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확장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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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확장 합법화
  • 글/이영빈 기자
  • 승인 2006.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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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아파트 발코니 확장 시행
관련업계 ‘발코니 마케팅’ 경쟁 가속화 속 비용, 화재 대응 미흡 등 문제점 드러나

전체 아파트 가구의 발코니 불법개조 인구 40%시대, 마침내 발코니 확장이 가능해졌다. 적게는 8평, 많게는 10평정도 늘어난 집안의 여유 공간을 넓은 공간으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패밀리룸, 미니정원, 티룸, 와인바 등 그 활용도 다양하다. 관련업계는 ‘발코니 확장 특수’로 모처럼 활기를 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왔던 만큼 합법화 후에도 여전히 문제점은 속속 드러나고 있어 조속한 법개정이 요구된다.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 2005년 10월 13일, "발코니 확장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고, 필요에 따라 활용하게 함으로써 주거 여건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발코니 확장 법안을 합법화 했다. 이어 건교부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마침내 2005년 12월 2일부터 발코니 확장이 시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발코니 확장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한국주택협회가 2005년 11월 한 달 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5%가 발코니를 확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발코니 확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뜨겁다. 정부에 의하면 신규입주아파트 발코니의 40%가 개조되고 있다고 하니 발코니 개조는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발코니 개조를 위해서는 화재안전시설 강화를 비롯해 지켜야 할 절차가 많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남들을 따라 무조건 구조변경을 하기 보다는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충분히 심사숙고를 한 후 결정해야 한다.

소비자 입맛대로...주택시장 활력
분당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L씨(37)는 2005년 초 자신의 33평 아파트 발코니를 개조해 미니화단을 꾸몄다. 화초를 가꾸며 사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발코니에 작은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늦은 저녁 아내와 화초를 보며 차 한잔을 할 때면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
발코니 개조는 무엇보다 집안을 ‘내 입맛대로’ 꾸밀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관련업계는 ‘발코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벽산건설은 아파트 발코니를 내세워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입주자가 취향대로 내부구조를 바꿀 수 있는 이색적인 ‘셀프 디자인’ 아파트를 선보인 것. 인천 남동구 도림동 구획정리사업지구 내 '벽산블루밍아파트'는 주상복합에 주로 사용되는 라멘조공법과 플랫슬래브구조를 적용해 구조 기둥이 건축물 하중 대부분을 받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하면 입주자가 벽을 터서 방과 거실 개수, 구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기둥 4개만 놓고 방 3개를 터서 놀이방이나 스튜디오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벽산건설의 구영진 설계팀장은 "발코니와 거실 사이에 날개벽이 없어 발코니 확장 시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월배동에 분양중인 신일 역시 34,36 평형에 대해 확장형 서비스 공간을 내세워 40평형대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발코니 확장으로 30평형대를 40평형대, 40평형대를 55평형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은 올 초 집값 상승의 주요인이었던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가치를 없애면서 중대형 공급을 간접적으로 늘리는 효과를 가져 올수 있어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공동주택은 825만. 이 가운데 발코니 확장이 용이한 아파트가 658만여 가구에 달한다. 건설 및 인테리어 업계는 발코니 확장의 시장규모가 확장시공 13억원, 철거 7조원 등 20조원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 발코니 확장이 8ㆍ31 부동산대책 등으로 침체된 주택시장에 큰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평면 제작을 통해 수요자를 잡겠다는 판단아래 당초 분양일정을 연기하는 업체도 속출했다. 동부건설은 당초 2005년 11월 선보일 예정이던 하남 풍산지구 분양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확장형 발코니를 재설계해 관할 구청에 설계변경 승인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데도 발코니 확장이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부산지역 건설사인 동일은 올해 초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공급한 ‘동일스위트리버아파트’ 계약자 전 가구에 무료로 발코니를 확장해주는 획기적인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발코니 특수’에 너도나도 동참
발코니가 확장되면 8평에서 최대 11평정도의 여유 공간이 생겨 침실이나 거실로 이용할 수 있어 새로운 가구가 필요하고, 보온과 단열이 뛰어난 창호와 바닥재도 시공해야 한다. 이에 가구, 창호, 바닥재 등 건자재 및 인테리어 업체들은 ‘발코니 특수’를 맞아 적극적인 신규수요에 나서고 있다.
가장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창호와 바닥재. 발코니를 확장하면 아무래도 단열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창호업체들은 태풍에 강한 내풍압기능, 화재시 아래층의 화염으로부터 일정시간 버틸 수 있는 내화성능을 갖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창호업계 선두주자인 KCC는 뛰어난 방범기능과 단열기능을 내세 운 ‘KCC발코니창호 윈도우컴’, ‘프라임’, ‘프라임플러스’ 등 발코니 창호를 잇달아 선보였다. 또 초고층용 건축물에 적합 하도록 설계된 고내풍압용 창호인 ‘슈퍼윈’ 등 시스템 창호도 출시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창호업계 최초로 창호 자체의 품질 뿐만 아니라 가·시공 및 A/S 품질까지 인증해주는 ‘시공품질인증제’를 시행하고 ‘LG하우트 발코니전용창’, ‘LG 하우트 베스트’를 내놓았다. 한화종합화학도 ‘HW홈샤시 발코니 아 뉴코디’등으로 맞서고 있다. 바닥재 부분의 경우, 대부분 타일로 되어 있는 발코니를 마루 바닥재로 시공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친환경 바닥재 등의 상품의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들도 발코니 확장 코너를 따로 마련하는 등 ‘발코니 특수’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가구와 미니정원, 조립식 마루 등 발코니 용품의 판매가 2배 이상 급증했다.
신세계 이마트 전 매장에서는 가정에서 직접 베란다나 거실 등을 미니 정원으로 꾸밀 수 있도록 관엽류와 영양제, 배양토 등 각종 실내정원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코너를 갖추고 있다.
홈플러스에서는 홈 인테리어 용품 및 DIY 용품 구색을 10~20%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한 발코니 개조에 필요한 바닥 타일 등 내장제를 비롯해 실내정원 장식에 필요한 DIY 용품 코너를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실제로 할인점 매장에서는 아파트 확장 합법화가 발표된 2005년 10월부터 DIY용품의 매출이 20%가량 늘었다.
온라인 장터 아이세이브존은 ‘베란다 확장, 더 넓어진 우리 집 꾸미기 프로젝트’ 테마 기획전을 마련했다. 테라스용 가구와 바닥재 용품, 이동식 미니정원, 놀이방 등을 꾸밀 수 있는 용품들을 시중가보다 최고 30%까지 할인 판매 하고 있다. 원목 흔들의자가 9만9000원, 원목 조립 바닥재가 평당 4만8000원, 인공 정원용 산세비에리아가 4만5000원 등에 판매되고 있다.


비용, 안전 문제 거론되는 발코니 확장
그러나 발코니 확장은 비용이나 안전 문제를 고려할 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관련업계는 30평을 기준으로 통상적인 방 발코니 개조비용은 150만~200만원, 거실발코니는 400~600만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건교부의 강화된 안전기준과 화재기준을 맞춰야 한다. 건교부의 발코니 확장 기준의 핵심은 화재대피 공간을 가구별로, 혹은 옆집과 공동으로 설치해야 하고, 화재안전기준 및 창호의 단열, 설계기준 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화재대피 공간은 인접세대와 공동으로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경계벽에 각 세대 당 1.5㎡를 터서 3㎡(0.9평)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발코니를 개별 설치 할 경우는 발코니 아무 곳에나 2㎡(0.6평)의 공간을 마련하면 된다. 또한 새로 짓는 아파트는 발코니까지 물줄기가 다는 스프링쿨러와 화재대피 공간을 함께 설치해야 발코니를 확장할 수 있다. 기존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스프링쿨러가 없거나 스프링쿨러가 대피공간까지 오지 않으므로 화재대피 공간 외에 확장한 발코니의 창 밖에 높이 90㎝이상의 방화유리나 방화판을 덧대야 한다.
따라서 방화도어(50만~100만), 스프링쿨러(개당 20~50만), 방화판(10만) 혹은 방화유리(100~150만)등을 첨가해야만 한다. 방화유리가 화재에 견디는 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하향조정해 실제 개조비용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지만 800~1000만원까지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건교부의 소방안전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그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 소방청은 발코니 확장이 실행되기 이전부터 발코니 확장은 화재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소방청에 의하면 발코니는 위층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고 발코니에서 공기를 마시며 구조를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건교부가 제시한 방화판, 방화유리가 몇 분의 연장효과만 있을 뿐 아래층의 불길을 실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대피공간을 이웃집과 공동으로 설치할 경우 양쪽 집 모두 자신 쪽에서 열 수 있는 문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화재 시 이웃집으로 이동할 경우, 연락을 취해야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이웃집에 사람이 없을 경우를 대비하여 별도의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만큼 관련자들과의 협조를 통해 조속한 안전기준 개정이 필요하다.

BOX 기사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몇 가지 문제들

1. 발코니 확장 합법화로 불법개조는 과연 사라질까?
비용의 부담과 주민의 동의를 받는 등 쉽지 않은 합법화 절차로 인해 발코니 불법개조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의 기준에 맞지 않는 기존 불법개조 발코니도 안전기준에 맞추어 공사를 한 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런 가구를 일일이 찾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 발코니, 취득세 부과 문제
정부는 아파트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됨에 따라 늘어나는 전용 면적에 대한 지방세인 취득세를 부과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건교부 등 다른 부처와 의견 조율작업을 통해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최초 아파트 분양 시 아파트 건설사와 발코니 확장 건설사가 동일하면 분양대금과 발코니 확장비용을 묶어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서로 건설사가 다르고 별도 계약까지 하는 경우에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과세당국자는 발코니 확장으로 인해 늘어난 면적까지 포함시켜 취득세를 부과하면 과세 당사자가 아파트 건설사와 발코니 건설사를 따로 계약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득세를 모면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3. 발코니, 광고는 할 수 없다?
건교부의 ‘발코니 설치기준’은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됨에 따라 분양승인 신청이나 입주자 모집공고를 할 때 발코니 확장과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발코니가 확장된 아파트 도면을 이용한 분양광고나 발코니가 확장된 모델하우스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어 관련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의 관계자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모순이라고 지적하면서 “소비자들이 발코니 확장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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