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복싱의 추락 더 이상은 안돼”…선수출신 회장·총장 ‘의기투합’
홍 회장은 선수 출신답게 한국권투를 살리기 위해서는 특히 경기가 자주 열려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야만 좋은 선수가 배출되고 챔피언이 나올 수 있지 않겠어요? 권투선수 출신이 수장이 된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전국 강연과 체육관 운영 등으로 바쁜데도 홍 회장이 회장직을 수락한데는 권투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다.
“더 이상 한국복싱의 추락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동안 우리 KBC는 전임 집행부의 전횡에 거의 파산직전까지 이르렀어요. 이제는 우리 권투인들 스스로가 나서서 권투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던 참에 유명우를 비롯한 후배들의 강력한 요청에 망설이지 않고 회장직을 수락했습니다.” 요즘 KBC는 세계챔피언 출신이 회장과 사무총장을 맡은 뒤 사무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고 권투인들의 방문도 잦아졌다.
이제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 나가야할 홍 회장과 유 총장은 복싱계 선후배로서 평소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업무적인 호흡도 기대되고 있다. “유명우 총장은 후배이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존경하는 부분도 있을 만큼 아주 훌륭한 덕목을 갖춘 우리 권투계의 훌륭한 재목입니다.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가 서로에게 있습니다.”(홍수환 회장) “저 역시 홍수환 회장님을 선배님으로써 너무나 존경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회장님은 매사 열정적이시고 적극적인 추진력을 갖고 계십니다. 이점은 제가 항상 존경하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사 잘 보좌해서 한국 권투의 르네상스 시대를 다시 열 생각입니다.”(유명우 사무총장) 인터뷰 도중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안다는 두 사람의 얼굴에서 한국권투의 앞날을 예감할 수 있었다.
“매사 원칙 지키며 낮은 자세로 봉사·헌신”… 전임 집행부엔 단호히 대처

“홍수환 회장님을 비롯해 많은 권투인들이 저에게 각별한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부담스럽지만 자신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KBC 사무처를 책임지고 있는 총장으로서 매사 원칙을 지키면서도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권투인들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권투위원회를 만들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좋지 않은 관행들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권투인들에게 신뢰받는 KBC로 탈바꿈시키기 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KBC의 살림살이 역시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면서 무엇보다도 회장님과 논의해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수립해 시행할 계획입니다. 물론, 정확하고 투명한 회계운영은 기본입니다.”
이렇듯 의욕에 차있는 새 집행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다. 바로 신정교 전임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소송문제다. 홍 회장은 취임 후 3개월 동안 업무파악을 하면서 이 정도로 망가져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심각했던 것이 재정문제였는데, 전임 집행부는 2개의 법인통장 잔고를 각각 6원, 7원으로 남겨놓았어요. 사무실 임대료를 수개월 체납해 쫓겨나기도 하고, 전직원 급여 체납문제로 노동청에서 강제 지급명령을 받기도 하고, 각종 전화비, 사무기기 랜탈비 등까지 모두 체납해 제가 취임 후 이런 것들을 모두 정리 했습니다. 정말 언급하기도 부끄러운 일들입니다만, 이것이 그동안 무능하고 무책임한 전임 집행부였고, 우리 권투계의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권투인들 스스로 나서기도 하고, 제가 취임 후 동분서주해 능력 있는 이사진을 구축하는 등 노력으로 3개월여 만에 7,000여만 원의 재정을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KBC 차원에서도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벌일 계획도 있다는 홍 회장은 “어떤 조직이든 간에 우선적으로 재정이 튼튼해야 어떤 일이든 의욕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성공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새 집행부는 전임 집행부와의 문제와 관련, 법적인 부분에서는 KBC 고문 변호사를 통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소송 때문에 권투계의 발전과 개혁이 멈추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경기 활성화만이 복싱 ‘부활’ 기대…女세계타이틀매치 등 5월 빅매치 5경기 ‘고무적’

“물론 격투기의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는 될 수가 없습니다. 현재 한국 권투가 침체기에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권투계의 내부적인 요인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결국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에 맞게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 권투인 스스로가 예전의 영광과 향수에 젖어 그 자리에 만족하고 변화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권투의 매력은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지요. 가능합니다.”
이렇듯 권투인의 위상제고와 활성화를 위해 홍 회장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경기의 활성화다. 경기를 활성화 시킬 수만 있다면 다른 문제들은 자연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고무적인 현상은 새 집행부 취임 후 5월에는 근래 월간 경기 회수 중 가장 많은 5경기가 개최될 예정이다. 더구나 5경기 중 여자 세계타이틀 매치가 2경기나 있고, 특히 매우 비중이 큰 남자 OPBF 2대 타이틀매치가 열리기도 한다. 현재 새 집행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각종 로드맵을 정리하고 있다는 홍 회장은 “전 권투인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서도 우선 경기가 활성화된다면 자연스럽게 권투인들의 화합도 이끌 수 있다”면서 “이밖에 KBC에서는 차후 정기적인 세미나 개최, 연간 총회 개최, 권투인 체육대회 개최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끝으로 언론과 방송에서 한국권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주문했다. 특히나 현재의 악조건인 권투중계 방송 시스템과 관련, 프로모터가 방송국에 오히려 제작비를 납부하는 이런 시스템에서는 도저히 권투 부활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전에 세계타이틀 매치는 당시 엄청난 중계권료를 받고 흥행이 이루어졌다. 바로 이런 흥행 시스템의 복구가 한국 권투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큰 핵심적인 과제라는 것. 이웃 일본이 현재 세계 챔피언을 9명씩이나 보유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권투 중계권료의 보장이다. 바로 이런 핵심적인 사업을 신임 홍수환 집행부가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