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대선경선 레이스도 시작됐다. 지루한 논쟁과 토론 끝에 완전국민경선제와 결선투표제를 골자로 하는 경선룰을 확정했다. 대선경선기획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추미애 의원은 7월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바일, 인터넷 투표와 현장투표소를 통해 1인 1표의 동일한 가치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화로, 지정된 투표로에서, 현장에서 후보연설을 듣고 뽑는다는 취지로, ‘전지현이 뽑는 국민후보’라고 덧붙였다.
경선룰 확정, 후보별 득실은
최종 확정된 경선룰에 따르면 예비경선을 통해 5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본 경선은 8월25일 제주에서 시작해 9월16일 서울에 이르기까지 13개 권역을 순회하며 치를 예정이다. 모바일 투표와 투표소 투표, 대의원 현장 투표, 재외국민 인터넷 투표를 진행해 각 권역별로 투표 결과를 공개한다. 본 경선에서 득표율 50% 이상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1, 2위 주자들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문재인 후보는 높은 모바일 투표 비중이 지지율 1위인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자신 있게 완전국민경선만 실시된다면 다른 것은 다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의 대세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결선을 염두에 둔 후발주자들이 본 경선 막바지에 연대를 통해 문 후보를 공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표 결과를 한꺼번에 개표하지 않고 각 권역별로 공개하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지지자들에게 전략 투표를 지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문 후보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독주 중인 문 후보를 이어 누가 2위 자리에 앉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로서는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 중 한 사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본선에서 문 상임고문의 득표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리는 데 뜻을 같이한다. 하지만 곧 있을 결선진출이 최종 목표인 탓에 두 후보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손 후보로서는 모바일 투표 비중이 높아진 점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 상대 후보들에 비해 조직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정책 메시지가 강하기 때문에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적극적인 어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본선이 아니라 당내 경선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과의 인연이 있는 손 후보에게 얼마나 많은 당원들이 표를 던질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있다.
결선투표제를 주장했던 김두관 후보의 캠프는 막판 뒤집기, 역전 드라마 연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낮은 인지도가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모바일 투표는 주로 젊은층이 참여하고, 여론과 정세에 민감한 세대들에 의해 대세를 이루기 때문에 인지도 높은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김 후보 측이 막판까지 모바일 투표와 현장 투표의 비율을 50 대 50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본선까지 험난한 경선과정 거쳐야
민주통합당이 확정한 경선룰에 따르면 최종 본선 후보가 되기까지는 최소한 4차례 이상의 경선을 치러야 한다. 당내에서 예비경선, 본경선, 결선투표를 거치고 당 후보로 확정돼도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최종 승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시험대가 예비경선이다. 7명의 주자를 대상으로 7월29일부터 30일까지 예비경선을 실시해 5명의 후보를 선출한다. 이 예비경선에는 권리당원과 일반당원이 50%씩 포함시켜 여론조사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5:5의 비율로 반영된다. 각 여론조사의 샘플은 2,400명이다.
예비경선을 통과하면 본경선을 치러야 한다. 8월25일부터 9월16일까지 23일 동안 열리는데, 투표소 투표, 현장 투표, 모바일 투표 등으로 진행된다. 1인1표제이며 완전국민경선제의 취지를 살려 세대별, 지역별로 표의 가치를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동전화로 투표하고, 지정된 시, 군, 구 투표소에서 투표하며, 현장에서 투표한다는 의미에서 ‘전지현이 뽑은 국민후보’라고 이름 지었다.
지역별로 선거인단을 모집한 뒤 지역별 순회 경선 직전에 해당 지역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모바일 투표와 투표소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순회 경선 당일에는 대의원을 대상으로 현장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당은 경선흥행을 위해 지역별 순회 경선 당일 모바일, 투표소, 현장 투표 결과를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본경선에서 1위 후보가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하면 다시 1위와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 결선투표는 9월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진행되고, 경선 방식은 본경선과 동일하다.
투표소 투표는 9월22일에 실시하고, 대상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제외한 대의원, 권리당원과 사전 신청자다. 현장 투표는 23일에 서울, 경기, 인천의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다. 모바일 투표와 인터넷 투표 기간은 9월18∼22일 안에 실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날짜는 추후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야권단일화 경선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기 때문에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도 9월까지 당내 대선후보 선출 절차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야권단일화 과정도 당내 경선 못지 않은 열기를 뿜어낼 전망이다.
후보자 토론회 열기 후끈 달아올라
폭염이 한창이던 7월23일 오후, 민주통합당 8명의 대선 예비경선후보가 서울 중구 필동 MBN 스튜디오에 모여 2시간 동안 토론회를 벌였다. 이날 토론회의 구도는 지지율 1위의 문재인 후보와 다른 후보들 간의 격돌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는 손학규, 김두관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향해 날카로운 공세를 퍼부으며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다. 토론회 내내 문재인 후보에게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김두관 후보가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그는 문재인 후보와 함께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김 후보는 토론회의 중심이 된 자유지정토론을 통해 문 후보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야권의 무덤으로 불리는 영남에서 8번 출마하면서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했는데, 문재인 후보는 야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함께했는지 궁금하다면서 문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문재인 후보도 반격을 펼쳤다. 그는 지난 총선 이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었는데 이를 두고 기회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노무현 대통령 인기가 좋을 때 “나는 친노”라고 하다가 인기가 떨어지자 “나는 친노가 아니다”고 하는 사람이 기회주의자가 아니냐며 꼬집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놓고 공격하는 것은 가슴이 아프다면서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다. 친노 이미지가 강한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의 성과에 대해 주로 발언했고, 다른 후보들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며 문 후보를 비판하는 입장을 취했다.
손학규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고 해서 참여정부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던 발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실패를 인정했는데 정작 남아 있는 사람들은 평가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가 경선에서 이기면 내 슬로건을 빌리겠다고 했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실패론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선거에 졌다고 그 정부를 실패한 정부라고 할 수 없다며 참여정부는 모든 면에서 큰 성취가 있었고 총체적으로 성공한 정부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민생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양극화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환 후보는 문 후보의 평가에 대해 다시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참여정부가 성공한 정부라고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다며 반수가 넘었던 열린우리당 의석이 80석으로 줄고 정권도 빼앗겼는데 현실 인식에서 국민과 차이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정길 후보는 문재인, 김두관 후보에게 양극화 문제에 영향을 주는 한미FTA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김두관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반드시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당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미국 쇠고기 수입검역과 관련해서도 소비자 주권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가 동시다발로 FTA를 추진한 것은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금융위기를 생각할 때 한미FTA는 시기상조였다고 말했다. 크게 보자면 한미FTA는 필요하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독소조항과 이익불균형은 바로잡겠다는 민주당 당론과 시각차가 없었다.
지역주의 타파와 민생대책에 대한 토론도 치열하게 진행됐다. 김영환 후보는 부산경남에서 너무 많은 후보가 나왔다며 충청도 소외론을 주장했지만, 김두관 후보는 영남패권주의의 핵심은 부산경남이 아닌 대구경북이라고 맞받아쳤다. 또한 조경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질문에서 서민의 기름값 부담을 덜 방안을 물어보기도 했고, 문재인 후보는 택시의 경우 이제 대중교통으로 분류해 다양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 어떻게 되나
지난 7월23일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안철수 원장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후보까지 포함해 3자간 대선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낮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클럽초청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교수의 책을 살펴봤는데 책의 흐름을 봤을 때 출마의지가 강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안 원장이 민주당과 정책 내용이 비슷하고 안 원장 역시 민주통합당처럼 새누리당 집권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단일화를 이루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일화 방안에 관해서는 민주당 경선이 9월23일에 끝나면 후보와 안 원장 그리고 통합진보당 후보 등 3자간 후보단일화 과정이 10월에 중에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민주통합당 내 후보자들 간 합의가 있어야 진행하겠지만 10월 중에 단일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10월에 최종적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 민주통합당 후보가 안 원장과 통합진보당 후보를 제치고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후 마지막으로 박근혜 후보와 최종 대선전을 일대일구도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일본 특파원이 “재벌을 아주 싫어하는 듯하다”며 “재벌을 공격하면 일본에게는 좋지만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안 좋은 것 아니냐”고 묻자 재벌을 싫어하지 않고 때리지도 않는다. 때리면 폭력으로 잡혀 간다고 말해 장내에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표는 재벌들이 유통산업이나 금융산업에 진출하고 제과점까지 운영하는 등 ‘지네발식 경영’을 하며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하고 있고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며 독과점체제를 비판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북한 현지 상황에 대해서는, 최근 평양에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5M이 있다고 한다며 마켓, 머니, 모터스, 모바일, 그리고 마인드 셋, 즉 생각이 변해가고 있다며 북한의 상황을 전했다. 이와 함께 휴대폰이 80만대가 보급됐고, 유경호텔 공사도 재개됐다며 김 위원장과 스위스 유학 때부터 알고 지낸 이집트 회사 사장이 유경호텔을 건설하면서 모바일 회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개혁, 개방의 변화가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최근 보도되는 내용 역시 그런 흐름의 연장선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