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30년 만에 대수술, 제2카드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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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30년 만에 대수술, 제2카드대란 오나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2.05.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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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가맹점↑ 영세가맹점↓ 가맹점 75% 수수료 인하… 실현 가능성 논란 제기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평균 2.09%에서 1.91%로 0.18%포인트 정도 낮아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삼일피더블유씨컨설팅은 지난 4월2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30여 년 만에 대폭 수정됐다.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안의 핵심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는 올리고 영세가맹점의 수수료는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슈퍼마켓·편의점 등 소액결제 비중이 높은 업종의 수수료는 오히려 상승해 당분간 논란이 예상된다.

확실한 원칙과 기준 없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왔던 카드수수료체계가 드디어 개편됐다. 1978년 신용카드가 처음 도입되면서 적용된 업종별 수수료 체계가 지나치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07년 금융감독원이 ‘가맹점 수수료 원가산정 표준안’을 내놓았지만 근본 기준은 없어서 업종별 수수료 체계가 사실상 지속돼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카드 수수료는 업종별이 아닌 가맹점별로 거래규모와 거래건수, 카드사의 비용 등을 감안해 수수료율을 책정한다. 금융위원회와 여신협회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6월까지 의견을 수렴, 오는 12월22일부터 새 수수료율을 적용키로 했다.

수수료율은 평균 2.09%에서 1.91%로 하락

현재 우리나라 수수료 적용률을 보면 통신서비스, 대형할인점, 국산 신차 등의 대형가맹점은 1.7% 이하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으나 서민생활업종이라 할 수 있는 일반음식점, 미용실, 자동차정비, 안경점 등의 수수료율은 대부분 2.4% 이상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 따라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인상되고 영세가맹점은 줄어줄게 된다. 특히 현재 1.5% 이하의 최저 수수료율을 적용 받고 있는 골프장과 주유소·유흥업종·종합병원·대학 등도 수수료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약 168만 개 가맹점 중에서 영세가맹점을 제외한 51만 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무작위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수수료율은 평균 2.09%였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0.18%포인트 하락한 1.91%로 낮아졌다. 업종별로는 일반음식점이 2.47%에서 1.97%, 제과점이 2.66%에서 2.36%, 미용실이 2.68%에서 1.90%로 모두 낮아진 반면 대형 할인점은 1.66%에서 1.95%로, 슈퍼마켓은 2.03%에서 2.11%로 높아졌다. 또 가맹점 수수료율이 1.6~2.1%에 위치한 가맹점 수가 3,940개(39.5%)에서 8,256개(82.8%)로 2배가 됐다.

특히 연 매출 1,000만 원에서 1억 원 사이 가맹점의 수수료율 하락이 두드러졌고, 5억 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89%에서 1.9%로 0.01%p 소폭 올랐다. 1,000만~5,000만 원 규모인 가맹점은 평균 2.68%에서 1.88%로 0.8%포인트 하락했고 5,000만~1억 원 규모인 가맹점은 2.63%에서 1.95%로 0.68%포인트 떨어졌다.
수수료율의 표준편차도 0.56%에서 0.14%로 낮아져 격차가 축소된다. 이에 따라 전체 가맹점의 83%가 1.6~2.1%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대형 가맹점의 경우는 수수료율이 소폭 인상될 전망이고 수수료 인상 가맹점 비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지금까지는 가맹점의 협상력에 따라 수수료율이 좌지우지돼왔다”며 “그 결과 동일업종이나 같은 규모의 가맹점 간에도 수수료율이 달랐는데 이를 비용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객관성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은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현실적 어려움은 대형 가맹점에서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도록 하느냐는 것”이라며 “카드사에 대해 ‘슈퍼 갑’인 그들이 카드사의 주장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슈퍼마켓, 편의점 등 수수료는 오히려 상승

문제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이다. 만 원 이하 소액결제의 평균 수수료율은 큰 폭으로 올라 소액결제가 대부분인 중소형 식당과 슈퍼마켓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오히려 수수료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결제대행서비스(VAN) 수수료 등 고정비용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시뮬레이션에서 소액결제가 많은 영세가맹점은 제외했다”며 “이들은 이미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물론 소액결제가 많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일부 대형할인점 등은 수수료율이 올라갈 수 있다. 소액다건의 경우 이번에 제시한 수수료율 산정방안을 통해 산정해보면 수수료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소액다건을 받는 업종의 수수료율이 높아져서 문제가 될 경우 이번에 도입되는 수수료율 산정식 내에서 고정비용으로 적용되는 부분을 낮추어 수수료율 인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대형가맹점은 매출 유발 효과가 있는 할인혜택 등 부가서비스가 많은 상황에서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편의점의 경우 수수료율이 평균 2.33%에서 2.76%로 높아졌고, 대형할인점도 1.66%에서 1.95%로 수수료율이 올라갔다. 전체 슈퍼마켓 가맹점 중 76.6%의 수수료율이 인상될 전망이며, 편의점의 경우에도 94.6%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오르게 된다. 건당 100만~200만 원 결제 가맹점은 수수료가 1.21%포인트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체계를 적용하면 건당 평균결제금액이 적은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금액 뿐 아니라 결제건수까지 고려해 수수료율을 매기기 때문이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무턱대고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뮬레이션 상에서 대형할인점 7개 중 5개는 올라가고 2개는 떨어졌다. 대형가맹점 모두가 건당 결제금액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건당 결제금액이 많은 곳은 수수료율이 떨어지고 건당 결제금액이 적은 곳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만 원 이하 카드 결제거부 허용 논란도 재차 불거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가맹점들이 카드사와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거나 코스트코처럼 특정 카드사와 단독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급증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의무수납·가격차별금지 등 소액결제 부담을 늘리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위는 슈퍼마켓, 편의점 등 소액 결제가 많은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거래 건당 고정비율을 낮게 적용할 계획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액결제 수수료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어 영세 가맹점들의 수수료율을 우대해주자는 수수료율 개편 취지에 어긋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슈퍼마켓, 할인점 등 소액결제 비중이 높은 가맹점에 대해 건당 고정비용률을 낮게 적용해 역마진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의무수납 등의 관련제도를 개선하고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현금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드사, 대형가맹점의 부당행위 피할 수 없어

이번 개편안으로 대형가맹점의 부당행위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형가맹점이 카드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감안할 때 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른 수익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부당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가맹점의 범위를 재설정하고 금융 당국의 규제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카드수수료 개편을 앞두고 카드사들도 저마다 혜택 축소에 나섰다. 카드사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큰 폭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25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1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 등 국내 5개 신용카드사 연회비 수입은 지난해 3,5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16배나 높은 5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입 중 상당수는 포인트 지급, 할인 서비스, 무이자할부, 항공마일리지 등 회원에게 제공하는 각종 부가서비스로 돌아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어느 정도 수수료수익이 감소할 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타격이 예상된다”며 “마케팅 비용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이미 여러 차례 수수료를 인하해 온 만큼 더 이상 여력이 없다며 고객 혜택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객의 혜택인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비는 대폭 축소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오는 10월부터 주유소 결제나 무이자 할부 때 적립해주던 항공 마일리지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상품별로 달랐던 주유적립 이용금액 한도는 월 30만 원으로 통일되고, 영화 할인액도 1매당 2,000원에서 1,500원으로 줄어든다. KB국민카드는 8월부터 주유서비스의 포인트 적립을 폐지하고 10월부터는 신용카드 이용실적의 0.1%를 포인트로 적립 혜택을 없앤다. 하나SK, 삼성, 외환, 현대, 롯데 등 다른 카드사들의 잇따라 카드 혜택 축소에 나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계속해서 수익구조가 악화 되고 있는 카드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 “카드수수료가 문제가 된 것은 카드 고객들이 현재 과다한 부가서비스 혜택을 보고 있고, 중소형가맹점과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부가서비스 축소가 초점이 아니라 가맹점 수수료율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부가서비스가 줄어들면 과도한 부가서비스 부과로 인해 올라갔던 물가가 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 엇갈려… 실현 가능성 여전히 미지수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카드사, 소비자, 대형가맹점, 중소가맹점 등 각 주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청회를 통해 대형 가맹점들의 수수료를 낮추는 등 수수료 책정과 관련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체계를 만드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부가되어온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만약 대형가맹점이나 카드사들이 새로 개편되는 가맹점 수수료안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개정돼 오는 12월 시행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영세가맹점 우대, 대형가맹점의 부당행위 금지 등을 명시했다.
또 금융위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카드사들은 개별적으로 수수료 산정 모형을 개발하고 약관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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