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1만 명, 비자발급 불편 등 개선 여지 많아
21세기 최대 경제성장 시장인 관광사업에 중국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행이 최근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총 580만 명. 그 중 일본인이 244만 명으로 전체 여행객 중 1위, 중국인이 62만7,000명으로 2위, 미국인이 51만 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중국인은 2005년에도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어난 59만 명이 찾아 연말까지 7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수많은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를 많이 찾는 두 번째 여행객이라는 점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2000년 이후 중국관광객 급증
중국인 관광객은 1997년까지 21만 명 수준에 머물렀으나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대폭 허용한 200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 본토뿐 아니라 대만 관광객 30만 명, 홍콩 관광객 15만5,000명, 싱가포르 관광객 8만5,000명까지 합치면 중국어를 사용하는 중화권 관광객은 110만 명이 넘었다. 이는 북미와 남미 전체 관광객 61만 명이나 유럽 전체 관광객 50만 명의 2배에 이르는 수다. 최근 들어 중화권 관광객이 한국 관광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으로만 몰려오는 것은 아니다. 1998년부터 중국 정부가 인접 국가부터 단계적으로 해외여행을 자유화하면서 13억 인구의 중국이 세계 관광시장의 거대한 잠재고객으로 꿈틀대고 있다. 중국인 해외여행객 수는 2000년 1,065만 명이던 것이 2004년 2,885만 명으로 늘어나 매년 42.7%씩 증가하고 있다. 그 중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인 홍콩과 마카오 방문객을 뺀 순수 해외여행객 수만 따져도 2000년 486만 명에서 2004년 836만 명으로 늘어나 매년 평균 18% 증가율을 보인다. 2001년의 미국 9·11테러와 2003년에 동남아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증가율은 훨씬 더 높았을 것으로 파악된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려 족쇄가 풀린 중국인의 해외여행 열풍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의 중국 GDP 규모가 2000년의 2배인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중산층의 확대와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중국은 현재 연간 7~8%의 경제성장률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준비기간의 특수로 0.3~0.4%의 추가 성장이 기대된다.
이미 중국은 한국 인구 규모와 비슷한 4,000만명이 연소득 30만 위안(5,000만원) 이상의 부자일 정도로 성장했으며 “연소득 100만 위안(1억5,000만원)이 넘는 ‘진링(골든칼라)’도 34만2,000명에 달한다”고 중국관영 CCTV는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연간 소득이 6만~50만 위안(900만~7,500만원)인 중국 중산층이 2004년 현재 5.04%(약 7,000만 명)에 달하며 2020년에는 45%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한국의 관광산업은 일본인 관광객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지금도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은 2000년에 정점에 도달한 뒤 2001년 -3%, 2002년 -2.4%, 2003년 -22%로 감소했다. 일본인 관광객 수는 2004년에 전년대비 35%로 반짝 급 등했는데 그 이유는 짐작하듯이 ‘욘사마’ 덕분이며 올해 3% 성장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그에 반해 중국인 관광객은 매년 10.4%의 꾸준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02년 월드컵 기간에는 중국 정부가 한국 방문 억제정책을 펼쳤고 2003년에는 사스 때문에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다소 감소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 홍콩 방영을 시작으로 올해 중국과 대만까지 휩쓸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 열풍에 힘입어 내년의 중화권 관광객 수는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인들 세 번째로 한국 많이 찾아
여행객 중에는 취업과 산업연수 목적으로 들어오는 중국인도 있지만 그 수는 연간 1만명 미만이다. 62만 명 중 21만 명이 여객선과 항공기 승무원이라 순수 관광객은 40여만 명인 셈이지만 관광통계에선 승무원 역시 한국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준관광객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항은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로부터 한국을 찾는 관광객 중에도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중국인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화교가 경제권을 90% 장악하고 있어 해외여행이 가능한 고소득층은 중국인이 많다.
중국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인이 세 번째로 많이 찾는 해외여행국이다. 중국인의 해외여행지는 일본 102만 명, 러시아 81만 명, 한국 69만 명(한국 측 집계와 6만 명의 차이가 난다), 태국 68만 명, 미국 44만 명, 싱가포르 43만 명, 말레이시아 33만 명 순으로 나타난다. 중국 인바운드여행사(외국 여행객을 받아서 운영하는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관광인프라가 더 뛰어난 태국보다 한국을 많이 찾는 이유는 중국인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에게 한국은 잘사는 나라, 삼성 LG 현대의 나라, 한류의 나라, 월드컵의 나라”라면서 “일본과 달리 역사적 앙금이 없고 동남아나 러시아보다 배울 게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김포공항을 찾은 베이징의 한 무역업체 대표는 “서울 시가지가 너무 깨끗했다. 한강과 특히 청계천에 감명 받았다”며 “중국은 조류독감이 겁나서 닭고기를 못 먹는데 한국은 맘껏 먹을 수 있으니 음식의 위생상태가 부럽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중화권 관광객 방한 가능성 분석 자료’를 통해 “지금의 성장추세가 이어진다면 2010년에 중국 관광객은 225만 명, 홍콩 관광객은 28만 명, 대만 관광객은 62만 명으로 늘어나 그 합친 수(315만 명)가 일본 관광객을 앞지르게 되고, 2015년이면 중국 단독으로 일본 관광객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에 따른 변화의 조짐은 작년부터 뚜렷해졌다. 인천공항과 백화점에서는 영어, 일어 외에 중국어로 안내방송을 시작했다. 서울 명동 등 관광가의 식당에는 중국어 안내간판이 내걸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남대문, 동대문, 이태원의 상인들은 일본어 대신 간단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분식점을 경영하는 K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사가는 김과 인삼세트가 일본인 관광객이 사는 양의 곱절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중 일부는 예상치 못한 반발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 국민의 비웃는 듯한 말투와 표정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일부 한국인은 ‘중국인은 가난하다’는 선입관에 사로잡혀 ‘몇 푼이나 쓰고 가겠느냐’며 중국인 관광객을 깔본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부유층이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4박5일 일정의 패키지 여행상품은 평균 60만원. 중국인 평균 월급의 2~3배 액수다. 거기에 평균 쇼핑비용이 20만~30만원, 비자 발급 시 중국 여행사에 내는 보증금 200만~500만원(불법체류를 방지하기 위한 보증금으로 귀국하면 돌려받는다)이 더 필요하니 웬만큼 부자가 아니면 꿈도못꿀 만한 액수다.
씀씀이도 일본인보다 커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경비도 일본인 관광객보다 많다. 중국관련 관광사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의 지출경비가 일본 관광객보다 높다”면서 “중국인의 체류기간이 길기 때문이지만 씀씀이도 오히려 일본인보다 큰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의 2004년 통계를 보면 1인당 지출경비는 미국 1,410달러, 중국 1,400달러, 홍콩 1,149달러, 일본 1,033달러, 대만 1,010달러로 나타났다. 중국인은 식음료비, 숙박비, 한국여행사에 지불비, 쇼핑비 항목에서 모두 일본인 관광객을 능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냉대와 한국 정부의 차별대우 탓에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불쾌감을 토로하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이형근 이사는 “우리 국민은 서구인에게는 친절하지만 중국인과 동남아인은 멸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면서 “입국심사 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외국인 줄에서 따로 격리돼 기다려야 하는 차별을 받기도 해 중국인은 한국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안고 돌아간다”고 했다. 그가 인솔한 베이징 출신의 관광객 위쉬엔츠(45)씨는 “한국인의 표정이 너무 딱딱하다”고 말해 “한국인은 표정이 밝고 친절하다”고 주로 말하는 서구인과 상반되는 소감을 전했다.
오히려 일본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한국보다 우호적이다. 일본은 중국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유치하기 위해 작년 9월부터 초중고생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일본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고이즈미 내각의 방침”이라며 “일본은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나 센가쿠열도(釣魚臺)로 불거진 외교 분쟁을 민간 관광외교로 해소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했다. 올해를 ‘한ㆍ일 공동방문의 해’, 내년을 ‘일ㆍ중 교류의 해’로 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과 중국인을 잘 대접해 돌려보내고 더 큰 틀의 정치적 실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관광객 유치 TV광고비용(2005년 상반기)에서도 한국 정부의 무관심은 드러난다. 싱가포르 72억원, 홍콩 16억원, 호주 65억원, 일본 5억원, 말레이시아 5억원, 한국 3억원이다. 호주는 중국시장의 잠재성을 깨닫고 홍보비를 작년보다 3배나 늘렸다.
한국인의 관광마인드는 영어권의 서양인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바로는 미국인과 유럽인이 한국을 찾는 목적은 거의 비즈니스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들은 관광지로는 중국, 일본, 태국을 선호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물가경쟁에서 중국 동남아에 뒤지고, 관광문화상품의 질에서 일본에 뒤지며, 카지노산업에서 홍콩 마카오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해외마케팅지원팀 관계자는 “지리적, 문화적 접근성이야말로 관광입지의 제일조건”이라면서 “그 점에서 한국의 고객은 미국과 유럽이 아닌 아시아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간 일본인이 가장 큰 고객이었지만 이젠 달라졌다. 일본인 관광객 수는 감소하고 있으며 독도 문제, 원화절상, 김치 파동의 악재까지 겹쳐 위기에 처해 있다. 앞으로 한국 관광산업의 사활은 중국시장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은 까다로운 비자 발급이다. 관광객으로 위장하고 들어왔다가 불법체류 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영사관은 비자 발급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중국인이라도 유럽 선진국 여행 경험자나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거주자부터 발급요건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했으나 불법체류자 문제는 국정원, 경찰과도 얽혀 있어 단기간에 변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중국 관광객 푸대접에 원성도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의 질 낮은 덤핑상품도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가령 4박5일에 60만원이 적정가격인 코스상품을 50만원에 팔아놓고, 대신 무리할 정도의 쇼핑을 시켜 매장주로부터 커미션을 받아 이윤을 챙기는 방식이 통례처럼 돼 있다. 일부 외국인 전용 인삼 매장은 고려인삼을 선호하는 중화권 관광객에게 질 나쁜 인삼을 고가에 팔아 원성을 사고 있다. 30만원어치를 팔면 10만~15만원이 가이드의 커미션으로 떨어질 정도라니 저질의 인삼이 아니고선 그만한 이윤을 낼 수 없다.
85개사에 달하는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도 그 나름대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전략의 일환으로 수학여행단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산아제한정책으로 양산된 외동아이들이 ‘샤오황디(小皇帝)’라 불릴 만큼 과보호를 받고 있는 요즘, 자녀 교육에 열성인 중국인은 초등학교부터 해외 수학여행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초중고생 무비자 정책까지 펴면서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지만 중국의 학교는 비행기 대신 배로 이동할 수 있는 한국이 단체인솔과 경비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작년에 베이징 부학초등학교, 산시성 대학생 수학여행단, 베이징TV 주관 중국유소년 여름캠프 등 362명이 방한한 데 이어 올해는 베이징과 후베이성의 교사들로 구성된 수학여행 사전답사단 3팀을 비롯해 8개 학교단체 905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중국의 학교는 한국 학교와의 자매결연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비자 발급만 간소화되면 당장 수만 명을 유치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1월 17일 중국공산주의청년단 산하의 중화전국청년연합회와 ‘청소년 교류증진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또 내년부터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자국의 신용카드를 쓸 수 있게 된다. 중국 최대의 카드회사인 중국은행연합카드는 그들의 인롄(銀聯)카드를 한국의 카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국관광공사에 요청, 지난 10월 10일 인롄과 비씨카드사, 한국관광공사가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관광공사는 자체개발한 VIP 관광 상품을 5,000만 원 이상의 연소득을 자랑하는 3,500만 명의 인롄 상위 고객에게 홍보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중국과 한국은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친 교류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성격의 쌍방향 여행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과 사스에서 경험했듯이 중국 정부의 예기치 않은 해외여행 억제정책, 한·중 역사문제의 갈등, 이미 중화권에 번지기 시작한 반한류 기류의 확대가 부정적 요소로 남아 있지만 중국인의 경제 성장과 생활 향상이라는 큰 요소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고 여행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 관광객 입맛 사로잡아야"
한편 문화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중국 관광객 전문 식당 101곳을 지정하고 지난해 12월 9일 서울의 한 전문식당(서울 마포 소재)에서 지정패 현판식을 가졌다. 이번에 전문식당으로 지정된 곳은 서울 36곳, 제주 14곳, 부산 9곳, 경기 8곳 등이다.
이번 전문 식당 선정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한류 등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관광객 유치를 본격화하기 위한 것. 문화부는 이를 통해 중국 단체 관광객의 음식 불만을 해소하고 식당의 청결과 종업원 친절 등 서비스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낙종 문화관광부 관광산업과 사무관은 "중국 관광객이 매년 늘고 있지만 문화차이에서 오는 음식문제는 꾸준한 불만사항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며 "전문식당 지정을 통해 중국 관광객의 음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관광객 유치활성화에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선정된 업체를 관광공사의 해외지사 및 여행사의 홍보 책자에 수록하고 이를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외국인의 한국 관광 전문 알선 여행사) 및 관광안내소, 공사 해외지사 등에서 활용토록 하는 등 보다 많은 중국 관광객이 전문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 지원을 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1억8,500만원을 투입, 전문식당 홍보물 제작 및 통일된 중국어 음식메뉴 표기 용례집을 발간·배포키로 했다.
내년에는 5억원을 들여 전문식당 홈페이지 구축 및 ▲업주 대상 워크숍 ▲중국관광객 선호음식 경연대회 ▲우수 식당·요리사 및 우수 여행사 평가·보상 ▲중국 관광객 선호음식 개발·보급 등을 추진키로 했다.
*박스기사
중국 관광객들 "우리도 메뉴판 못 읽어요"
최근 제주를 찾는 중화권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이 많이 찾는 도내 주요 호텔과 식당의 중국어 메뉴판은 저마다 제각각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오용되는 사례도 많아 중국 관광객이 중국어로 된 메뉴판을 보고도 주문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2005 제주국제언어학회 가을 학술발표회'에서 제주한라대학 관광중국어과 김은주 교수는 ‘제주도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국어 메뉴판 실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역국을 비롯해 김치찌개, 갈치조림˙구이, 옥돔구이 등 한식 및 제주전통 음식의 명칭이 제각각 사용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 화교나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지인들에게 개별적으로 부탁해 메뉴판을 제작, 문법에 맞지 않은 한국식 표현이 사용되거나 쓰지 않았으면 좋을 사족을 붙여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실정이다. 그나마 한자로 적힌 중국음식점의 메뉴판도 중국인들이 거의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다. 이는 중국식당을 하는 요리사들이 대부분 화교들이고 이들의 90% 이상이 산동성 출신으로 그들이 만든 메뉴판은 산동방언을 토대로 했거나 한국문화와 언어를 접하면서 중국어,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와 영어까지 합성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중화권을 상대하는 식당조차 거의 메뉴판이 없어 가이드가 일률적으로 미리 정해 놓은 음식을 시켜 제주의 다양한 전통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 뿐만 아니라 가이드가 없으면 혼자서 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이 외에도 메뉴의 사진을 구비해 놓더라도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 음식을 시키고도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는지 불안해하거나 심지어 주문한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당황해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중국 대륙에서 사용하는 ‘간체자'와 대만. 홍콩 등지에서 사용되는 ‘번체자'가 제각각 사용되거나 혼용, 오용되는 사례도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어 메뉴판 표현의 통일화가 가장 우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