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26일 지식경제부와 석유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석 제2차관이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오일 등 4대 정유사 사장급 임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자리의 주요 화두는 기름값 인하문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이나 지시가 이뤄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 자리에 참석했던 정유업계 임원들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지경부는 지난해 4월부터 7월 사이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기름값 인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를 주도했던 최중경 전 지경부 장관이 11월 퇴임한 뒤에는 기름값 인하에 대한 뚜렷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유업계 관계자들이 쏟아내는 불만과 반발의 목소리에도 영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이란제재 조치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휘발유 정제 마진 등이 최저치 수준을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유사 입장에서는 추가적으로 기름값을 인하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 3월25일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42.05원으로 32일 연속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2월25일 리터당 1998.35원 이후 불과 한 달만에 리터당 43.7원이 뛰어오른 셈이다.
이에 정부는 국제유가가 5일 이상 배럴당 130달러를 상회할 경우 유류세를 인하하는 등의 파격 조치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고 있는 두바이 원유 가격은 지난 3월23일 뉴욕상업거래소 기준으로 배럴당 122.79달러였다. 향후 배럴당 7.2달러 이상 상승해 5일 이상 130달러 이상 수준을 유지하면 유류세 인하 조건이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조치를 전면적으로 취하는 것이 아니다.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인 인하 방안을 우선 검토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2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선별 지원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주요업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 정책에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라면 조만간에 전국 주유소가 동맹 휴업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한국주유소협회는 3월26일 성명을 발표해 “정부가 확대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는 기름값 안정대책이 아닌 유류세 인하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정부의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주유소 유통비용 61원 중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 리터당 30원을 제외하고 인건비와 전기료 등 판매관리비를 빼면 적자운영 할 수밖에 없는 주유소에 경쟁을 더 부추겨 가격을 내린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정책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기획재정부관계자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 “인하 의지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고려할 것이 많다”며 “시기와 방법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비쳤다.
고유가 그리고 고물가 시대에 이래저래 힘든 사람들이 많다. 소비자인 서민들이 가장 힘들겠지만, 석유를 수입해 손보는 정유사들도, 이를 받아 소매로 판매하는 주유소들도 한숨과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국제 유가 상황과 여러 정세들을 비춰볼 때 이러한 현실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절실할 때다.