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3월22일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다. 결론은 “성과는 미비했다”란 평가다. 주택 취득세율 인하, 분양가 상한제 폐지 추진 등의 내용을 발표했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주택 거래는 크게 늘지 않았고 집값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택 매매가격은 내리고, 담보대출은 늘고 수도권 아파트 시가총액 27조 원은 어디로…
3.22 대책의 핵심은 지난해 3월까지 은행 자율적용에 맡겼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정책 발표 당시 취득세율 인하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큰 관심이 쏠렸으나 주택 활황기에 도입된 가장 강력한 시장통제 수단인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가 부활하면서 오히려 주택시장엔 찬물만 끼얹은 셈이 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전문가 등은 “3.22 대책은 위축된 부동산시장을 살리는 데는 역 부족이었다”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대책 발표 이전과 이후 수도권 매매 시가총액을 비교 조사한 결과, 지난해 3월22일 1,343조 2,716억 원에서 현재 1,316조 2,234억 원으로 27조 482억 원 감소했다.
특히 서울이 3.22대책 발표 당시 685조 6,487억 원에서 현재 668조 5,999억 원으로 17조 488억 원 내려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시세가 빠졌다. 경기도는 554조 5,057억 원에서 현재 548조 747억 원으로 6조 4,310억 원 줄었고, 인천 역시 103조 1,171억 원에서 현재 99조 5,488억 원으로 3조 5,683억 원 감소했다. 서울은 전체 25개 구 가운데 종로구 단 1개구를 제외한 나머지 24개구가 줄었다.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고양, 용인, 성남, 과천시 등 15곳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은 강화군만 변동이 없었고, 나머지 9개 구는 모두 시가총액이 내렸다.
부동산써브는 “3.22 대책이 시장에 다소 숨통을 틔워주긴 했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안이 불발된데다 DTI규제까지 부활하면서 대책 약발이 먹히지 않고 매매시장 침체를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지난해 아파트값의 최고점은 3.22 대책 이전인 2월이었다”며 “3.22 대책으로 재적용된 DTI가 시장 분위기를 가라앉혔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주택담보대출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2010년 12월말 기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84조 5,000억 원이었지만 지난 2월에는 305조 원이 넘었다.
아파트 구입 시 납부하는 취득세 50% 감면도 파급력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5만 9,142건이었으나 그 이후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둔 12월을 제외하고 월 거래 건수는 단 한 번도 5만 건을 넘지 못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취득세 감면이 아예 효과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기한이 정해져 있는 대책이라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수도권의 온도 차 극심하게 나타나
부동산114가 3.22 대책 이후 1년 동안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을 지역별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수도권은 각각 -2.77%와 1.43%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역권(7.36%)과 광역시(4.51%)의 선전으로 전국 집값 변동률은 0.33%를 기록, 보합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팀장은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하지만 DTI라는 금융규제가 부활하면서 오히려 거래를 막는 반작용을 경험했다”면서 “정부 역시 지방위주의 정책을 쓰면서 서울·수도권의 온도 차가 극심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3.22 대책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지만 DTI라는 금융규제가 부활하면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 했다”며 “당장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침체 현상 올해가 더 심각해
부동산시장 침체 현상은 올해가 더 심각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전국 미분양 주택현황’ 조사에서도 지난 1월 수도권의 미분양주택 수는 2만 9,861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역권의 미분양은 3만 8,825호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통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 2월 말 수도권(1만 646가구)으로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또한 재건축 단지 약세와 일반 아파트 거래 부진으로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강남구는 개포지구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대치동 미도1차(112㎡)는 9억 5,000만~10억 5,000만 원으로 2,500만 원가량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112㎡)도 1,250만 원가량 떨어진 9억 2,000만~10억 원 선에 거래가 이뤄졌으며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2단지(89㎡)는 2,000만 원가량 떨어진 4억 9,000만~5억 5,000만 원 선에 거래됐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중소형 아파트도 가격이 떨어지는 곳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와 신천동 잠실파크리오는 지난 1주일 동안 평균 2,500만~4,000만 원정도 떨어졌다. 광진구 자양동 우성1~3단지 중소형도 평균 250만~1,000만 원 떨어졌다.
지난 3월26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값 변동률은 -0.04%로 2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0.14% 떨어진 가운데 강동구 -1.66%, 서초구 -0.71%, 강서구 -0.67%, 송파구 -0.26% 등의 하락폭이 컸다. 경기도(-0.03%), 인천(-0.10%) 등도 하락폭을 키웠다. 수도권이 0.11% 떨어진 반면 지방은 도지역 0.14%, 광역시 0.11% 상승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반면 아파트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서울(―0.02%)과 신도시(―0.01%)는 소폭 하락했고, 경기·인천은 보합세였다.
여기에 분격적인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나 전반적인 전·월셋집 구하기가 수월해졌다. 지난 3월26일 국토해양부는 올해 2분기 전국 입주예정 아파트는 총 3만 9,955가구로 지난 1분기보다 5,000여 가구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동산114 임병철 팀장은 “이사 수요가 줄어 전세금이 하락하면서 집값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며 “당분간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욱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장기침체로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재건축 및 대형 주택 가격 하락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앞으로 특별한 매수 호재가 없는 한 매매시장은 당분간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나인성 팀장은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크지 않은 데다 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등 내수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면서 “주택 대출 규제까지 버티는 상황에서 당장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괄적인 DTI 완화는 어렵겠지만 예외적·부분적으로 완화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는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은 “가격이 다소 하향세긴 하지만 지금 시장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라며 “선거철 남발되는 부동산 관련 공약을 조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