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장 12년 동안 준비한 대입시험을 마치고도 취업준비라는 출발선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가슴 아픈 것은 여기에 또 하나의 출발선이 또 더해진다는 점이다. 이는 연간 1,000만 원을 넘어선 살인적인 등록금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가 떠안아야 하는 부채의 출발선이다. 현재의 등록금 수준이 방학은 물론 학기 중 아르바이트로 충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닌 탓에 대학생들의 학자금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대출은 졸업 후 또 하나의 출발선을 만들어 낸다. 일반적인 학자금대출의 경우 졸업 후 일정기간 내에 원금변제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높은 초봉을 받는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했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취업관문 자체가 좁을뿐더러 초봉 자체가 하향 평준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취업을 하더라도 임금의 상당부분을 대출금을 갚는 데 써야할 판이다.
우여곡절 끝에 학자금대출을 모두 변제하고 나면 또 새로운 출발선을 만나게 된다. 결혼이라는 출발선이다. 보통 전세주택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이로써 주택자금대출이라는 출발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자녀의 교육비, 노후준비 등 끊임없이 새로운 출발선을 만나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은 사실상 대학입학과 동시에 대출의 출발선을 끊임없이 만나게 되는 셈이다. 출발선이 많은 만큼 결승선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끝없는 변제의 결승선을 넘다보면 풋풋하고 싱그러운 청춘은 이미 흘러가고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달리기 경주에서도 출발선을 넘은 모든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회에서도 낙오자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러한 낙오자가 개인의 역량이나 성실함의 부족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출과 변제의 끝없는 트랙을 도는 가운데 신용불량자로 주저앉거나 사채를 끌어 써서 몹쓸 일을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는 반값등록금 등 각종 대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학자금대출 이자나 변제과정을 완화하는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주택마련자금과 관련된 조치들은 속시원하게 나오지 못하고 있다. 웬만한 주택 또는 아파트 전세가 1억 원이 넘는 전세대란을 겪고 있는 탓이다. 금액이 워낙 크다보니 아무리 이자율을 낮추고 변제기간을 늘여준다고 해도 30~40대 가장에게는 멍에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도시형 서민주택을 지속적으로 보급하겠다고 나섰으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주택임대시장은 민간 차원에서 제시할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미 활성화 된 모델로 소액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지불하고 해당 아파트 및 주택에 대한 광범위한 관리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다. 이는 우리가 만나야 하는 출발선 중 가장 부담스러운 주택자금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택임대시장에서 일고 있는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우리 사회에 그어져 있는 수많은 출발선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단초가 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