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굶어 죽을 상황인데 ‘김씨왕조’ 찬양 열기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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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굶어 죽을 상황인데 ‘김씨왕조’ 찬양 열기 뜨거워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2.06.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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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과 국제사회 제재조치로 대북식량지원은 어려울 듯

지난해 연말 김정은 체제의 출범 이후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20대의 나이이며 서구사회에서 공부한 김정은의 출신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그 어디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다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태세로 대남 위협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다수의 국내 보수 언론사의 거론하며 ‘정밀 타격’을 운운하기도 했다. 대북 전문가들에 김정은 체제는 군부를 장악하는 등 북한 내부권력을 안정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긴장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으며, 북한 내부의 경제와 인권 역시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가뭄으로 식량난 악화
지난 6월20일 한국농촌경제원은 ‘북한의 가뭄 실태와 식량수급 전망’ 보고서를 통해 “4월말부터 최근까지 북한 대부분 지역에서 가뭄이 계속되고 있으며 국제 사회의 식량지원이 없을 경우, 7~8월에는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리와 밀은 낱알 무게가 떨어져 수량이 20% 정도 줄고, 감자 수확량도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돼 애초 예상치보다 생산량이 5만~10만 톤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벼농사는 아직 피해가 크지 않지만 비가 계속 내리지 않으면 모내기가 늦어져 초기 생육이 불량하고 병해충 발생도 심해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가뭄의 영향으로 곡물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7~8월에는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6월22일, 독일 비정부단체 ‘세계기아구조’의 책임자로서 약 일주일 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볼프강 야만 대표는 중국 외신기자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을 휩쓸고 있는 심각한 가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난 60년 만에 돌아온 최악의 가뭄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며 “현재 북한은 벼와 양배추, 옥수수를 심는 계절이지만 가뭄으로 인해 농사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북한의 식량줄 죄는 미국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원 여부도 불투명해져 북한의 내부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20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북한인권법을 오는 2017년까지 5년 연장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안’을 가결했다.
이는 구두표결로 통과됐으며, 향후 상원 전체회의에서의 표결을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법안이 언제 상원 전체회의에서 다뤄질 지는 상원 다수당 지도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3월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가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으로 5월 하원 전체회의에서 구두표결을 거쳐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다. 이 법안은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 대북 인도적 지원의 투명성 확보, 또 탈북자 지원과 보호 대책 등을 담고 있으며, 특히 미국 정부가 중국에 탈북자 강제북송 즉각 중단 촉구를 명시했다.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래 이제까지 128명의 북한 탈북자만 미국에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미국 정부가 탈북자의 정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2004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처음 제정돼 2008년 4년 더 연장됐다.
한편 북한이 기대하고 있는 대북식량원조는 당분간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대북식량지원을 까다롭게 통제하는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켰고, 하원과의 조정을 거쳐야 하는 관문을 남겨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미국 대통령이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으로 면제요청을 해야만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이 가능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금지된다”는 것이다.
‘평화유지를 위한 식량지원법(Food for Peace act)’이란 이름의 이 조치는 민주당 존 케리 상원외교위원장과 공화당 간사인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주도해 찬성 58대  반대 40표로 승인됐다. 상원은 예외 없이 대북식량지원을 금지하자는 공화당 측 법안을 기각시킨 대신 대통령의 예외 조치를 인정하는 민주당 측 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정부는 북한에게 식량을 지원하도록 기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다만 상원안대로 조정이 되면 오바마 대통령이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 한다고 판단할 경우 미 의회의 동의를 얻어 예외를 인정받고 대북 식량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농업법은 5년 한시법으로 9월 만료되는데 이번에 상하원 조정안이 확정될 경우 2017년까지 적용된다. 미국은 지난 2009년 모니터링 요원들이 북한에서 추방당한 후부터 대북식량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입장 난처한 우리 정부
미국의 잇따른 대북조치로 인해 우리 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파악하고 있지만, 섣부른 대북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최악의 경우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검토한다”는 수준이다.
그러나 대북지원을 할 수 있는 명분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국제사회가 각종 제재조치를 취했으나, 북한은 이를 성실히 이행하기는커녕 로켓을 쏘아올리고 핵실험 재개를 천명하는 등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뭄까지 겹쳐 북한의 식량난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교당국이 올해 동남아 순회 외교에서 식량 지원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6월20일 통일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대규모 식량지원은 완전히 중단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 식량 지원을 검토하기는 했지만 핵실험, 천안함 및 연평도 사태 등이 터지면서 무산됐다”고 밝혔다. 대북 식량 지원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쌀 40만t을 보낸 것이 마지막이었다.
지금껏 빌려준 식량 차관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태라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적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남한은 7억2005만 달러의 차관 가운데 1차 상환분 583만 달러를 지난 6월7일까지 변제하라고 통지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 이상 우리 정부 차원의 식량지원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굶어죽을 판에 여전히 선군(先軍)
6·25전쟁 62주년을 맞은 6월25일 북한 매체들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 찬양에 열을 올리며 선군(先軍)정치를 강조했다. 또한 6.25전쟁의 원인은 한국과 미국에 의한 북침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비난과 위협을 쏟아냈다.
노동신문은 이날 ‘선군의 기치 높이 평화와 통일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오늘은 미제와 그 주구들이 침략전쟁을 도발한 때로부터 62년이 되는 날”이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두리에 하나로 굳게 뭉쳐 용감하게 싸움으로써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제를 타승하고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했다”고 주장했다.  요약하자면 한국과 미국의 도발로 발발한 6·25전쟁에서 김일성 주석의 탁월한 지략으로 승리했지만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니 선군의 기치를 더 높이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6.25전쟁의 주범인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노동신문에 ‘무비의 담력과 배짱을 지닌 천재적인 군사전략가’란 기사를 통해 “조국 해방전쟁에서 승리는 우연히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 신념과 의지, 배짱과 기상, 지략과 영군술에 있어 가장 걸출한 백두영장을 모시어 이룩된 역사의 필연”이라며 “수령님의 영도가 있었기에 수적으로, 기술적으로 우세한 적들을 정치사상적, 전략전술적 우세로 타승하는 기적을 창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6월22일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통합화력전투훈련에서 한미 연합군이 북한 인공기를 표적으로 삼은 것을 비난하며 “공화국기에 대고 사격을 해댄 것은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공화국을 말살하고 전 조선반도를 타고 앉으려는 미국의 침략적 야망은 조선전쟁을 도발했던 62년 전이나 오늘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의 사설은 “김정은 동지를 최고사령관으로 모시고 혁명강군과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천만 군민의 일심단결이 있어 우리의 승리는 확정적”이라며 “모두다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내외 호전세력의 새 전쟁도발책동을 짓부시며 조국통일의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싸워나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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