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터지는 대형 사건사고에 흔들리는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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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터지는 대형 사건사고에 흔들리는 청와대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2.05.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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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과오’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임기 4년차에 접어들면 권력누수현상, 즉 레임덕이 시작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집권여당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통상 임기 반환점을 맞이하는 시점부터 집권 후반기에 발생할 레임덕을 대비에 각종 정책과 대안을 만들게 된다.

레임덕과 함께 시작된 정권

레임덕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행정부에 대한 장악력 저하다.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각종 정책이 급속히 느슨해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그 가족 그리고 측근과 연루된 비리의혹이 동반하게 되면 레임덕의 가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진다. 이는 임기를 약 10여 개월 앞둔 이명박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초반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집권초반부터 극심한 국민저항을 겪어야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싼 촛불시위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유발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출범한 지 채 100일도 되지 않은 정부는 사퇴요구를 받기에 이르렀다. 국정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정부는 이후 굵직한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당시 촛불시위는 약 3개월에 걸쳐 대규모로 진행됐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안을 즉각적으로 내놓지 못했다. 국민이 원했던 것은 ‘수입산 쇠고기의 안전성 확보’였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 및 군사동맹국인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 등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했다. 결국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주요 일간지에 신문광고를 내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그 담화문과 신문광고의 내용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24일(미국 현지시각) 美 농무부는 캘리포니아주 한 농장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약속했던대로라면 즉각적인 수입중단 조치 등 대안제시가 됐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2008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숙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조사를 실시하는 게 당연한 처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30개월령 이상의 소를 수입하지 않으며, 젖소 또한 들여오지 않는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러한 발표를 할 당시까지 광우병 발병 젖소의 월령이나 구체적인 발병 농장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성급하게 사태를 무마하려 한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젖소문제가 국내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수 없다.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2008년 당시 정부가 신문광고로 약속했던 내용이 갈무리 사진 형태로 나돌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민심은 언제든 다시 촛불로 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출범 당시부터 발목이 잡혔던 현 정부가 임기 말에 와서 다시 같은 문제로 목덜미를 잡힌 모양새다.

각종 권력남용, 국기문란 사건들

지난 2010년 MBC <PD수첩>에 의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사건내용은 간단하다. 공직자 기강 유지를 위한 감찰활동을 펼쳐야 할 기관이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민간인 등을 불법적으로 사찰했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찰 대상에 집권여당의 소장파 의원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후 검찰이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 등 3명을 기소하고 사법처리하는 것으로 사건을 매듭지었다. 그러나 수사결과 이른바 ‘윗선’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개입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검찰의 신속한 수사종결로 사건은 그대로 묻히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총선기간에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사건과 관련됐던 인물이 추가폭로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사찰지시와 자금 등이 청와대로부터 나왔으며, 사찰결과는 청와대에 수시로 보고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폭로가 나온 직후 청와대 출신의 이영호 전 노동비서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서서 자신이 몸통이며, 그 이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풀이해 봐도 2급 공무원에 불과한 이 전 비서관이 그러한 사건의 몸통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검찰의 재수사로 넘어갔다. 곧 개원하게 될 19대 국회에서는 특검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가 됐든, 국회의 특검이 됐든 사건의 완전한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민간인 불법사찰이 전형적인 권력남용 사건이었다면, 권력무능 사건도 있었다. 지난 10.26 재보궐 선거 당일 일어난 이른바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직장인들이 주로 투표를 하는 시간대인 새벽 6시경부터 8시30분경까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외부공격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투표소 위치를 찾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했던 직장인들은 접속불가 사태로 인해 투표장을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사례가 많았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한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선거에서 유난히 투표소 이동이 많았다는 점이 함께 알려지면서 사건은 복잡해졌다.

경찰은 즉각적으로 수사를 펼쳤고, 신속하게 범인들을 검거했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구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와 그 지인들이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과 청와대 인사가 속속 등장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젊은층의 투표율을 낮춰 여당의 승리를 도모하기 위한 계획적인 범죄”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인 공 아무개 씨가 자신이 모시는 의원님의 소속 정당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주범인 공 아무개 씨와 실제 홈페이지를 공격한 공 아무개 씨의 지인 등이 구속되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사법처리는 완료됐지만, 사건의 실체에 대한 의혹과 의문은 여전한 상태다. 이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시킨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는 이를 ‘부정선거사건’으로 규정하고 현재까지도 의혹을 파헤치는 중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러 의혹과 음모론에 시달렸다. 헌법이 보장하는 독립기관으로서 이러한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가 불미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실시된 4.11 총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또 다시 구설에 휩싸였다.
한미FTA의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한미FTA의 저격수로 불리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맞붙은 강남을 선거구에서 미봉인된 투표함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으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명쾌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역대 최악의 선거관리위원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의 단골손님, 가족 및 측근 비리

역대 정권의 사례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권력형 비리사건이다. 이는 종종 ‘아무개 게이트’로 불리는데, 현 정부에서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정부 출범 초반에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가 연루된 비리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고, 지난해에는 대통령의 아들이 관여한 ‘내곡동 사저’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현 정부의 개국공신이기도 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 조성 사업자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졌다. 의혹이 불거진 후 최 전 위원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금품수수 사실을 순순히 밝한 바 있다. 다만 최 전 위원장은 해당 업체로부터 받은 자금은 대가성이 전혀 없었고,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밝혔다.

검찰에 출두한 최 전 위원장은 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의 대가성 여부를 떠나 이 자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 정부의 대선자금에 대한 의혹이 함께 터져 나왔다.
또한 파이시티 조성 사업 인허가 로비 과정에서 최 전 위원장은 물론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과 이 대통령의 친인척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과 관련된 인물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끝까지 따라붙는 소통부재의 꼬리표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점이 하나 있다. 민심과 청와대 간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비롯해 세종시 수정안 무산, 4대강사업 부실공사 논란 등 각종 국책사업을 둘러싼 각종 저항들이 일어날 때마다 청와대와 이 대통령은 ‘국민들의 오해’라는 말로 무마해 왔다.
하지만 소통에 대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주간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들과의 접촉면을 늘이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벌어질대로 벌어진 소통통로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라디오 연설 역시 일방적인 소통, 즉 연설에 불과하다는 게 국민들의 평가였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가운데 실수나 잘못이 발생할 수 있다. 그들 역시 사람이기에 완벽한 정책이나 실천을 이뤄낼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 이후’가 문제다. 국민의 반대나 저항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설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근본적인 해답이나 실체를 내놓지 않은 채 사건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각종 불신과 반발만 가중시켰다. 이는 명백히 정치인의 최고 덕목이어야 할 ‘듣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각종 괴담과 루머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 발생한 모든 정치적 사건사고들이 청와대와 이 대통령의 음모라는 낭설까지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괴담과 음모론을 생산해내는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이토록 뿌리 깊은 불신을 심어 놓은 정부와 이 대통령의 책임도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 자신의 나라가 망하기를 기도하는 국민은 없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레임덕이 국가의 존망에 관한 문제로 치닫는 것을 원하는 사람도 없다. 밝혀야 할 것은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 가운데 사과와 처벌을 받아야 할 사안과 사람이 있다면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앞에 서서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이다.
지나간 세월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지나간 세월에 끼어 있는 과오와 잘못은 얼마든지 용서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시기와 진정성의 여부일 것이다. 현 정부의 임기가 저물어 간다. ‘지나간 과오’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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