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출마선언을 했다. 야권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도지사, 박영선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이 출마선언을 했거나, 곧 발표를 할 예정이다. 야권의 또 다른 축으로 올라선 통합진보당은 지난 총선과정에서 불거진 비례대표 경선 파동으로 인해 이렇다 할 대선행보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출마선언을 했거나, 출마의지를 확고하게 밝힌 인사 중 지지율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사는 새누리당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 그리고 김두관 경기도지사 정도이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교차해서 살펴보면 정작 상위권에 있는 두 사람은 아직까지 출마선언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이야기다.
박 전 위원장은 이미 지난 대선 직후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부동의 1위로 대세론을 구가해온 인물이다. 안 원장은 지난해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정국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단숨에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바 있다. 당초 박 전 위원장이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를 보이며 앞섰지만, 연말쯤 안 원장이 오차범위까지 추격했다가 총선 직전에는 박 위원장을 제치고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는 다시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는 중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누려왔던 대세론을 볼 때 출마선언 시기에 관계없이 대선출마가 확정된 상태라 볼 수 있지만, 안 원장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파괴력과 영향력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대선과 관련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를 둘러싼 각종 소문과 추측이 난무할 뿐 확실한 것은 없다. 이에 따라 여러 경우의 수가 존재할 수 있다. 직접 출마를 하되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는 경우, 제3세력으로 출마해 야권단일화 과정을 거치는 경우, 혹은 출마를 하지 않고 야권단일 후보를 지원하는 경우 등이다.
문제는 대선의 상수라 할 수 있는 이 두 사람이 ‘고도의 침묵과 절제의 행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이 땅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보다 유능하고 훌륭한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 검증은 도덕적인 청렴성부터 각 분야 정책능력까지 복잡하고 방대하다. 그런데 이제 대선까지는 채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이미 이중삼중의 검증을 받았어도 모자랄 시기에 아직 그들은 이렇다 할 정책은커녕 출마선언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단히 위험하고 불안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부족한 정보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것은 곧 국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인사라면 마땅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서둘러 대선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5년 동안 자신이 책임지게 될 대한민국에 대한 뚜렷하고 합리적인 방안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적 한증막 속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