 한마디>를 소개한다. 초기 삼부작(三部作)이라고 불리는 <무희(舞姬)>, <마리 이야기>, <아씨의 편지>는 바로 이때의 작품으로 독일이 안겨준 선물이라고도 칭해진다.

이 세 작품은 독일 생활에 젖어가는 일본인 청년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話者)로 등장하지만 내용의 중심인물은 모두 아리땁고 조숙한 소녀들이다. 19세기 말의 고풍스러운 독일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들 작품에는 당시의 독일 소녀들이 갖고 있던 순수하고 애틋한 정서가 담겨 있어, 독특한 색깔의 낭만적 분위기에 잠기게도 한다. 오가이는 이 세 작품으로 소설가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고, 일본 문단에 낭만주의를 불어넣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삼부작이 오가이가 20대에 쓴 것인 반면, <인신매매 산쇼 다유>는 작가의 나이 53세 때 작품이다. 삼부작과 마찬가지로 <인신매매 산쇼 다유>와 <최후의 한마디>도 역시 어린 소녀들이 이야기의 핵심을 끌고 가는 주인공이다.

앞의 작품이 독일이 무대였던 것과는 달리, <인신매매 산쇼 다유>는 그 배경이 헤이안 시대(794∼1192)고, <최후의 한마디>는 에도 시대(1603∼1867)다. <인신매매 산쇼 다유>는 안주가 어머니, 남동생, 하녀와 함께 쓰쿠시로 간 후 소식이 끊어진 아버지를 찾아 집을 나섰다가 인신매매꾼에 속아 어머니와 헤어지고 동생과 함께 산쇼 다유의 저택으로 끌려와 노비가 되어 지내게 되는 이야기다.

이 다섯 작품은 모두 스무 살 미만의 자아가 투철한 소녀가 주인공이다. 주인공들의 생동감이 넘치며 능동적인 모습을 통해 오가이의 긍정적인 여성관을 엿볼 수 있다.

오가이는 남성들이 지배했던 사회의 모순이나 부당한 권위 등을 현명한 여성을 그려내어 고발하고 있는가 하면, <마리 이야기>에서 보듯이, 국왕의 횡사에는 신문이나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고 떠들어대지만 같은 시각에 죽은 불쌍한 소녀에 대해서는 “아무도 묻는 이가 없었다”라고 꼬집기도 한다.

이들 작품이 오늘의 독자에게도 고전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기를 원하면서, 천재이면서도 성실한 오가이를 길러냈던 어린 날의 교양 있는 할머니와 대단히 다부졌던 어머니의 애정과 교육이 그의 여성관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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