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랑 담아 한 땀 한 땀 만드는 행복한 날개옷
상태바
고객사랑 담아 한 땀 한 땀 만드는 행복한 날개옷
  • 취재_공동취재단
  • 승인 2012.04.09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공정 100% 수제 작업, 최고급 원단으로 거품을 뺀 합리적 가격의 옷 제작

명품(名品)은 뛰어나거나 이름난 것들을 일컫는다. 기나긴 시간 한 분야에서 공력을 쌓아온 장인(匠人)들의 손을 거쳐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지켜온 것을 우리는 명품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 명품이라는 개념이 값비싼 브랜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명품에게 수여되어야 할 훈장이 장인에게 붙지 않고 높은 가격에 붙어버린 것이다.

과거, 소위 멋쟁이라 불리던 사람들은 시내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 입었다.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살린 맞춤 양복은 어깨에 잔뜩 들어간 패드만큼이나 그들의 자신감을 한껏 치켜세워줬다. 그리고 시내 곳곳의 양장점에서 바늘에 손을 찔려가며 옷 만들기를 배우던 청춘들은 훗날 내로라하는 패션디자이너로 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양장점이 구시대적 산물, 시대에 뒤쳐지는 촌스러운 옷을 만드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양장점을 찾는 대신 백화점이나 유명브랜드 매장, 또는 매일매일 새로운 옷들이 쏟아져 나오는 패션타운의 옷들만 찾아 입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양장점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특별한 날에 입을 옷을 만드는 옷집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2012년 대한민국은 빠르게 제작되고 빠르게 유통되는 패스트(fast) 패션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 않는가. 요즘 세대들에게 옷은 두고두고 입을 의복이 아닌, 유행 따라 그저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한 철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비접착식, 100% 수제 맞춤옷 제작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무엇인가 유행하면 그와 반대되는 것을 찾는다. 패스트푸드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슬로우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옷도 마찬가지다. 패스트 패션이 유행을 하면서 맞춤옷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그 중심에 100% 수제로 옷을 만드는 ‘아르노’가 있다.
맞춤복은 접착식과 비접착식으로 구분된다. 접착식이 이미 제작된 양복에서 일부 수정을 거치는 것이라면 비접착식은 모든 제작 과정을 사람의 손을 통해 완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르노는 이 중에서도 비접착식 맞춤복을 제작, 판매한다.

비접착시 맞춤옷을 제작하다보니 아르노의 옷들은 어느 공정 하나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것이 없다. 모든 옷들은 100% 수제로 만들어진다.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치수를 재고 패턴을 떠 재단을 하며, 가봉을 거쳐 봉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이 아르노의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맞춤옷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비싼 가격을 떠올린다. 실제로 이것은 사람들이 기성복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르노의 노미선 대표는 이 같은 편견을 화끈하게 깨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반 맞춤복 대비 30∼4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했다.

“혹자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싼 천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하지만 아르노의 옷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노 대표. 그녀의 말처럼 아르노 맞춤옷의 원단들은 유럽과 일본에서 직수입돼 들여오는 최고급 원단만 사용한다. 이렇게 들여온 최고급 원단으로 옷을 만들고 봉제, 다림질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 노 대표가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유독 신경 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제로 옷을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 의견이 맞지 않으면 고객이 원하는 완벽한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는 이유로 그녀는 내부 단속(?)에 유난히 심혈을 기울인다.

이처럼 최고급 원단과 최고 수준의 패턴, 가봉, 봉제 과정은 아르노의 자랑이다. 그런 만큼 품질에 대한 그 어떤 의심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아르노의 옷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과 같은 가격은 어떻게 나올 수 있게 된 것일까. 답은 앞서 말한 편견과의 싸움이다. 비록 당장 많은 수익을 올리지는 못할지라도 노 대표는 맞춤옷에 대한 기존의 편견과 맞서고 싶었다. 높은 마진율을 포기하더라도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의 맞춤옷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첫 번째 경영방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그녀의 자신감이 결코 헛되지 않아 보인다.

고객과의 충분한 대화로 최상의 결과물 만든다

수트는 군복에서 유래됐다. 어깨가 높이 솟아 있고 허리를 졸라주는 군복의 양식은 수트의 기초가 됐다. ‘남자의 몸을 죄어주는 옷’이라던 수트는 옷을 입은 사람의 몸가짐을 늘 반듯하게 한다. 그래서 수트는 격식을 따지는 자리에 나설 때 주로 입는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트를 여전히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그렇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감각적으로 수트를 착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맞춤옷을 찾는 젊은 세대들 또한 점차 늘고 있다.

“수제 양복이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실제로 아르노의 고객들도 40∼5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30대는 물론 20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라는 노 대표는 젊은 세대의 고객들을 위해 세련되고 클래식한 패턴과 디자인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유행 그 이상을 넘어서는 아르노만의 색깔을 만들었고, 이는 점차 고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편, 노 대표는 맞춤옷에 대한 인식 때문에 방문조차 꺼려했던 기존 맞춤옷 매장의 분위기에서 언제든 찾아와 함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아르노의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이 맞춤옷을 찾는 이유는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싶다는 욕구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또한 자신만의 개성을 옷 안에 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는 고객과 대면할 때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 고객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일하는 환경은 어떠한지를 알아보고, 고객의 평소 취향과 접목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고객의 매력을 최대로 발산시키면서 일할 때 편리한 옷. 이것이 아르노의 지향점이다.
노 대표가 옷 장사를 한다는 생각만으로 아르노를 이끌어 왔다면 지금의 아르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하는 것은 옷 장사가 아닌 경영이다. 다시 말해 그녀가 아르노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은 옷을 많이 팔아 돈을 잘 버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경영하면서 고객만족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시대를 선도해나가는 것이다.
노 대표는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많은 고객들이 아르노를 통해 좋은 일들만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옷이 날개가 되고, 그 날개가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면 그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이렇게 고객과 소통하며 고객과 상생하는 것. 이것이 그녀가 장사가 아닌 경영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