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역사가 서린 고대 가야 불교의 명맥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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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역사가 서린 고대 가야 불교의 명맥을 잇다
  • 취재_양성빈 본부장/주형연 기자
  • 승인 2012.06.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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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긍정으로 만들어가는 우리 삶의 방안을 제시하는 은하사 혜진 스님

찬란했던 금관가야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김해 신어산은 금관가야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해후를 상징하는 수많은 전설들이 서려 있다. 허황후의 도래와 함께 최초의 불교 역사가 시작된 신어산 자락에 위치해 2천년의 역사와 고대 가락 불교의 원형을 보존 및 전승하는 은하사는 석가탄신일을 맞이해 그 위상을 한층 높여가고 있다.

경남 김해시에 위치한 신어산(神魚山)은 금관가야와 불교가 첫 연을 맺은 의미 깊은 역사가 전해지는 명산이다. 한국의 기원과 불교 설화를 수록한 정사(正史) <삼국유사>는 한국 불교가 역사에 첫 등장한 배경, 가야와 불교의 결합을 이렇게 전한다. 기원 1세기,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은 오빠 장유화상을 동반하고 금관가야의 수로왕을 배필로 맞이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 왔다. 도두촌(渡頭村)에서 이루어진 수로왕과 그녀의 첫 대면은 하늘이 맺어준 부부 연의 실현 뿐 아니라 한반도 최초의 불교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기도 하다. 허황후의 고향으로 전해지는 아유타국에서 신령으로 모시던 두 마리의 물고기(神魚) 문양이 이 때 가야에 전해져 신어산의 이름 역시 현재 은하사 돌에 새겨진 신어통천(神魚洞天)의 글을 보듯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대웅전 취운루 중수기(大雄殿翠雲樓重修記) 현판(1812)는 ‘세상에 전해지고 있기를 가락국 왕비 허황옥은 천축국(天竺國:인도)으로부터 온 사람으로 그 형제 장유화상이 서림사를 창건하였다’라는 기록을 전하고 있다. 가락국의 번영과 서역불교의 번성을 발원하며 세워진 이 가야 사찰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 중기 효종과 인조 때 개보수를 거쳐 신어산의 옛 이름을 딴 현재의 은하사(銀河寺)로 개창되어 오늘날 고대 가야 불교의 명맥을 잇고 있다.

가야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고대 불교의 산실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범어사의 말사로 2천년의 가야 고대 불교 역사를 전승하는 은하사는 창건자인 장유화상의 탱화 영정을 비롯해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38호인 대웅전 수미단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로 각광받는 등 역사와 전통, 가야의 흔적이 숨 쉬는 사찰로서 인지도와 위상을 높인 바 있다. 주지 혜진 스님은 “우선 불사(佛事)의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대 가야에서부터 이어져온 최초 불교의 명맥을 잇는 기도 도량으로 유명하지만 템플 스테이(temple stay)와 불교 대학 등 여러 방식을 통해 더 많은 신도들에게 참다운 수행의 기회를 주는 기도 도량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다”라고 전하며 구도(求道)를 위해 은하사를 찾는 수많은 신도들을 위한 불사(佛事)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천하고 있다.

절을 짓고 불상을 모시고 탑을 짓는 것만이 불사는 아니다. 공양, 강론, 포교 등 스님이 하는 모든 일 중 불사가 아닌 것이 없으며 바른 수행을 통해 불법의 도를 구하는 이들을 계도(啓導)하는 것이 바로 불사다. 혜진 스님은 “화엄경에는 인생난득(人生難得) 불법난봉(佛法難逢)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몸으로 환생하는 것도 어렵고 부처님의 법을 만나는 것 또한 어렵다는 뜻으로, 인간의 삶에서 사랑만 받으며 생활하기 어렵고 불법과의 인연을 맺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부처님 말씀을 빌려 수행정진을 통해 은사이신 서림대성(西林大成)큰스님의 사상을 유지하면서 부처님 말씀에 어긋나지 않는 포교에 심혈을 기울여, 시민들에게 마음과 인생의 양식을 심어주는 데 일조하고 싶다. 일생 동안 쌓아온 기도 정진을 통한 기도의 바탕과 힘으로 불자들을 이끌며 이 모든 불사를 차례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서림불교대학 통해 생활불교 포교에 앞장

수행과 구도를 원하는 신도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수행 공간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은하사는 불사의 일환으로 템플 스테이 공간을 설립, 확장하고 올해부터 공간을 활용해 불사를 넓혀갈 예정이다. 현재 템플 스테이를 진행하는 사찰이 드문 김해에서 가장 대규모 사찰인 은하사는 제일 먼저 템플 스테이 등 수행의 체험 공간을 만들어 학생, 가족,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자연 속에서 육체와 정신을 맑게 하는 휴식처이자 수행의 계기로 육성할 예정이다.
또한 은하사는 2011년부터 서림불교대학을 건립해 경전 강론을 통해 불법을 알리는 중이다. 약 2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서림불교대학은 현재 2기 120여 명이 수강 중으로, 기초·중·고급 경전 반으로 나뉘어 경전 강의 및 연구, 실제적 수행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이끌고 있다. 1년 단위로 기초반에서 경전과 교리를 익히고 심화반으로 승급해 과정을 마스터하고 나면 불교사 마스터 자격증을 수료할 수 있다.

이 자격증은 어떠한 위치에서도 포교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으로 작용해 포교원을 설립하여 활동할 수 있다. 우수 강사진을 초빙해 불교에 대한 쉬운 이해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 중인 주지 혜진 스님은 협소한 공간이라도 시민의 직접 참여와 체험을 통해 사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론하고 알리겠다는 깊은 뜻을 품고 있다.
이처럼 은하사는 긴 역사와 중요 문화재, 지식 전달 인프라를 갖추고 원력(願力)을 바탕으로 구도와 수행을 원하는 이들에서부터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휴식과 수행 공간을 제공하며 생활 속 불교 정신의 요람이 되고 있다.

생활에 녹아든 수행과 기도의 도량

혜진 스님은 올해 3월13일 은하사 주지로 취임하였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은하사 회주이신 서림대성 큰스님을 시봉하면서 대성 큰스님의 사상적 부분을 이어받은 혜진 스님은 은하사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은하사에서 출가해 큰 스님과 연을 맺고 계를 이어 받아 35년째 은하사에 터를 잡고 생활하면서 사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진 혜진 스님은 바로 이곳에서 1만 5,000배를 한 후 수계를 받았다. 은사이신 대성 큰스님의 혹독한 수행법을 모두 견디며 당시 주변인들조차 놀라게한 혜진 스님은, 굳은 심지로 만 배를 마친 것이 알려져 그 후 은하사는 만배도량(萬拜道場)으로 거듭났다. 새벽 3시에 염불을 시작함과 동시에 저녁까지 꾸준한 수행과 기도로 35년을 정진해 온 혜진 스님은 “동물은 움직일 때 비로소 살아있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무기력한 삶을 사는 것은 산송장이나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사찰 관리 및 운영에 주력하는 것이 주지의 주요 역할이며 권위 의식을 벗어나 여러 명의 아픔도 함께 나누려 노력하니 맡은 일에 모두 즐겁게 임하게 된다. 내가 살아가는 것도 우리가 얻어가는 것도 모두 사라지기 마련이다. 마음가짐,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느냐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혜진 스님은 “내가 좋은 마음을 가지면 좋은 인연을 만난다. 좋은 친구가 되려면 나부터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내가 악한 마음을 가지면 나쁜 인연만 만나게 되니, 삶은 내 마음과 같이 흘러가게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신의 얼굴을 맑게 만들어가라. 현재 자기 모습을 보면 과거를 알 수 있고 현재 최선을 다하면 미래도 밝다”고 전했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혜진 스님은 작은 손해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것을 즐기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 노력,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 지역 사회의 역사와 정신을 지켜가는 선구자로 거듭

“부처님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의 역할을 한다”라고 전하는 혜진 스님은 템플 스테이 활성화를 위해 기도하고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불사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 단독적 불사 대신 불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기 띤 불사가 이뤄지도록 항상 몸을 움직이며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중요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은하사는 문화재 관리 및 지역 유산, 지역사회 돕기 등 여러 각도로 김해시와도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예로 2011년 김해시와 은하사는 지역사회 내 저소득 독거노인들의 영양관리 및 건강증진을 돕고자 식찬 사업비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독거노인들의 건강을 고려한 기본 생활 돕기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행정적인 부분에 있어 총무 혜장 스님, 사무국장 등 주변에서 착실히 보좌해주는 덕분에 많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수행에도 게으름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전하는 혜진 스님은 1만 명 이상의 신도가 방문하는 석가탄신일이라는 큰 행사를 두고 말했다.
“스님 또한 부처님의 심부름꾼이며, 불자들이 올바른 길로 수행하도록 선행(善行)의 길잡이 역할을 하면서 함께 상생해 가는 것이 스님의 역할이다. 신도들과 함께 참다운 도량을 이끌어 내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도량, 문턱 없는 사찰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설명하는 혜진 스님. 작은 몸짓에서도 그 사람의 소신과 지혜가 엿보인다는 말이 있다. 웃음을 통해 모두에게 복이 온다는 혜진 스님의 좌우명처럼, 석가탄신일을 맞아 은하사를 방문해 부처님을 접견할 수 있는 많은 신도들의 얼굴에 떠오를 염화미소(拈花微笑)가 바로 은하사가 제시해주는 우리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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