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에 살아 숨 쉬는 호국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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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에 살아 숨 쉬는 호국魂
  • 정설진 기자
  • 승인 2012.08.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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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155마일 종주행사’, 자유민주평화통일 결의대회

7월27일 2시 40분, 300여 명의 사람들이 강렬한 불볕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파주 임진각 광장에 속속 모여들었다. 전날 26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원 및 대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휴전협정 59주년을 맞이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진부령, 원통, 양구, 화천, 평화의 댐, 강화, 철원, 백마고지 전적비를 거쳐 파주 임진각까지 휴전선 155마일을 종주한 후 27일 임진각 광장에 모여 자유민주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결의를 다졌다.

“비무장지대를 우리민족 공영의 땅으로 만들자”

7월26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유족회원, 대학생, 참전 용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한 휴전협정 59주년 ‘제10회 평화통일 기원 결의대회 및 휴전선 155마일 종주행사’ 출정식에서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이하 전몰군경유족회) 최해근 회장은 “휴전 협정 59주년을 맞이하는 감회가 새롭다. 6.25전쟁 휴전일을 평화의 날로 선포하고 비무장지대를 지뢰가 없는 우리민족 공영의 땅으로 만들자”면서 “다시는 남북한이 전쟁이 없는 평화의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은 “이번 행사는 6.25전쟁의 참상을 전세계, 국민과 전후세대들에게 전쟁의 현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의적절한 행사”라고 말하며 “특히 6.25참전용사의 전쟁 당시 생생한 증언을 통해 6.25전쟁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전쟁의 역사적인 교육을 일깨워주는 안보현장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3년 휴전 50주년을 맞이해 국가보훈처의 후원으로 첫 대회를 가진 전몰군경유족회는 올해로 10번째 기념행사를 실시했다. 전몰군경유족회는 이 행사를 통해 6.25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되새기며, 나라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과 UN참전국 용사의 명예를 선양할 뿐 아니라 전세계, 국민, 전후세대에게 분단된 조국의 안보현실과 애국애족정신을 함양시키는 교육의 장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평화통일에 매진

전몰군경유족회는 국가유공자 등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1963년에 설립된 국가보훈처 산하 공법단체다. 중앙회를 비롯해 전국 16개 시·도지부, 231개 시·군·지회로 구성돼 있으며, 전국 5만여 회원이 호국영령의 유지를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조국 평화통일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과 경찰의 유족들을 회원으로 하며, 이 회원들이 상부상조해 자활능력을 배양시키고 순국선열과 호국전몰장병의 유지를 이어받아 국민의 애국정신을 함양시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겨 이룩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전몰군경유족회의 활동은 크게 국립현충원 지킴이, 6.25참전 UN군 전사자 유족돕기 선양사업, 효자·효부 선발 포상, 한 송이 헌화운동 등으로 볼 수 있다.
‘국립현충원 지킴이’ 활동은 국립서울·대전현충원을 아름답고 깨끗한 호국공원으로 가꾸기 위한 운동이다. 2006년 3월 서울현충원 지킴이 발대식을 시작으로 2006년 11월20일에는 대전현충원 지킴이 발대식도 가졌다. “현충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영면하고 계신 국민적 성지다. 이곳 경내를 엄숙한 분위기로 조성해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후손들에게 계승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활동의 목적”이라고 밝힌 최 회장은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하고 연중 전국 시·도지부, 지회에서 지킴이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현충원은 매년 1,000명, 대전현충원은 2,000명 이상이 지킴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6.25참전 UN군 전사자 유족돕기 선양사업’은 한국전쟁 당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우방국을 돕기 위해 참전했던 UN군의 희생에 대한 위훈을 기리고 그 유족들에게 물질적·정신적 도움을 통해 혈맹으로서의 친선과 우의를 돈독히 해 민간외교의 일익을 담당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에 전몰군경유족회는 매년 참전국 중 1개국을 선정해 5,000만 원의 기금을 전달하는데 에티오피아, 터키, 태국 등 UN군 참전국 중 후진국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2009년 지원한 에티오피아의 경우에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6,037명이 참전해 121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당하는 등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이에 전몰군경유족회는 2009년 10월9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세워진 한국전참전기념탑을 참배한 후 전사자 유족에게 성금과 기념품을 전달했다. 이듬해에는 터키에 방문했다.

효자·효부를 선발해 포상하는 것은 산업화사회 및 핵가족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도덕성과 윤리관을 회복하고 경로효친사상을 고양시켜 건전한 사회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국가유공자 유족이라는 긍지와 자긍심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모에게 효도하고 가정을 화목하게 하며, 불우회원 및 소외된 이웃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봉사정신의 귀감으로 삼고자 이 같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몰군경유족회에서는 매년 호국·보훈의 달에 각 시·도시부에서 복수로 추천한 32명과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에서 추천한 각 1명을 포함해 24명을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19명을 선정한다.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34회에 걸쳐 584명이 공로상, 효행상을 수상했다.
‘한 송이 헌화 운동’은 2005년 시작됐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도 60년이 넘다보니 호국영령의 묘역을 찾던 부모님과 형제들도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연로하셔서 직접 묘소를 찾는 분이 거의 없어요. 꽃 한 송이 없는 쓸쓸한 호국영령의 묘역을 안타깝게 생각해 시작된 헌화운동입니다”라며 최 회장은 앞으로도 무연고 묘역 헌화 활동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이 밖에도 전몰군경유족회는 호국영령의 숭고한 정신을 추모하고 전후세대들에게 6.25전쟁의 역사적 교훈을 상기시키는 안보의식을 고취하고자 매년 6월24일 ‘호국영령추모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당시 국군포로로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환한 국군포로들의 삶을 위로·격려하고 그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실태를 돌아보는 ‘국군포로 위로행사’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유공자 유족에 국가·사회적 관심 절실

“전몰군경유족회의 모든 행위는 호국영령의 유지를 받들어 행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최 회장은 최근 종북 국회의원 문제로 정치권에서 촉발된 보수와 진보진영의 이념 대립 양상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더불어 사회의 이념 대립에 따른 소모성과 안보 현실에 대한 심각성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나 천안함 사태와 같이 북한의 도발에는 우리 군의 단호한 대처와 함께 국가 안보와 관련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사태에는 엄격한 법집행을 요구했다.
전몰군경유족회 회원 중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간 유족회원들의 생활이 정신적·경제적으로 곤고했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때로 국가와 사회를 원망하며 사는 사람들도 많다. 호국을 위해 산화한 부모를 국가에 바친 대가가 고작 아프고 힘든 현실이라는 것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이러한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또한 살갑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최 회장은 국가와 사회에서 유공자 유족들을 좀 더 이해하고 대우하는 국민적 공감대와 풍토가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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