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과연 3차원(3D) 프린터는 무엇일까. 이는 AM기술을 구현한 장비인 것이다. Additive Manufacturing(AM: 첨가 제조) 또는 Rapid prototyping(RP: 쾌속조형)이라고 칭하는 이 기술은 컴퓨터에서 설계한 3차원 데이터를 AM장비에서 받아 연속적인 적층(積層)과정을 거쳐 실물 형상을 자동으로 신속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한 층 한 층 미세물질을 쌓아올려서 입체적인 물체를 제조하는 것을 ‘AM’이라고 정의한다.
원래 3D 프린터는 상품을 내놓기 전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탄생했다. 값싸고 성형하기 쉬운 재료로 똑같이 생긴 시제품을 만들면, 실제 상품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AM기술은 1987년 미국에서 최초로 상용화됐다.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채 안 되는 신기술인 셈이다. 미국의 뒤를 이어 일본, 독일, 이스라엘이 이 분야의 선두 국가이다. 국내에는 90년대 초 ‘대우자동차(당시)’에서 장비를 들여와 사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자동차의 대량생산에 앞서 미리 시제품을 만들어 결함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90년대까지는 장비가 워낙 고가였고 알려지지 않았기에 사용하는 업체가 극소수였다고 한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는 기술이 발전하고 장비 가격이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2000년대에는 장비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주)시스옵엔지니어링 김종호 대표와 이스라엘 Objet(오브젯)社와의 만남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CAD/CAM 사업에서 3D 프린터 전문업체로 탈바꿈

상상이 현실로, 3D 프린터 대중화 시대 눈 앞

김 대표는 “저희 회사 제품의 특징이라면 범용성에 있습니다. 전 산업분야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라며 항공, 자동차, 전기·전자, 의료기(덴탈 등), 아트(조형물) 등 다양한 분야를 적시했다. 또한 3D 프린터의 핵심인 복합 소재 사용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D 프린터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단순히 제품 모형이나 견본을 제작하는데 주로 이용됐다. 그러다가 다양한 원료물질이 개발되면서 적용분야 또한 확대됐다.
자동차, 항공기처럼 기계제품뿐 아니라 의료분야의 인공뼈나 치과보형물을 제조하는 데에도 3D 프린터가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요즘엔 100∼200만 원대 장비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귀띔이다.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용으로 개발하다가 상업화된 것이 그 예인데, 예전 장비가 1억 이상을 호가하던 시절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물론 그 정도 가격의 장비가 산업용으로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DIY(Do It Yourself/ 스스로 부품이나 재료를 구입해서 직접 제품을 만드는 일)가 더 이상 특별하지 있고, 세계적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지적한 대로 프로슈머(생산적 소비자)의 등장이 머지않은 시점에 3D 프린터의 대중화는 혁신임에 틀림없다. 아니, 새로운 시장의 형성을 견인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개인의 1인 기업화, 3D 프린터 엔지니어 직종 부각, 제품을 만들기 위한 3D 데이터 전문 제작·판매업 부각 등 단순히 생각해도 그 변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고객과 직원의 ‘꿈’ 제작소 만들 터
김종호 대표가 사업에 있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고객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다. (주)시스옵엔지니어링은 현재까지 150여 업체에 160여 대의 장비를 판매했다. 회사에서는 장비 판매에 따라 현장에서 유지·보수, 교육뿐 아니라 시제품을 제작한다. 그런데 장비를 구입한 사업장마다 상황이 달라 어떤 곳은 24시간 장비를 가동하기도 한다. 그러면 당연히 기계이다 보니 고장이 나기도 한다. 이때가 중요하다. 즉시 고장 및 에러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김 대표는 “급한 경우에는 고객사가 만들어야 할 시제품을 수리하는 동안에 저희가 대신 만들어주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장비를 구입한 고객사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게다가 장비가 전국에 팔려나갔으므로 장비수리 및 유지·보수를 담당할 엔지니어 교육도 중요하다고 했다. 엔지니어로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려면 기본교육, 고급교육, 보수교육 등 2년간의 교육 기간이 요구된다고 했다. 현재 다섯 명의 엔지니어가 부산, 광주, 성남 등지에 각기 상주하면서 전국을 커버하고 있는데 앞으로 장비 판매 수량의 증가에 따라 엔지니어 수도 늘어날 예정이다.
외부 차입금 없이 건실하게 경영해 나가는 김 대표에게는 꿈이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직원에게 대기업 못지않은 대우와 회사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생산 개발 비용 및 시제품 출시 기간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고객 만족을 실현시키는 것, 3D 입체 프린터라는 신개념 장비로 산업 혁신에 일조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꿈의 근간에는 3D 프린터가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