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형 계명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태권도 세계화의 일등공신이다. 그는 해외여행의 개념이 생소하던 1978년부터 30여 년 동안 미국을 비롯해 총 145개국을 돌며 태권도 정신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한-소 수교 이전인 1990년 소련 국가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초청을 받아 세미나를 열고 태권도 보급에 앞장섰다.
그는 학구열도 높아 늦깎이로 박사학위를 취득해 2005년부터 계명대 태권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0년 3월엔 전국 태권도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가장 존경받는 태권도인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열 살 때 태권도에 입문한 그는 고등학교 시절 고향인 전라북도 장수에서 경찰서장의 권유로 경찰들과 주민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그는 육군종합행정학교 체육학처에서 복무를 마친 뒤 1973년 서울 미동초등학교 태권도부를 지도하면서 어린이시범단을 창단했다. 태권도의 기술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미동초등학교 태권도부는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시합에 출전할 학생이 체중조절을 위해 약을 먹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시합은 1등 말고는 모두 조연이잖아요. 그러나 시범은 시범단 멤버 모두가 주연이죠. 그래서 시범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태권도의 기술의 모범과 우수성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어요.”
한국 태권도 역사의 산 증인

이어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방한 당시 미동초등학교 시범단을 지휘한 데 이어 2002년엔 성인 29명과 어린이 6명으로 구성된 국가대표 시범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해 평양 태권도 전당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정부는 그가 태권도 세계화에 기울인 공로를 인정해 지난 2008년 체육훈장 기린장을 수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미국 태권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그에게 대통령 표창장을 전달했다.
최근 한국 대중문화의 바람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른바 한류 바람에 힘입어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그는 이 같은 흐름을 잘 살려 태권도를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키워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태권도는 이미 세계화에 성공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입니다. 태권도를 테마로 하는 다양한 상품 개발과 특화 상품화, 예를 들어 태권도 성지순례 상품이나 태권도 관련 연수·교육 상품 등의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태권도의 경제적 가치를 높여 국가경제 기여도를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