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스타 대변인과 앵커 출신 여성의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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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 스타 대변인과 앵커 출신 여성의 한판 승부
  • 글_김영란 차장
  • 승인 2008.05.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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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력 VS 친화력, 혁신 VS 연고를 바탕으로 지역 공략

   
▲ 거대 여당답게 나 후보는 한나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구민들에게 ‘압승’을 호소했고, 신 후보는 ‘나는 중구의 딸’이라는 토박이론을 앞세우며 ‘보이지 않는 민심’에 기대를 걸었다. 막강한 입심을 자랑하는 출마자들을 두고 ‘입들의 전쟁’이라며 눈길을 끌었으나 의외로 싱겁게 끝난 승부였다.
스타급 인물 출마, 세간 이목 집중
서울 중구 선거구는 오랫동안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이 관리하며 다져 온 텃밭이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불법 자금 수수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으로 인해 공천심사에서 떨어졌다. 신 후보는 남편인 박 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강하게 표시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자리다툼을 하던 분을 갑자기 공천했는데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남편은 4년 전 주민의 선택을 받았던 것처럼 그만두는 것도 주민의 선택에 의하도록 해야 하고, 당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그런 박 의원을 대신해 부인인 신은경 전 KBS 앵커가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남편 대신 중구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신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기초로 하는 선진당의 창당이념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선진당행 결심배경을 설명한 뒤 “12년간 정치하는 남편과 함께 중구 주민들과 동고동락했다. 정치의 심장부인 중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신 후보는 중구에 연고를 두고 오랫동안 표밭을 다져온 터라 승리를 확신했지만, 한나라당의 전략 공천으로 출마한 나경원 의원에게 46.1% 대 20.6%라는 결과로 다소 싱겁게 패배하고 말았다.

한편 애초 서울 송파병에서 이계경 의원과 공천경쟁을 벌였던 나 의원은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요 지역구 중의 하나인 중구에서 현역 박성범 의원을 밀어내고 출마를 확정하고 “사실은 중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모두 마쳤다”며 발 빠른 유권자 마음잡기에 나섰다. 나 의원은 박 의원의 아내로 이미 해당 지역구에서 3번의 총선을 내조하는 등 탄탄한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신 전 앵커를 겨냥해 “결국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은 유권자들이 판단하실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나 의원의 발언에 대해 신 후보는 “(중구에서)12년 동안 거주하며 주민들과 가족처럼 오래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곳에 도움이 필요한지 어떤 곳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등을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며 “물론 나 의원이 당에서 활동을 많이 했지만 비례대표로 초선”이라며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거대 여당답게 나 후보는 한나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구민들에게 ‘압승’을 호소했고, 신 후보는 ‘나는 중구의 딸’이라는 토박이론을 앞세우며 ‘보이지 않는 민심’에 기대를 걸었다. 나 의원의 선거사무실은 한나라당에서 응원 나온 의원들과 각계 지지자들로 발 딛을 틈도 없었던 반면, 신 후보는 단출하게 보좌관 1명과 선거전단을 나눠주며 일일이 동네를 순회했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의 여성 대변인, TV채널을 KBS로 고정시킨 뉴스 여성 앵커, 두 후보의 이러한 지명도는 유권자들의 결정에 망설임을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혁신 주도 VS 지역적임자
나경원 의원이 내건 플랜카드는 ‘중구 혁신’이었다. 나 의원은 ‘지역구에 연고가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나 의원은 “30년 만에 중구에 돌아오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제가 학교 다닐 때의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 제 자리 걸음이었다”며 “예전에 좋은 건 다 중구에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중구에 위치한 숭의여자중학교 은사를 초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들었다”며 “나경원이 함께 하면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며 연방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신은경 후보는 자신이 지역적임자임을 강조하면서 중구 황학동에서 태어난 데다 남편인 박성범 의원을 도와 12년 동안 중구를 위해 일해 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거의 다 만나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게 신 후보의 강점이었다. 주민들에게 인사할 때도 “점심 드셨어요?” “개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장사는 잘 되세요?” 등 이웃사촌처럼 대화를 이끌어낸다. 또 인사를 건넬 때마다 나 후보를 겨냥, “중구에 외부 사람이 와서 많은 분들이 당황스러워한다”며 “12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제 그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자체적으로 중구민 8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나 후보와는 0.3~0.7% 격차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며 “인사를 하며 느끼는 ‘보이지 않는 민심’의 반응은 좋다.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온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나 후보의 개소식에는 남편인 김재호 판사도 함께 했으며 묵묵히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다. 서울대 법대 동기인 두 사람은 캠퍼스 커플로 5년 열애 끝에 결혼해, 남편 김 판사는 지난 2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장으로 발령 나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한편 신 후보에게 주민들은 “박 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을 못 받아서 어쩌냐”는 말을 자주 건넸다. 그러면 신 후보는 “이번에 뛰는 사람이 바뀌었다”며 웃어 보일 뿐이었다. 신 후보와 박 의원이 함께 거리유세를 나가기도 했지만 박 의원은 내부에서 선거운동을 총괄·총지휘하는 역할로, 두 사람이 함께 해 시너지를 낼 때는 함께 하되 지역을 돌 때는 나눠서 다닌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타 대변인’ 대 ‘스타 방송인’ 출신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중구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당선되면서, 낙선한 신은경 후보는 자유선진당에서 탈당했다. 나 의원은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면서 다른 지역 지원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나 당선자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새로 시작하면서 ‘서민 속으로’ 들어갔던 게 주된 승리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감회를 밝히면서 “17대 때는 대변인이어서 아무래도 당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당론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나의 목소리’ ‘지역의 서민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는데 좀 더 신경 쓰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막강한 입심을 자랑하는 출마자들을 두고 ‘입들의 전쟁’이라며 눈길을 끌었으나 의외로 싱겁게 끝난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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