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민요를 위해 일생을 바친 소리꾼 박수관 명창
민요란 민족 고유의 보편적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노래이다. 민요는 순박한 민중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태되었고, 그 생활 속에서 함께 해 온 슬픔이나 기쁜 감정을 솔직하게 반영하고 있는 노래이다. 이러한 노래를 통해 조상과 자신 그리고 후손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마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악계에서 구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민요권은 크게 다섯 권역으로, 서울 경기 지방의 경기권, 전라남북도의 남도권, 황해도 평안도의 서도권, 함경 강원 경상도 지방의 동부권, 그리고 제주권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 ‘동부민요’는 우리나라의 여러 권역 중, 동부지역인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지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보고, 이 지역에서 생성 발전되어 오면서 우리민요의 한 축으로 특징적 예술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노래들을 통칭하는 이름인 것이다.
미국의 흑인을 생각할 때 우리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알렉스 헤일러의 소설 ‘뿌리’이며 또 하나는 흑인 영가(Negro Spiritual)이다. 흑인 영가는 흑인 그들만의 고통과 슬픔의 애환을 가장 잘 표현해 낸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민요도 우리민족의 한을 노래한 까닭으로 더할 나위 없이 구슬픈 민족의 한이 담겨져 있다. 그중 박수관 명창의 동부민요는 우리 소리중 가장 애절한 노래로 알려져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독공으로 스승의 가르침을 완성
경남 김해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박수관 명창은 동네 상여꾼들의 구성진 가락과 각설이패의 장단을 들으며 소리와 친해졌다. 그의 동부민요 인생의 시발점은 12살 때 부산진역 광장에서 소리를 하다가 김로인(金路人) 명창과의 운명적 만남에서 비롯됐다. 당시 그의 스승은 동부 민요의 달인이자 인생을 달관한 70세 가량의 노인이었다. 그 때부터 박 명창은 김로인 명창을 스승으로 모시고 소리를 배웠다. 스승은 ‘소리를 다 익히기 전에는 남 앞에서 소리를 하지 말아라’ ‘목이 아닌 가슴으로 노래를 해라’ ‘자연의 소리를 내라’고 가르쳤다.
국악계에 알려진 바도 없는 김로인은 동부 민요 중 가장 어렵다는 전쟁가, 백발가 등을 전수해 주셨지만 스승은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소리를 가르쳐 주지 못하고 홀연히 떠났다. 그 이후 박 명창은 독공으로 소리를 익히며 스승의 가르침을 완성시키기 위해 혼자 산 속에서, 길을 걸으면서, 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스승께서 내게 말씀하신 소리를 다 익히기 전에 남 앞에서 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소리를 다 익혔는지도 알 수 없고 저의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라고 박 명창은 말했다.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동부민요
박 명창은 지난 2000년 6월 미국 카네기 메인 홀 초청공연을 비롯해 링컨센터, 케네디 센터 콘서트홀뿐만 아니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글링카 국립음악원, 이탈리아, 독일에서도 소리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이탈리아 로마 공연 때 루이치아노 파바로티의 스승 주제페 타테이는 “내 평생 이렇게 훌륭한 소리는 처음 들었다”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2003년 10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본부 총회 초청공연 무대에 섰을 땐 185개국의 대통령과 대사, 장관들이 “이렇게 훌륭한 한국이 전통음악이 존재하는 줄 몰랐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그는 지난 2005년 1월 20일 미 보건복지성으로부터 미국 대통령상 금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미국 대통령위원회가 제정한 스포츠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영예로운 상이다. 또한, 박수관 명창은 세계의 전통음악가를 소개하는 프랑스 IRMA(Centre d'information et Ressources pour les Musique Actuelles: 현대 음악정보 자료 연구소)가 발간한 세계 전통음악가 인명사전에 한국인 음악가로는 최초로 등재되었다.
박 명창은 지난 4월 9일 미국 LA 할리우드 퍼시픽 디자인 센터에서 러시아 타워상을 수상했다. 이상은 러시아인과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제적인 예술인으로써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노력으로 세계문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거나 국제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저명인사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영화, 음악, 연극, 예술분야에 시상된다. 이상의 역대 수상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샤론스톤, 더스틴 호프만, 프란시스 코폴라, 밀라요보비치 등 다수가 있다. 또한 박 명창은 지난 2005년 9월 7일 말레이시아 쿠칭 에서 개최된 제2회 세계 델픽 문화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여 동부민요가 또 한번 세계의 인정을 받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전통음악의 조기교육이 절실
박 명창은 우리나라에서 동부민요로 한해에 장관상, 국무총리상,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동부민요를 소개한 최초의 사람이다. 박 명창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어릴 때, 우리 전통 음악을 들으면서 자라야 하는데 우리의 음악 교육 현주소가 피아노부터 배우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박 명창은 세계적인 음악가도 말했듯이 자기나라 음악을 모른 채 작곡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우리 전통음악부터 가르치는 조기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동부민요 이론과 문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전국 국악학 학술대회를 열어「동부민요 예술세계」논문집 발간과 백두대간 소리「박수관 동부민요」CD음반을 국내 최초로 발표하였다. 박 명창은 국?내외에서 22회 개인발표회와 250여회의 협연으로 동부민요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였고 경주에 동부민요 수련원을 세워 후진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한, 박 명창은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세계 기아와 난민을 위한 UN(FAO) 비상구호기금 마련 자선음악회와 환경부 환경홍보대사로서 환경을 위한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기도 하다. 소리가 좋아 일생을 소리를 위해 살아온 박 명창. 그의 노력을 통해 우리소리의 우수성이 보다 널리 알려질 것을 기대해 본다.
*BOX기사 - 동부민요 명창 박수관 인터뷰
“우리나라의 소리를 세계만방에 알려 문화.예술, 문화 민족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 민족을 대표할 만한 음악성을 갖고 있는 것이 동부 민요라고 생각한다. 동부 민요는 호방하면서 우리 민족의 민족성을 제일 잘 나타내고 있다. 우리 민족을 한의 민족이라고 하는데 동부 민요는 그 애절함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경상도 메나리조 상여소리, 한오백년, 정선아리랑, 궁초댕기, 어랑타령 등 동부민요는 호방하고 한을 가지도 있으면서 우리 민족의 애환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흑인 영가를 능가하는 음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적인 음악가도 말했듯이 자기나라 민요를 모르고서 작곡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서양 것을 먼저 가르치고 들려준다. 외국 사람이 우리 민요를 아무리 잘해도 잘한다 그 정도의 평가를 받을 뿐이지, 애절한 맛을 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이 서양음악을 배워도 그 정도의 평가밖에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 것을 먼저 찾아야 하고 좋은 것을 알리려고 하는 생각이 앞서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 땅의 풍토와 토양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제일 잘 맞듯이 우리는 우리의 옷을 입어야 한다. 많은 팬들이 성원해 주고, 좋아해 주고, 아껴줘서 과분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소리로써, 좋은 소리를 들려줘서 그 분들의 근심 걱정,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싶다. 특히 우리나라의 소리를 세계만방에 알려서 우리 국력 신장에 걸맞는 문화.예술, 문화 민족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