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형 카페 ‘카페리앙’, 커피 틈새시장 장악
적수공권(赤手空拳). 맨 손과 맨 주먹 상태의 아무것도 없음을 이르는 말로 봉종복 대표의 사업 초기 상황이 그랬다. 사무실도 없이 아이디어와 열정 하나로 시작한 사업 출발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봉 대표는 2002년 7월 사업 시작, 당해 8월 용인대에 커피 전문점 1호점(가맹)을 냈다. 대학 내 입점은 거의 국내 최초였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2009년 현재 직영점 38개점과 5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봉종복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대기업에서 의전업무를 담당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는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지인의 일을 돕다가 커피 사업과 인연을 맺게 됐다. 사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상황은 치열하기 그지없다. 2011년 현재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은 2,000개를 넘어섰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환경 악화로 조기 은퇴한 직장인들이 앞 다투어 커피 전문점 시장으로 뛰어든 탓이다. 이 상황에서 봉 대표는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는 주로 대학·대기업·병원 등 후생복지를 모토로 내건 특수독점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SBS탄현 드라마센터와 연세대학교 학술정보관에 입점한 저가형 복지카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들이다.
SBS탄현 드라마센터점은 입점 이전엔 인스턴트 커피 자동판매기만 비치돼 있을 뿐이었고 그나마 자판기의 위생 상태는 불결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주위 환경에 비해 공간 활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같은 상황은 카페 입점 이후 180도 달라져 있었다. 비효율적으로 보였던 로비공간을 누구나 찾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쉼터로 바꾸어 놓았다. 또 저렴한 가격으로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가족단위의 외식공간으로 꾸며 센터 내 입주자와 방문객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해놓았다.
SBS탄현 드라마센터점이 사내 복지카페라면 연세대 학술정보관점은 교내 복지카페의 모델 사례다. 교내 카페가 들어서기 전 학술정보관엔 학생들이 이용할 편의시설이나 휴게 공간이 전혀 없었다. 더구나 학교건물 자체가 노후화돼 학교 이미지마저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애니원F&C는 이 학교에 카페를 입점시키고 학생들에게 음료와 편의시설을 제공했다. 특히 학교 인근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커피 전문점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를 판매했다. 또 딱딱한 학교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유럽형 카페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카페를 꾸몄다.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카페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이 카페는 학생, 주민들의 쉼터는 물론 학생 및 교수의 세미나 장소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우리 회사의 차별화 요소는 복지형 카페의 운영에 있습니다. 일반 로드샵이나 임차관계가 아닌 대학교·관공서·병원·백화점 등과 계약해 저렴한 가격에 최고 품질의 식음료를 공급하고 있지요. 특히 수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연세대 4개점 외에 홍익대,계원디자인대학 등 17개 학교에 최고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럽전문회사와의 합병으로 원가 절감

‘1883코리아’의 거래업체는 96개에 이르며 던킨도너츠, 톰앤톰스, 하겐다즈, 파스쿠치, 배스킨라빈스, 파리크라상 등 하나같이 국내 시장에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다. 사실상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식음료 제품 속에는 1883시럽이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니원F&C(카페브랜드 ‘카페리앙’)도 자회사가 직수입하는 시럽을 사용해 제품의 질을 높이고 있다. 커피·과일·칵테일 시럽 등 원재료를 취급하다 보니 애니원F&C의 판매 경쟁력 또한 높아졌다. 자회사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애니원F&C는 2009년 합병 당시, 이미 카페리앙의 직영·가맹점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 재무적으로 안정을 이룬 반면 ‘1883코리아’는 시럽 전문기업으로 지명도는 있었으나 판로 문제로 자금난에 봉착한 상태였다. 결국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합병에 이르렀다. 이는 애니원F&C가 한 단계 더욱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명보아트홀 경영을 통해 문화마케팅 근거 확보

홈카페(www.homecafe.co.kr) 쇼핑몰 운영을 통해 개인도 가정에서 보다 질 높은 커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학교·병원 등을 대상으로 한 복지카페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소규모 사무실과 가정에의 커피기기 위탁 프랜차이즈도 진행 중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공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는 화려한 집이다. 하지만 봉 대표는 현재 자가 주택 없이 월세를 들어 산다. 조금이라도 여유 자금이 생기면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 부분에서 아내의 속 깊은 이해와 동조에 감사를 표하는 그다. 사업 시작 후 10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는 그는 주위로부터 일중독자라는 말까지 듣곤 했단다. 전문대학 관광과 졸업 후 기업 샐러리맨으로 5년간의 직장생활, 아주대 경영학과 편입, 적수공권으로 아이디어와 열정에 천착할 수밖에 없었던 사업 초기, 한결같은 그의 집념에 따라붙은 기회(1883코리아 합병과 명보아트홀 대표직 인수). 10년을 꾸준히 진지한 모습으로 사업에 임해온 그의 얼굴이 맑다. 사업 시작 이후 지켜온 ‘공과 사를 구분하자, 그리고 도덕성과 신뢰를 잃지 말자’는 초심의 발로일까. 상품이든 사람이든 가치를 부여해서 가치 있게 경영하고 있다는 봉 대표. 가치경영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그의 앞길에 그 무엇이 두려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