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세종티에프는 섬유소재를 개발해 주요 레포츠 의류업체에 공급한다. 이 기업이 개발한 아웃도어용 기능성 소재인 ‘투웨이 스트레치’ 소재는 냉감과 보온, 자외선 차단은 물론 방수, 속건 등의 기능을 고루 갖춘 대표상품이다. 이 밖에도 100개가 넘는 소재를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을 거뒀다.
(주)세종티에프의 강점은 바로 친환경소재다. 이 기업이 출범한 시기는 지난 1999년. 사업 초기부터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로하스 정신을 기본이념으로 설정했다. 이후 아웃도어 의류의 기본인 기능성을 살리는 동시에 환경 친화적인 소재를 꾸준히 개발해왔다. 김미혜 대표는 강한 어조로 로하스의 기본 이념을 제대로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하스의 기본 이념을 제대로 알고 실천해야 작은 단계부터 생활화할 수 있습니다. 요즘 참살이, 즉 웰빙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웰빙이 개인의 건강과 ‘현재의 나’를 위한 독주회라면 로하스는 사회의 건강과 ‘미래의 후손’을 위한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업이 환경에 일찍이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소재개발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단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물을 염료로 오염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환경 소재 개발 필요성을 인식했다.
“최근 지구를 살리는 일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웰빙에 대한 관심 등은 사실 최근의 이슈가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모든 산업이 신경을 써야만 했던 문제였죠. 의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의식주 모두 친환경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습니다. 옷이 환경 친화적이어야 하는 건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당연히 친환경 소재에 대한 목마름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기업 이념에 따라 (주)세종티에프는 환경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소재혁신을 이뤄낸다는 구상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무엇보다 스포츠 아웃도어, 골프, 리사이클, 조깅 등의 분야에서 전천후로 사용되는 기능성 퍼포먼스 소재는 친환경과 인체에 무해한 소재를 접목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주)세종티에프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면을 사용한 ‘오가닉 코튼(Organic Cotton)’과 대나무, 옥수수 등의 자연소재를 재활용해 실로 뽑아낸 ‘리사이클 원사(Recycle Yarn)’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환경보호의 실천은 생활 속에서

업무를 위해 외근을 나가는 직원들 역시 유해가스 배출량이 절반인 경차를 탄다. 한편 회사는 재활용 나일론 섬유의 사용으로 산업폐기물을 줄이고 있다.
“생활 속 환경보호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부터 실천하고 책임경영을 해야 대한민국 기업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그래야 모든 국민들이 깨끗한 환경과 자연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종이컵 사용하지 않기, 이면지 활용하기, 세제 줄이기, 경차 타기 등등 사소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점차 확대해 나가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은 친환경 소재 개발 전문 업체에서 일한다는 사명으로 업무와 일상에서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주)세종티에프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 종사하는 직원들은 20명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탄탄한 기술력과 환경에 관한 남다른 관심으로 인해 동종업체와 차별화된 이미지가 뚜렷하다. 기능성과 환경 친화적 소재에 대한 시장 수요가 날로 늘어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주)세종티에프가 시장에서 누리는 지위는 독보적이다. 노스페이스, 빈폴 아웃도어, 아식스, 콜롬비아, 르카프 등 유명 아웃도어, 스포츠, 골프웨어, 등산복 브랜드들이 이 기업으로부터 원단을 공급받고 있다. 기능성 소재, 친환경 소재, 재생 가능한 소재에 대해 다른 경쟁업체 보다 한 보 빨리 관심 가졌고, 한 보 빨리 접근해서 얻어낸 결실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의상에 감각이 남달랐던 편입니다. 부모님은 약대에 가라고 권했지만 전 의류학과 진학을 선택했습니다.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디자인보다 소재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더군요. 디자이너가 스타일을 완성하기 전에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바로 원자재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원자재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또 원자재에 남들보다 뛰어난 감각과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일에 대한 애정은 승부욕으로 발전했고 결국 성공을 거뒀습니다. 작고한 아버님에게서 사업 유전자의 98%를 물려받은 것 같아요.”
그녀는 인재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표시한다. 특히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적극 지원한다. 직원들이 행복하려면 그만한 대우와 만족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그녀는 해외 전시회나 행사에 직원들을 파견해 최신 유행을 파악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준다. 또 직원들의 복지를 배려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남다른 열정으로 일해 주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항상 편안한 대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회사가 억압이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여야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자기개발에 주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직원 개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직원들의 복지나 처우 문제도 빼놓지 않을 것입니다. 항상 업무에 헌신하는 직원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글로벌 기업의 꿈

김 대표는 한국 섬유의 글로벌 마켓 시장점유율 확대가 한층 쉬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POP을 비롯한 한류문화의 강세에 힘입어 한국의 국가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국내 원단이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원단의 세계시장 공략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녀는 이를 대만과의 경쟁에서 밀린데 따른 결과라고 진단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 원단의 품질은 뛰어납니다. 하지만 국내 원단으로 아웃도어 혹은 섬유 제품을 수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만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만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일괄공정으로 진행됩니다. 이런 이유로 대만은 미주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어 대만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이유가 비단 인건비에 국한돼 있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복잡한 유통구조도 한국 원단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본다.
“한국은 대만에 비해 인건비도 비싸고 중간유통구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섬유제품의 전문가 대신 제품 이해도가 떨어지는 비전문가가 최종 소비자를 만나 상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중간 유통구조로 인해 두 세 단계 건너가다 보면 착오가 생기기 일쑤입니다. 특히 비전문가가 제품 이해도가 떨어지면 당연히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의 재원과 특성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김 대표는 중간 유통과정을 없애고 고객을 직접 만나 협력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고객에게 보다 나은 품질의 제품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아이템을 직접 만든 사람이 제품의 디테일을 제대로 전달하면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현실로 나타나려면 몇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글로벌소싱을 예로 들어 보자. 글로벌소싱이란 외부조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업의 구매활동 범위를 범세계적 시야로 확대하는 전략을 말한다. 다시 말해 원가절감 및 마진증가를 위해서 국외의 제조업체 또는 생산업체로 부터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다.
국내외 경제 환경 악화로 인해 소비심리가 점차 위축되고 이에 따른 기업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글로벌소싱은 위기타개를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중소업체에게 글로벌소싱은 그림의 떡이다. 김 대표마저 미국의 대규모 아웃도어 기업의 글로벌소싱과 접촉할 기회를 갖지 못한 실정이다. 그녀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글로벌소싱에 한국의 중소기업이 뛰어 들기엔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중소기업은 지난 10년간 38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현재 내수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87%에 이릅니다. 중소기업은 한국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돼 왔습니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로 나가 그쪽 기업들과 접촉해 브랜드를 설명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탄탄해지고 국가차원에서도 중소기업 육성에 한 몫을 한 것이 됩니다. 또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열어줬으면 합니다. 작은 기업이 탄탄해야 국가도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가 꿈꾸는 세상은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돕고 공존하며 상생하는 세상이다. 그녀는 나눔과 상생이 공존할 때 기업과 국민과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지고, 기업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 (주)세종티에프는 경영자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적 고용창출에 앞장서 왔다.
“기업의 존재이유가 단지 이윤창출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자리를 나누고 평등, 공익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적 역할을 다할 때 진정한 기업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이 늘면 다른 협력업체와 공존할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만드는 일에 앞장설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친환경 섬유임을 증명하는 세계적인 인증 시스템인 ‘블루사인(Bluesign)’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녀는 다른 무엇보다 친환경 기업으로서 환경을 위한 활동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환경 훼손을 막고 깨끗한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항상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경영자게 되겠습니다.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여러분,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