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과 끈기로 눈부신 연구성과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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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과 끈기로 눈부신 연구성과 일궈
  • 송재호 이사
  • 승인 2012.04.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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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쫓지 않고 기본에 충실해야 응용력 생겨

로버트 프로스트의 명시 ‘가지 않은 길’의 마지막 구절은 인생의 교훈을 알려준다. 이 시는 두 갈래 길에선 여행자가 발자국이 적은 길을 택했고, 이로 인해 인생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노래한다. 사실 크나 큰 성취는 사람들이 부화뇌동할 때 가지 않은 길을 택해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고집한 끝에 일궈낸 결과다. 경북대 차세대질화물반도체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이정희 교수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 교수는 화합물 반도체 분야를 선도해 왔다. 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와 화합물 반도체로 나뉜다. 산업용으로 중요하게 쓰이는 것은 실리콘 반도체이며, 이에 비해 화합물 반도체는 관심이 덜 한 편이다.
이 교수는 화합물 반도체를 택해 지난 20여 년 동안 우직하게 연구자의 길을 걸었다. 이 교수의 연구실은 질화물(nitride) 기반의 에피택셜 박막 (GaN, AlN, InN 및 AlGaN, InGaN, InAlN) 성장, 그리고 이를 이용한 전자소자(HEMT, MIS-HEMT, Normally-off device) 및 광소자 (LED, Solar Cell)를 제작하며, 또 이 물질들의 성능향상 및 특성을 분석한다.

이동통신이나 레이다, 위성통신 등에 응용이 가능한 고주파용 소자와 컴퓨터, 전자기기, 전기자동차 및 발전용 인버터·컨버터 모듈 등에 응용이 가능한 고전력용 소자도 연구 대상이다. 하지만 연구자의 길은 고독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받지 못했고, 이런 탓에 연구비 수주도 어려웠다.
이 교수의 연구는 5년 전부터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화합물 반도체로 이뤄진 LED(Light Emitting Diodes) 사업에 뛰어들면서 화합물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 교수에게도 기업들의 연구 요청이 쇄도했다. 최근 이 교수는 실리콘 기판 위의 질화물 박막 성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분야가 연구역량을 쌓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90년대 후반에 삼성전자와 GaN을 사용해 빛을 내는 LED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훨씬 연구과제가 풍부한 전자소자 분야로 연구 방향을 바꿨습니다. GaN층을 기판 위에 성장해 고주파 및 고전력에 응용이 가능한 소자 연구로 좋은 성과를 많이 얻었습니다.”
이 교수는 혁혁한 성과를 거둬들였다. 2008년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에 선정된 한편 2010년엔 ‘X-Band급 레이더 응용을 위한 고주파 소자 개발’ 연구 성과로 국가연구 우수성과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SCI급 논문 115편과 국제학회 167편의 논문 실적, 국외특허 5건, 국내특허 24건을 등록했다. 또 삼성, LG 등의 산업체 과제 6건, WCU, 국가지정연구실 등의 국가지원과제 21건의 연구 과제를 수행했거나 수행중이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20년간 우직하게 한 길만을 걸어온 데 따른 알찬 결실이었다.

끝으로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유행을 쫓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대중적인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연구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연구자 인생 외길을 걸어온 대가의 예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전 학생들에게 너무 유행을 따르지 말고 자신의 분야를 선택하고, 일단 선택이 끝났으면 그 분야에 꾸준히 매진하라고 주문합니다. 유행 따라 전공을 바꾸게 되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항상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야 응용력이 생기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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